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의 금성산성

병자호란(丙子胡亂, 1636년)을 소재한 영화 ‘남한산성’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인 작가 김훈 소설 《남한산성》과 그 무대인 남한산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시대에는 임난이어처(臨難移御處)로서 계속 중요시되어왔다. 난을 당하여 임금이 피난하는 곳이다. 인조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강화도로 가려다 청군에 막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국토방위에 산을 잘 활용하였으니 산성(山城)이 그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참조하면 산성은 산세를 따라서 산에 쌓은 성을 말하다. 목책(木柵)·토루(土壘)·석축(石築)을 포함하여 산의 정상부나 사면을 이용해 적으로 하여금 많은 힘을 기울여 공격하게 하고, 아군이 적을 내려다보며 방어하려는 의도에서 축조된 것의 총칭이다.

현재 중부 이남의 지역에만 1,200여개가 넘는 산성터가 남아 있어서, 우리나라는 ‘산성의 나라’라고 할 만큼 산성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규정짓고 보존하여 왔음을 실증하고 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기록하였다.

조선 선조 26년(1593) 12월 비변사가 “우리나라는 삼국 시대에서 고려 말기에 이르기까지 외환이 그치지 않아서 전쟁이 말할 수 없이 많았는데도 지탱하여 보수(保守)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산성의 이로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고 말한 것은 정확히 본 것이다.

성곽을 밟으며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을 느껴보기도 한다

병자호란의 아픔을 안고 있는 남한산성

병자호란의 아픔을 안고 있는 남한산성으로 가보자.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 하남, 성남시에 걸쳐 있으며 성 내부는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속한다.

언제부터 이곳에 산성을 쌓았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곳에는 백제 전기의 유적이 많이 있어 일찍부터 백제 온조왕 때의 성으로도 알려져 왔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한산주에 주장성(晝長城, 일명 일장성日長城)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주장성을 현재의 남한산성으로 보기도 한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일장산성이라 기록되어 있다.

남한산성이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후금의 위협이 고조되고 이괄의 난을 겪고 난 인조 2년(1624)이다. 그후 병자호란 때 왕이 이곳으로 피신하였는데, 강화가 함락되고 양식이 부족하여 인조는 세자와 함께 성문을 열고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그 뒤 계속 수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성 내에는 행궁을 비롯하여 백제의 시조 온조대왕의 사당인 숭렬전, 청량당, 지수당, 연무관 등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동·서·남문루와 장대·돈대·보 등의 방어시설과 비밀통로인 암문, 우물, 관아, 군사훈련시설 등이 남아 역사를 말해준다.

산성은 비상시국 때 관군은 물론 민간인들의 은신처가 됐다

남한산성은 사적 제5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가지정 문화재 2개(성곽, 남한산성 행궁), 경기도 지정문화재 6건(수어장대, 연무관, 숭렬전, 청량당, 현절사, 침괘정) 및 경기도 기념물 2건(망월사지, 개원사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면적은 36,447㎢로 성 안쪽이 2,317㎢(6%), 성 바깥쪽이 34,130㎢(94%)를 차지한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남한산성은 국제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무기 발달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탁월한 증거로, 조선의 자주권과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유사시의 임시수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축조된 유일한 산성 도시이다. 남한산성은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와 무기 체계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남한산성은 험한 지형을 활용하여 성곽과 방어시설을 구축함으로써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단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점을 세계유산위원회가 높이 평가하였다.

산성을 둘러보는 길은 다섯 개 코스가 있으며 짧게는 1시간20분 길게는 3시간 정도 걸린다.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유적지구의 공산성

왜군도 놀란 천혜의 요새, 공산성과 금성산성

공산성은 백제의 수도 공주를 지키던 백제의 산성이다. 언제 쌓았는지 연대를 알 수 없으나 백제 때는 웅진성으로,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공산성으로, 조선 인조 이후 쌍수산성(雙樹山城) 이괄(李适)의 난으로 공산성으로 몽진한 인조는 성내 두 나무(쌍수) 아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쌍수산성이라 하게 되었다. 원래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는데, 조선시대에 석성으로 고쳤다.

백제 멸망 직후에 의자왕이 이곳으로 피신하였고, 백제 복국운동의 거점이었다. 신라시대에는 822년 김헌창이 이곳에서 난을 일으켰다.

남문인 진남루와 북문인 공북루가 남아있고 동문과 서문은 터만 남아있었는데, 1993년에 동문터에는 영동루 서문터에는 금서루를 복원하였다. 암문·치성·고대·장대·수구문 등의 방어시설이 남아 있으며, 성 안에는 쌍수정·영은사·연지·임류각지, 그리고 만하루지 등이 있다.

공산성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송사리 고분군 (사적 제13호)과 함께 등재되었다.

행주산성은 토성으로 이루어 졌다

공산성에서는 매년 9월~10월 백제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제63회 백제문화제가 열렸다. 공주시는 11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공산성 등을 둘러보는 시티투어 가을코스를 운영한다.

금성산성은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등에 있다. 삼국시대에 처음 쌓았고, 태종 9년(1409)에 고쳐 쌓은 후 광해군 2년(1610)에 보수공사를 하면서 내성도 함께 만들었다. 광해군 14년(1622)에는 내성 안에 관청을 건립하고 효종 4년(1653)에 성 위의 작은 담(여장)을 수리하면서, 전반적으로 성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항복은 명에 따라 전라도 전 지역의 산성을 순심하고, 그중 담양의 금성, 독복의 옹성, 나주의 금성산성, 강진의수인산성, 정읍의 입암산성, 남원의 교룡산성 6개 성의 현황을 그림과 함께 보고한 ‘전라도산성도후서(全羅道山城圖後敍)’를 1594년 4월에 지었다. 여기서 이항복은 담양 금성산성을 “동서남 세 곳이 적과 부딪치게 되는 곳인데 형세는 잘 갖추고 있지만 성의 높이가 낮다고 하였다.”고 하였다. 유성룡의 《서애집》의 체찰사 때의 장계에는 “정유란(丁酉亂)에 왜군이 호남의 여러 성을 보고 그 허술함을 비웃지 않는 곳이 없었으나, 담양의 금성을 보고서는 말하기를, ‘조선이 이 성을 굳게 지켰다면 우리 군사가 어떻게 함락시켰는가.’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금성산성은 산성의 둘레가 7,345m이고 성 안에는 곡식 2만 3천 석이 해마다 비축되었다 한다. 금성산성 밖에는 높은 산이 없어 성문 안을 전혀 엿볼 수 없는 형세를 잘 살펴서 지은 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성은 2㎞, 내성은 700ｍ 길이에 돌로 쌓은 산성이다.

동학운동(1894) 때 건물이 많이 불타 없어지고 현재는 동·서·남·북문의 터가 남아 있다. 산성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곳곳에 우물이나 절구통 같은 유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사적 제353호. 금성산성 사적지 일주를 하는 데는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처음에는 토성이었던 성들도 차츰 석성으로 바꿔 축조된다

축성과정과 역사적 변천 과정 명확한 국내 최대 규모 금정산성

부산 금정구 금성동 43번지 금정산성은 조선시대에 돌로 쌓은 석성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숙종 29년(1703)에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바다를 지킬 목적으로 쌓은 곳이다. 전체 길이는 약 17km이다.

《증보문헌비고》에 의하면 박태항에게 책임지어 쌓게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종 8년(1667) 통제사 이지형이 왕에게 금정산성을 고칠 것을 건의하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 전에 쌓은 것으로 보인다.

숙종 33년(1707)에는 성이 너무 넓다 해서 성의 중간에 남북을 구분하는 성을 쌓았고 영조 50년(1774)에는 성이 너무 커서 지키기 어렵다 하여 일단 폐지하였다. 순조 6년(1806)에 성을 다시 고쳤으며, 성벽은 화강암을 자연석 그대로 이용하였다. 대일항쟁기 일본인들이 파괴한 것을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인 1972년 동문과 남문, 1973년 서문, 1986년 북문을 복원하였고, 1976년∼1979년 제1망루, 제2망루, 제3망루, 제4망루를 복원하였다.

숙종 때 경상감사를 지낸 조태동(趙泰東)은 “금정산성의 삼면이 모두 가파른 언덕과 절벽이어서 방수(防守)하기가 어렵지 않고, 서쪽 한 면만은 지세가 조금 낮기는 하나 낮은 곳은 수십 보(步)에 지나지 않다. 서문 밖에는 도로가 험악하고 지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5리(里) 안에 큰 강이 가로 질러서 험준하기가 이와 같으니, 서쪽 변두리가 조금 낮은 것은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금정산성은 축성 과정과 역사적 변천 과정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성이다.

<대동문화 103호. 2017. 11~12월호>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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