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가옥

일본 오이타 현의 관문인 히타(日田)시는 과거 에도 막부의 직할지로 큐슈의 중심 도시였다.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지에서 몰려 든 상인들로 늘 북새통을 이뤄 ‘큐슈의 모든 돈은 히타로 모인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히타 시가 ‘작은 에도’로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에도를 본 딴 건물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성(城) 아래에는 바둑판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도시 계획이 수립돼 다른 도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도시 경관을 선보였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와 영주 체제가 무너지면서 막부 직할지였던 히타는 더 이상 번영을 구가할 수 없었다. 영주와 금융 거래를 하던 히타 상인들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금융과 상인의 큐슈 중심 도시에서 옛 빈집만 남은 쇠락한 도시로 변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히타 지역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들과 낡은 집들만 남았다. 그렇게 100여 년이 흘렀다. 모두들 더 이상 히타를 큐슈의 중심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후쿠오카, 구마모토, 벳부, 유후인이 큐슈의 경제와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에도 시대 건통 건물을 지키자

산업 경제 시대가 지나고 2000년대 들어 지식, 창조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히타 시에도 새로운 기운이 일어났다. 어쩌면 더 이상 무너질 수 없는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독한 오기가 지역민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마메다마치 번영회를 중심으로 에도 시대(17세기)부터 쇼와 30년대(20세기)까지 옛 건물들을 보존해 일본의 전통을 보여주자는 지역 재생 전략이 제시됐다. 마메다 지구 진흥협의회 소속 개인과 단체 200명이 2005년 ‘마메다마치 전통건물보존회(豆田町 傳建保存會)’를 발족했다.

보존회는 전통건물 지구에 있는 역사적 거리를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지켜 후대에 전하는 동시에, 주민의 손으로 역사 마을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보존회 회원들은 전국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 협의회 총회와 연수회에 참가해 역사 도시 비법을 전수받았다.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마메다마치 통신>이라는 소식지도 발행했다. 소식지는 2개월마다 발행해 무료로 배포하는데 독자가 4500명에 이른다. 보존회는 또 △무료 설계와 공사 상담회 △역사도시 강연회 △전통행사의 참여와 협력 등을 추진했다.

손자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을 되길 바라며

보존회 주도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쿠사노혼칸(草野本家)’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 건물은 에도시대 히타 지역의 거상(巨商)이 살던 주택으로 마을의 상징적 건물이었다.

마메다마치의 전통 건물 보존 지구는 10.7ha로 전통건물 164채, 전통 공작물 84건, 환경 물건 41건이 포함돼 있다. 지구 인구는 226세대 549명이다.

전통 건물 보존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옛거리를 남긴다 △낡은 거리와 상점가를 활성화시킨다 △역사적 유산을 살린 축제를 벌인다 등 마메다마치 3대 지역 비전을 공유했다.

기노시다(63) 마메다마치 전통건물 보존회 부회장은 “내가 60년 동안 살아온 마메다마치가 자식과 손자들에게 정말 자랑하고픈 그런 마을이 되기를 염원한다”면서 마을 재생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스스로의 헌신성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재생 원칙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자기 지역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이 낳고 자란 지역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둘째로 자기 지역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하찮은 마을 역사는 결코 없다. 우리 마을의 역사를 알고 지켜야 한다. 셋째, 자기 지역을 어떻게 하고 싶은 지 생각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마을의 미래, 희망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재생은 지역 사람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 시청이나 외부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주민 스스로 헌신성을 발휘해야 한다 등이다.

관광객 60만 명 방문하는 전통 축제

마메다마치는 에도 시대의 전통건물을 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마을 전통 건물이 하드웨어라면 축제는 소프트웨어이다. 연간 열리는 축제를 보기 위해 60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

히타 지역의 대표 축제는 매년 11월 둘째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개막하는 ‘히타 천령축제’이다. 히타 시는 지난 1979년 막부의 직할지인 천령 히타의 이미지와 역사적 자산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벤트를 시작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사이고스지 군다이 착임행렬’로 에도 시대 복장을 한 200여명이 옛 건물이 즐비한 마메다마치 거리를 걷는 일종의 에도 시대 퍼레이드이다. 게이샤와 무사, 쇼군 등 막부의 풍경들이 연출된다.

밤에는 ‘천년 아카리(죽등)’ 축제가 열린다. 지난 2004년 처음 열린 아카리 축제는 ‘과거 천년, 미래 천년’을 슬로건으로 낮에 옛 건물을 보며 과거 천년을 기억하고, 밤에는 대나무 등불을 켜 미래의 천년을 기약하는 스토리이다.

마메다마치를 가로지르는 카게츠 강 둔치에 약 3만 개의 대나무 등불을 밝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나무 등불은 대나무를 비스듬히 자르고 대통 속에 촛불을 넣어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울리는 대면

2월15일~3월31일까지 열리는 ‘마메다마치 오히나 마츠리’도 유명하다. 이 축제는 에도 시대 도쿄에서 벌어지던 전통놀이였으나 명맥이 끊겼다. 대신 에도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마메다마치에서 복원한 것으로 자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축제다. 처음에는 3월생 딸, 5월생 아들을 갖은 부모들이 참가했으나, 요즘에는 모든 부모들이 참여해 강가에 종이인형 배를 띄우며 자식의 무병 건강을 기원한다.

350년 동안 이어진 히타 기원마쯔리도 볼만하다. 매년 7월 20일 이후의 토, 일요일에 열린다. 마을 사람들이 4개의 화려한 가마를 들고 마을을 도는데, 역병과 풍수해로부터 마을 지키고자 하는 기원이 담겨 있다. 가마꾼들의 웅장한 구령 소리와 전통 음악이 매력적이다.

마메다마치에는 자판기가 없다. 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에서 자판기를 구경하기 힘들다. 물건을 팔 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울리는 대면(對面) 판매를 해야 한다는 ‘마을 약속 헌장’ 때문이다. 주민들은 서로 역사 도시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간판이나 건물은 세우지 말자고 약속한다.

황폐한 에도 시대의 그림자에서 이제는 60만 명이 몰려오는 히타시 마메다마치, 거기에는 전통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다시 큐슈의 빛이 된 지역 전사들이 있다.

대동문화 8호 [2012년 1.2월호]

일본 사례-일본 오이타현 마메다마치를 가다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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