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호 작가는 조선대 판화미디어 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그는 많은 단체전과 몇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미술대전에서 몇 차례 수상을 경험한 젊은 작가이다. 그는 초기 작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현대문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강동호의 작업은 주로 캔버스 위에 아크릴을 이용하여 현대문명에 대한 내러티브를 작가의 순수한 시지각적 감각을 통해 형상화한다. 이 형상은 사물의 특징적인 조형 요소만 뽑아 평면적이고 단순화되고 기호화되어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 이미지에 대해서 흥미를 갖는 것은 그의 몇몇 그림을 제외하고는 이것들은 마치 미성숙한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얼핏 지저분하게 비정형적으로, 비리듬적으로 덕지덕지 끼어있는 듯 화면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이것은 강동호의 작품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는지를 고찰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강동호의 예술적 단서는 무엇인가? 필자는 이것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자유로움, 즉흥성, 단순성, 그리고 진솔함

강동호 작가는 예술적 표현 활동에 있어서 ‘즉흥’에 기반을 두고 시지각적인 감각을 통해 비개념적인 형상을 펄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넒은 의미에서 감각 표현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어떤 대상을 개념화시키거나, 요청되거나 계획되도록 그리지 않는다.

예술 인식활동에 있어서 주요한 ‘오성(understanding)’, 혹은 ‘인식론(Erkenntnistheorie)’적인 활동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볼 때, ‘시각(vision)’이라는 감각(sense)에 의해서 지각(perceive)하게 되고 동시에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키게 된다. 이 세계는 감각적 구성 세계이며, 오성이 개입되거나 인식되어 대상을 추리하고 판단하고 개념화하는 세계와 구별된다. 결국, 이성적인 개념이 없는 순수 시지각적인 세계인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먼저 어떠한 개념이나 의미를 만들어두고 거기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의미나 개념을 먼저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머릿속에서 계산이 되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의미나 개념의 틀에 얽매어져 자유스럽게나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그림을 그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내면의 소리’, ‘내적인 필연성’을 가지고 작품을 창조해야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것은 외적인 형식을 뚫고 들어가, 사물의 내적인 존재에 도달하여, 우리의 모든 감각을 사용해 사물의 내적인 진동을 포착하게 해준다.

전자인간 05, acrylic on canvas, 215×310cm, 2012.

삶을 파악하는 독특한 방식, 즉흥적 순수함

즉 자연의 대상이나 물리적인 대상을 개념화하지 않는 순수한 시지각적인 세계를 포착할 수 있는 시지각적인 감각은 예술가에 있어서 작품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추상회화를 옹호했던 그가 즉흥적인 순수함을 강조했던 것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강동호의 작업은 이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작품은 주로 상상력에 의존하여, 즉흥적이며 순간에 느끼는 것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항상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내 몸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음을 느낀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 하나하나 무엇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관계와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영향들에 대한 모습들이 나의 생각과 상상에 어우러져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각적인 감각을 구성하는 방식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그림을 그린 것과 비슷한 형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0년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에서 전시된 일련의 ‘이름 없는 친구들(Nameless Friends)’ 작품들은 어린이들이 그린 단순한 기하학적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드로잉의 디데일도, 원근법적인 변형도, 형태의 패턴이나 리듬적인 요소도 없다. 따라서 고정된 관념도 없이 직관적인 관계로서 묘사가 이루어져 있다. 또한 사물간의 시공간적인 거리 표현이 없으며, 얼굴의 눈, 귀, 입, 코 등은 다시각인 방향으로 산발되어 전개되어 있다. 그리고 아동화같이 단순성(simplicity)의 경향이 두드려진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강동호 작가가 “아이들의 순수함, 즉 세상으로부터 때 묻지 않은 동심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에너지라 생각된다. 그래서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과 없이 거침없이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1954년에 출간한,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 1904-2007)의 <미술과 시지각(Art and Visual Perception)>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른 하임은 ‘어린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구디너프(Goodenough)의 주지론적 견해인 어린아이들은 아는 대로 그린다고 하는 개념화된 것과 정반대의 논의였다. 게슈탈트(Gestalt) 이론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어떤 대상을 시지각적으로 나타낼 때 그것을 상징적 단순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시지각적인 구상 감각은 사진기가 ‘어떤 대상’을 기록하는 기계 작용과 다르게 ‘어떤 대상’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ncounter01, acrylic on canvas, 155×160cm, 2012.

현대문명과 문자 기호적 담론 담은 회화

그런데 이와 같은 그의 그림은 현대미술사적으로 볼 때, 추상회화이면서 그래피티적인 그림 넓게는 팝아트 군에 속하는 작품이다. 특히, 그의 그림은 미셀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60~1988), 키스헤링(Keith Harring, 1958~1990)의 작품군에 직접적으로 가까이 접근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그들의 작품이 어린아이 낙서와 같은 그림형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문명의 내러티브를 태그와 같은 문자 기호로 접근하여 문학적 담론을 제공하는 것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강동호의 2012년 금호갤러리에 전시된 일련의 ‘조우(遭遇)’작품들 중 ‘HAHAHAHA’, ‘Who are you?’같은 은유적 암시는 감상자에게 사회 예술적 담론 읽기를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강동호의 작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대동문화 71호 [2012 7.8월호]

오윤철 예술철학 박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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