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 전남 여수 금오도라 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고종은 금오도를 명성황후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이곳에 사슴 목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 그래서 금오도는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 되었다.

사람의 출입을 금했으니, 이후 원시림 보존 자연의 보고가 됐다. 그래서 남해안의 비경에 저절로 탄성이 흐른다. 이곳이 ‘벼랑길’의 지역 사투리인 ‘비렁길’로 불리는 ‘여수 금오도 비렁길’이다. 전라남도의 친환경 생활공간 녹색길 조성 사업의 하나로 만든 명품 생태길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명품 관광지이다.

녹색의 땅, 녹색 길, 녹색 마음이 되어 걷다

비렁길에선 푸른 하늘, 탁 트인 바다, 해안 절경을 한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섬의 신록이 눈에 그득하다. 남해안은 더욱 눈에 시리다. 동백 숲길이 아름답다. 숲길을 지나면 비로소 앞이 탁 트이는 해안 절벽길이 나온다. 마치 길의 끝, 하늘의 처음에 도착한 것처럼 가슴이 툭 트여 시원하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그 빛을 고스란히 담은 남해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고라 평가받는 섬 탐방길 코스, 금오도 ‘비렁길’이다.

자라를 닮은 섬이라 하여 이름 붙은 금오도는 예로부터 원시림이 잘 보존된 자연의 보고였다.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거무섬’으로도 불릴 정도였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이나 판옥선 등에 쓰이는 소나무인 황장목을 기르고 가꾸던 섬이었다.

금오도의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개설된 비렁길은 본래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니던 해안길이었다. 여수시가 2010년 12월 함구미 선착장 뒤 산길에서 시작해 바다를 끼고 돌며 직포 마을까지 8.5㎞ 코스를 걷기 편한 길로 조성하면서 비렁길이 탄생했다.

금오도 비렁길은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추천한 7곳에 포함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남해안의 비경을 바라보며 절벽 위를 걷는 즐거움을 주는 비렁길은 지난해 30여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걷고 듣고 보는 즐거움 가득한 해안길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걷는 산길, 야생화가 가득한 꽃 들길, 원시림이 우거진 숲길, 갯바위 사이를 걷는 파도길 등이 만들어낸 ‘지상 최고의 느림길’이다. ‘걷고, 보고, 듣는’ 재미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행안부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에 ‘여수 금오도 비렁길’, ‘순천 과거 관문 녹색길’,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 ‘해남 우수영 강강술래길’ 등 9개의 녹색길을 조성 사업이 선정되어 명품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 올해에는 전남도는 영암 왕인 문화 체험길과 장흥 천지인 둘레길 등 도내 4곳에 체험형 녹색 탐방길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녹색길 조성 사업은 지역민 여가 공간 제공과 관광객 유치, 소득 창출 공간 조성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 ‘녹색의 땅 전남’ 지역에는 영암 왕인문화 체험길과 활성산성 이외에 장흥 천지인 둘레길, 곡성 섬진강 둘레길 등 4곳이 뽑혀 국비 17억 5천만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영암군 왕인문화 체험 길은 군서면 인근 탐방로 6km가 왕인 박사 유적지, 구림 한옥마을을 거쳐 월출산의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명품길로 만들어지고 있다.

장흥군 정남진 천지인 둘레길은 15km의 길이로 장흥읍 일대에 조성되며 정남진 토요시장 체험과 탐진강을 둘러보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곡성군 오곡면과 목사동면 일대에 조성되는 섬진강 둘레길은 기차마을 체험 코스와 연계해 섬진강과 보성강 풍광을 감상하고 따라 걷는 15㎞ 길이로 조성된다.

보성군 활성산성 편백숲 보부상길은 6km 규모로 한국차 박물관과 활성산성 편백나무 삼림욕장 체험 공간을 연계해 득량만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탐방로이다. 전남도는 이들 녹색길 조성 사업에 올해 총 3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9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보성군은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에 이어 ‘활성산성 편백숲 보부상길’을 복원하고 있다.

녹색길 탐방객에 남도 문화 알린다

전라남도는 녹색길을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고 주변 관광지를 최대한 고려해 새로운 여가 문화 수요를 끌어들이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전라남도는 녹색길 조성 사업의 추진 성과와 이용 활성화를 위한 녹색길 체험 행사를 열어나가고 있다. 지난 4월 28일과 29일에 여수 세계박람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추진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에 버금가는 명품길로 평가받고 있는 비렁길을 홍보했다.

또 전라남도는 지역 문화예술 단체인 대동문화와 함께 도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월 30일 ‘해남 우수영 강강술래길’ 팸 투어를 개최했다. 2011년도 친환경 생활 공간 조성 사업 완료 지역인 ‘해남 우수영 강강술래길’은 울돌목~우수영 성지~진도대교~법정 스님 생가~우수영 5일 시장~강강술래길 등의 코스를 둘러보는 코스였다.

충무공 이순신의 구국 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1964년 건립한 사당인 충무사에서 충무공 영정에 참배하는 일정으로부터 ‘우수영길’은 시작된다. 충무사에서 우수영항까지의 해안 데크를 걸어 우수영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해남 우수영항을 출발해 울돌목 일대의 옛 명량대첩 유적지를 탐방한 뒤 돌아오는 거북배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영길’은 호국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길이자 청빈한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스님은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에서 태어났으며 아직 스님의 생가가 남아 있다. 이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좋은 삶터로 꼽힌다.

‘우수영길’은 도보로 우수영 수군들이 식수로 이용했던 우물인 방죽샘과 명량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망루인 ‘망해루’, ‘명랑대첩비’, ‘동헌터’와 같은 역사문화 관광지도 포함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 5월 28일 친환경 웰빙 코스로 조성한 명사갯길을 개통했다. 신지면 강독에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거쳐 울몰마을, 내동마을로 이어지는 해안길이 아름답다.

가슴 뜨거운 호국의 우수영 강강술래길

전라우수영 울돌목 물살 체험장은 ‘우수영 호국길’의 하이라이트이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목선으로 133척의 왜적선을 무찌른 곳이 바로 울돌목이다. 장군은 이 명량대첩으로 풍전등화와 같았던 조국 조선의 운명에 숨결을 다시 불어넣는다. 조선 수군의 죽음을 불사한 결연한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전라우수영 기념공원에는 명량대첩 전시관과 기념탑,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는 어록비가 세워져 있어 탐방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명량대첩 전시관과 수변무대 등을 지나면 울돌목을 따라 해안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을 따라 오르면 명량해협의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1.7km 정도 숲길을 걷는 강강술래길이 열린다. 전망대를 지나 학동리 마을~문내면 우수영성지 등으로 연결되는 강강술래길은 2시간 정도 소요되며, 바다 배경과 더불어 역사의 흔적 등 볼거리가 넘친다.

참가한 심연희 씨는 “전라우수영의 조선 수군들과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뜨거운 호국의 심혼을 걸으면서 느껴볼 수 있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전남도 관계자는 “녹색길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역사와 향토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탐방로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용객들에게 사랑받는 명품 녹색길로 육성하고 특히 지역 기업 참여와 사업 조기 발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영묵 전남도 녹색성장정책실장은 “‘녹색의 땅 전남’ 이미지에 맞게 도보 중심의 새로운 친환경 생태 명품 녹색길을 조성, 지역의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을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양 웰빙 코스인 완도 명사갯길은 다도해의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대동문화 71호 [2012 7.8월호]

김은정 대동문화 문화예술교육단장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