도시를 대표하는 노래 한 곡 없다면 이 또한 쓸쓸한 일이다.

비틀즈를 만든 리버풀처럼 가슴 절절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현인의 '신라의 달밤'은 경주를 배경으로 만들어 졌다

"Feel I'm going back to Massachusetts / Something's telling me I must go home

And the light all went out in Massachusetts / The day I left her standing on her own……(매사추세츠로 돌아가려네. 뭔가가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네. 그녀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던 그날, 매사추세츠는 빛을 잃었네.)"

비지스(Bee Gees)가 부른 <Massachusetts>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매사추세츠와 샌프란시스코에 가보고 싶다. 노래 속 주인공이 애인을 남겨두고 떠났던 곳, 그래서 빛을 잃고 만 그곳, 그곳에서의 삶을 이야기 해보고 싶은 공간 매사추세츠에 말이다. 노래 속 주인공의 마음은 아니겠지만, 어떤 애잔한 감성을 내 것인 양 가슴에 안고서 말이다.

<Massachusetts>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모든 문화권에 공간과 연관을 맺고 있는 노래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도시와 고장들이 노래를 갖고 있다. 모르긴 해도 서울이 가장 많은 노래를 갖고 있을 것이다. 서울에 대한 노래는 여러 시기에 걸쳐 등장했다. 여러 노래가 있다 보니 떠올리는 노래도 세대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호불호를 떠나서, 현인이 부른 <서울야곡>, 조용필이 부른 <서울 서울 서울>, 김건모의 <서울의 달>, 장철웅의 <서울 이곳은> 등이 우선 떠오른다. 각각의 노래들은 시대를 달리하고 장르도 달리하며, 담고 있는 이미지와 감성 또한 모두 다르다.

그 중 <Massachusetts>와 같은 노래를 꼽으라면 <서울야곡>을 꼽겠다. <서울 서울 서울>은 왠지 건전가요 같고, <서울의 달>은 굳이 서울의 달이 아니어도 될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서울 이곳은>도 도시에서의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지만 서울의 것이라고 고집할 수 없다. <서울야곡>은 충무로, 보신각, 명동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장소·공간의 등장은 서울의 노래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구체적인 장소성이 반드시 노래를 아름답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성 몰입의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서울야곡>은 그 장소들을 애련(哀戀) 속의 공간이 되게 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곡이 된 것이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삼학도 전경

공간에 대한 노래는 트로트 장르에 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의 눈물>, <대전부르스>, <소양강 처녀>, <흑산도 아가씨>, <꿈꾸는 백마강>, <돌아가는 삼각지>, <신라의 달밤>, <마포종점> 등이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앞서 예를 든, 특정 공간과 인연을 맺은 각각의 노래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애환과 그리움을 대변해주던 역할은 많이 바랬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공간에서 또 다른 의미로 살아나기도 했다.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갈매기>, <목포의 눈물> 같은 곡들은 연고팀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면서 응원가로도 불리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로 불리면서 정치적인 의미를 입게 되었다. 노래의 탄생과는 상관없이 지역주의 정서를 담게 되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제 타 지역 사람들은 그 노래들을 경원할 수도 있다. 한 노래의 역사로 보면 긍정적 진화만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는 여수를 젊음의 도시로 만들었다

여수하면 떠오르게 만든 “여수 밤바다” 그곳에 가고 싶다.

어쨌든 ‘장소성(場所性)’을 갖고 있는 노래는 특정 공간이 이야기를 품게 한다. 덕분에 그런 노래를 가진 도시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이나 관광 인프라 이상의 소중한 자산을 갖게 된다. 몇 년 전에 전라남도 여수가 운 좋게 그런 노래를 갖게 되었다. 바로 <여수 밤바다>다.

2012년 3월 버스커버스커(Busker Busker,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가 발표한 <여수 밤바다>는 ‘여수’라는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많은 이들이 <여수 밤바다>에 이끌려 여수를 찾았다. 특히 젊은이들과 연인들이 많았다. 이제 여수는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떠올리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갖게 되었다. <여수 밤바다>는 음악이 특정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주요 사례가 되었다.

음악은 파급력이 큰 문화콘텐츠다. 공간과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관계의 유형은 두 가지가 있다. 음악인과 공간, 음악과 공간의 관계다. ‘음악인과 공간의 관계’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가 비틀즈(The Beatles / 1959∼1970 /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 네 명 모두 리버풀의 노동자 가정 출신이었다.)와 리버풀이다. 1961년, 비틀즈는 당시 리버풀 최고의 라이브 클럽으로 자리 잡고 있던 캐번 클럽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세기 최고의 인기 밴드가 됐다.

광주는 어떨까? 광주는 정치적 의미를 담은 노래는 있지만, 아직 <여수 밤바다>처럼 ‘일상과 감성의 광주’를 담은 노래는 없는 것 같다. 광주를 상징하는 그룹이나 가수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일부러 만들 수는 없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여수 밤바다>도 아주 우연적인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아쉽다. 우연적인 행운은 두 번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천세진(문화비평가, 시인)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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