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콩을 뿌수고 각지게 꾹꾹 눌러 햇볕에 잘 말려야 장맛이 좋단다

아따 동상 언저녁에 자네 서방허고 뭔 일 있었는가? 히마리가 한나도 없네 잉? 아 메주를 뜰라믄 쑨 콩을 요 도구통으로 사정없이 잉깔라부러야쓴디. 자네 심 쓴 거 본 게 글 안해도 빼빼 말라갔고 아무래도 언저녁에 뭔 일이 자네가 있구먼. 하기사 자네나 아네 아저씨나 심이 남아 돈께 말이시, 잉. 동상~ 다리가 풀린 거 봉께 뭔 일이 견시 있었구마 잉.

요 장이라는 거이 말이시. 한 살림 허는 거인디 잉. 절라도 맛이 여그서 나오제. 물이 좋아야 허고, 물만 좋다고 다 된 거이 아니여. 콩도 좋아야 쓰고,

간수 몰래논 소금도 좋아야 쓰고, 바람도 좋아야 허는 거이고, 해도 좋아야 허는 것잉께 장맛이 지대로 날라믄 티가지 없이 삭신이 칼칼해야 쓰네 잉. 목욕재계는 못할망정 부정헌 짓거리 허믄 장맛이 삼천포로 가부네 잉.

찐 콩을 뽀사갖고 각 지게 꾹꾹 눌러. 글고 인자 햇빛에다가 몰래. 글다가 벼짓가리로 새끼 꽈서 메주를 건단 말시. 글고 메주를 적당히 띄워갔고, 흐컨 곰팡이가 필 때까장 말렸다가 씻어. 고란 담시 소금 물을 항아리에 안혀서 띄우제. 숯허고 고추허고 넣놔불믄 끝나제

된장이 동동동 뜨믄 간장을 쪼로록 따라갔고, 데리제 글믄 간간허니 맛깔 내는 간장이 되제. 된장도 도가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가 반년이나 나믄 지 되얐을 때 꺼내서 먹제.

아이, 글라믄 메주가 찰박찰박허니 딴딴허게 맹글어져야 헌디, 자네 콩 잉깔르는 폼을 본께 제대로 안 되겄네야 잉. 고라고 메가리 없이 헐라믄 놔두소. 깐딱깐딱 해도 자네보담 나가 낫겄네.

장맛은 달아도 안 되고 써도 안 되고 너무 틉틉해도 안 되야. 간간허니 군네나는 끈기가 쎄빠닥에 은근허니 달라붙어야 되야. 글고 지가 국이나 양념에 들어가도 지 맛은 안 나고 국거리 맛을 살살 태워내야 혀. 긍게 장맛은 지 맛이 아니여.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지 맛은 읍어지고 남의 맛의 도와줘야 지대로 된 장맛이여. 글믄서도 은은허니 뒷맛이 엥그라져야 혀.

옴박지에 담겨도 장맛은 장맛이라고, 그랑께 장을 우리 한국 사람덜이 좋아허는 것이여. 국맛을 도와주고 찬맛을 도와준께, 우리덜 마음허고 탁했다 그말이여. 글고 장은 오래가잖여. 사램도 오래 가야 본맛이 난께, 된장을 탁했다 그말이여.

요치게 말이제. 요란 절라도 장맛같언 사람들은 벨로 못봤어 나가. 사람이 자기 잘나고 했을 때는 말이여, 놈들 위허고 다른 안된 사람 도와주고고 말이여, 은근허니 오래 가도 그 맛이 배레불지 않은 고런 장맛 같은 사람덜이 없드란 말시.

장 단 집에는 가도 말 단 집에는 가지 말라고 말이여. 요참에 뭔 선건 후보가 문가 살살 낯바닥 내미는 사람들이 많담서. 긍게 고란 사람덜은 우리가 뽑아놓고 우리 가심 치는 일이 읍이 첨부터 알쪼로 알아봐야 쓴디, 원체 얼굴에 철판을 깔아불고 굽신굽신 헝께 어떤 놈이 어찐 놈인지 몰른다고? 글만 허제.

그랄 때는 말이여. 쩌 냥반이 요 장꼬방 맹이로 볼품은 없은 직이나 또랑또랑허니 지 줏대가 있고 허는 일이 은근허니 지 헌 말은 지킬라고 허고 놈 위헐라는 맴이 있고, 낫바닥 부끄러운 종 아는 놈 같소 그라믄 찍어부쇼. 뭐시 달라질 거이 있답디여. 나넌 고놈이 고놈입디다. 지 앞가림이나 잘 허믄 좋겄소. 간살스러운 놈은 언제 속심이 나도 다 보이는 거잉께 잉.

그나 자네는 나가 요라고 떠들어싸도 어째 한 마디도 안 헝가? 나한티 뭔 써운헌 거이 있는가? 아니제! 잉. 허치지 말고 잘 찧소. 아따 그나 새해가 된께 까치가 짝짝 울어쌓고 서울 간 막둥이가 보고 잡네. 올해는 뭔 좋은 일이 있을랑가 몰러 잉.

-2011 가을 화순 만연사에서-

대동문화 68호 [2012년 1.2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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