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대에서 바라본 전주 한옥마을 전경. 한국 고유의 전통 한옥을 도시의 거주 조건에 맞도록 축소하거나 변형하여 건립된 100년 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서 한옥마을이라는 소재주의적 관심을 거둘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한옥이 많은 마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삶을 담고 있는 도시의 성장 과정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서의 한옥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의 한 권역으로서 장소적 특징과 문화적 가치들을 매번 새롭게 살펴 우리 한옥의 가치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매일이다시피 한옥마을에서는 전통문화 체험 행사가 열려 사람들을 소통시키고 있다.

돌담 위의 담쟁이 잎사귀 스치고 가는 바람결

전주 완산구 풍남동 교동 일원의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시의 구 도심부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708채의 도시형 한옥이 보존되어 있다. 면적 296,300㎡에 인구는 2천2백여 명 세대수는 9백9십여 명이다.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경기전, 전주향교, 전동성당, 한벽당 등이 이미 조선조에 마을에 자리를 잡은 이후 1930년대 전주천변을 잇는 뚝방길을 따라 본격적인 주거 지역이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민이 직접 살고 있는 주거 환경과 잘 정비된 골목길이 정겹다. 전주 공예품 전시관, 한옥생활 체험관, 공예 공방촌, 전통술박물관, 최명희 문학관, 공예품 전시관, 한방 문화센터, 강암 서예관, 전주 전통 한지원, 교동 아트센터, 목우헌 등 문화 시설이 즐비하다. 한지, 전통음악, 다도, 전통 혼례, 풍물, 한옥,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음식 등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 전승의 메카로 전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전주 한옥마을의 체험 여행 백미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이다. 전통한옥에서의 숙박 체험. 고풍스럽고 기품 있는 한옥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한옥에서는 아담한 마당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 내리는 소리와 고드름이 녹아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밤새도록 문풍지와 바람이 나누는 속삭임도 정겹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들의 울음소리와 돌담을 스치고 가는 바람 소리가 싱그럽다.

전주 한옥마을의 숙박 체험 시설은 모두 9곳이다. 뜨끈뜨끈한 구들장과 놋그릇에 담은 정갈한 5첩 반상을 받아볼 수 있는 전주 한옥생활체험관, 넓은 마당과 고풍스런 평상이 멋스런 동락원, 주인장이 뜯는 가야금 소리가 아름다운 아세헌, 조선의 마지막 황손인 이석 씨가 머물고 있는 승광재, 대목장이 지은 백년 고택인 학인당 등이 대표적인 숙박 체험 시설이다.

한옥과 골목길 그리고 길목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전통 문화의 향기, 이것이 전주 한옥마을이 소중히 간직한 콘텐츠이다. 막힌 듯 뚫리고 끊어진 듯 이어지는 전주 한옥마을의 골목길과 곳곳에 숨어 있는 전통문화의 향기, 그리고 한옥이 주는 정겨움과 편안함이 전주의 문화와 역사와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이다.

이곳 한옥마을은 개발 독재의 시대, 전주의 도시 발달 과정에서 도심의 중심 기능의 변화, 인근 학교 등 주요 시설의 이전, 규제 일변도의 한옥 보전 정책의 집행 등의 영향으로 주거 지역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어 갔던 것이 현실이다.

1977년에는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되었으며, 그러다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도심 공동화와 맞물려 쇠락해가던 이 지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각종 문화 시설이 입주하는 것과 동시에 도시 계획상의 전통문화 구역으로 확정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명칭으로 발전되어가기 시작했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사람의 삶이 녹아 있어 문화 생산 원동력이 가득하다. 전통 이상의 다양한 문화 코드와 가치가 숨겨져 있다.

건축사와 생활사의 살아있는 현장

한국 고유의 전통 한옥을 도시의 거주 조건에 맞도록 축소하거나 변형하여 건립되면서 100년 간의 한옥 건축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도 하다.

전주 한옥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지역의 한옥 밀집 지역과는 달리 지역 주민이 거주하며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생활형 도시 한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주시의 한옥 마을은 근현대의 한옥 변천사와 함께 시민 생활사를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2010년도 ‘한국관광의 별’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2011년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되기도 했다.

미래 주거문화? 여기서 보라!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과 호흡하고 변화하면서 발전해왔다. 이전 시대가 가진 사고방식이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건축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와 도시의 형성대를 보여주는 전주 한옥마을은 그저 한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자생적 역사적으로 경과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져봤을 그 해답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오늘날보다 미래에 더욱 그 전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전주 한옥마을의 모습이 전통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옥 일본식 가옥 서양식 건축물 등 여러 문화가 섞여 있어 이 한옥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훗날 한국 한옥 변화와 도시 변화의 전통이 될 것이고 이 자체가 거대한 역사적 콘텐츠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지역과 호흡하는 전주 한옥마을이 변화됐다고는 하지만 ‘한옥’이라는 정체성까지 변한 것은 아니다. 한옥은 얇은 창호지 한 장으로 안과 밖이 구분되고, 단순하고 소박한 마당은 사람이 서 있으면 그것 자체로 풍경이 된다.

또 대문은 하늘을 보고 있는 솟을대문으로,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건축된 전통 한옥 양식을 고수하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내 한옥은 자연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그 자연은 어제의 자연이 아니라 오늘과 미래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새로운 한옥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월의 흔적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향취를 뿜어내는 한옥과 한옥마을의 전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주 한옥생활 체험관. 전주 한옥마을은 오늘날보다 미래에 더욱 그 전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옥, 정신이 풍요로운 집

한옥은 정신이 풍요로운 집이다. 가족 제도가 변하고 생활양식이 바뀌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출현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한옥이라면 변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대 생활에 불편한 한옥을 궂이 찾는 이유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이 주지 못하는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풍족함을 한옥에서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고, 아늑한 마당에서 여유를 즐기고, 환경 친화적인 목조 구조의 틀 속에서 차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또 전주 한옥마을 안에는 사람의 삶이 녹아 있어 문화 생산 원동력이 가득하다. 전통 이상의 다양한 문화 코드와 가치가 숨겨져 있으며 이는 커뮤니케이션 학습장으로서 가능하다. 가톨릭(전동성당)과 유교문화(향교), 원불교(교동교당), 기독교(어울림교회)의 공존을 통한 상생, 향교의 유서 깊은 문화를 중심으로 한 교육적 기능, 비빔밥 문화에서 비롯된 조화의 정신, 찻집을 중심으로 한 예의와 윤리와 성찰의 문화, 한지 문화의 인내와 끈기 등 한옥 마을 골목골목 마다 다양한 스토리가 창출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소통과 공동체 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 학습장으로서 기능적 제반 여건은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의 한옥마을은 무궁한 소통의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한옥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소통과 공동체 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 주거문화의 산실로 만들어가자

이제 전주 한옥마을은 문화시설에 한정된 문화 마을이 아닌 마을의 전반적인 문화 욕구를 공간적으로 연결시켜 낼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공간을 파고드는 상업적 이해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마을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해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이 마을 공동체의 21세기적인 주거 문화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안고 있다. 행정 당국은 늘 현안 관심사인 한옥마을의 장소 마케팅을 강조한다. 시설의 이용률을 높이고 관광 수익을 기대하는 방향의 정책이 우선되는 것이다. 또 주거환경의 특성으로 젊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어버린 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은 점점 문화 행사에서 주변인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주민 운동과 참여하는 한옥마을 만들기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옥의 미래 주거 양식으로서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전주 한옥마을만큼 유리한 조건을 가진 곳은 없을 것이다.

대동문화 72호 [2012 9.10월호]

김병수 전주 한옥생활체험관 사회적기업 ‘이음’ 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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