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 거기에 깊이 빠지거나 몹시 즐기는 사람들이 집결한 곳이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지인이 생각난다. 그는 만날 때마다 늘 고주망태로 취해 있었다. 그런데도 음악을 들었다. 흐려지는 눈을 부릅뜨고 기어이 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고는 MP3 플레이어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볼륨은 최대로 키웠다. 음악을 들을 때 그의 표정은 행복했다. 그는 타고난 탐미주의자일 것이다.

메이홀이 그랬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 거기에 깊이 빠지거나 몹시 즐기는 사람들이 집결한 곳이다. 예술적 공유와 문화담론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가끔 술에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의 온기가 따스하다.

“끼리 집단은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사람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은 씨앗이고 거름이죠. 발상 전환적인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죠. 그래서 시민을 위한 공연과 전시, 강좌 등을 보다 다양하고 늘 새롭게 준비 하려고 합니다. 물론 메이홀은 회원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입니다.”

“회원들의 공간, 모두가 주인”

메이홀 가족들 모두 존재로 활동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임의진 메이홀 관장)

메이홀은 오월 항쟁을 상기시키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봄날의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3층은 리셉션홀, 4층은 전시장, 5층은 이벤트 행사에 사용된다.

모두 십시일반 모았다.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관 주도에서 벗어나 문화를 자생적으로 이끌어 간다. 교류도 일어난다. 다른 지역에서 광주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메이홀은 그들이 마음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도 사용된다. 때에 따라 각자의 지인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모든 예술가들을 품을 수 없지만 인연이 된 예술가들에게는 귀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단체들과 대립각을 만들고 싶지 않고 모든 이들과 친구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메이홀 가족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적지 않는 고민도 있지만 모두 의식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광주에서 보기 힘든 혹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우리가 해보자는 것인데 아직까진 즐겁습니다.”

메이홀은 문을 연지 2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메이홀이 예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높다. 공연·전시·강좌를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다. 그때마다 메이홀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하면서 서늘한, 독특하고도 진기한 월드뮤직이 흘러나온다.

푸른 어스름이 깃드는 낯선 골목길, 또는 청동 말안장이나 이국행 비행기, 출렁이는 배, 비포장 길을 내달리는 퀴퀴한 버스나 낡은 승용차에서 들으면 대번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노래들이다.

“과하게 움직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달 동안 행사들을 많이 했습니다. 초창기에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적절한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사랑도 그렇죠. 처음부터 다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은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도망가게 마련이지요.”

예술적 공유와 문화담론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가끔 술에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의 온기가 따스하다.

메이홀, 자생적인 것들의 힘

메이홀이 갖고 있는 힘은 만만치 않게 크다. 첫 개관식 때부터 몇 백 명이 오갔던 곳이다. 그 만큼 사람들은 메이홀이 문화적 갈증을 풀어줄 거라 생각한다. 메이홀은 자생적인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홀 임의진 관장은 말한다. “광주 정신은 돈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 곳 문화예술인들은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 좋은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메이홀 가족들 모두 존재로 활동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시민들에겐 위안이 되고 문화 운동하는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려면 생각 맞는 사람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오늘도 메이홀에는 광주의 예술가들이 드나들며 생을 살피고 있다. 자기만의 예술 영역을 조심스럽게 혹은 당당하게 이끌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은 쉼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생산한다.

밤이 깊어 눈 뜨면 사람들은 반쯤 제 각기 흩어질 테고 남은 사람들은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가방을 찾아 어깨에 매느라 부산할 것이다. 그 순간에도 음악은 여전히 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순해진다. 살아갈 힘도 얻는다. 그것이 메이홀의 힘이다.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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