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봇 연맹이 발표한 2017년 세계 로봇 통계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1만 명당 로봇의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 1위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는 631대로 세계 평균보다 약 8배 높다. 물론 산업용 로봇의 수에 큰 영향을 받은 통계 수치로서, 이것이 그 나라의 로봇 공학 기술이나 로봇 산업 수준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로봇은 우리 삶의 영역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존 조던 저 '로봇수업'. [사진=사이언스북스]

인간이 로봇을 조종할까, 로봇이 인간을 조종할까? 로봇은 인간을 대체할까? 인간은 로봇의 지배를 받게 될까? 로봇이 우리 인간의 삶 속에 들어온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우리는 로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간은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달리기 시합에서 결코 자동차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여 인간의 활동과 편리함을 극대화한다. 로봇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가 출간하는 『로봇 수업: 인공 지능 시대의 필수 교양(Robots)』은 시민의 필수 교양으로 로봇 공학에 주목한다. 왜 필수 교양인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그에 따른 새로운 규칙과 규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30년 완전 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기치로 내걸며, 2018년 5월 현재 자율 주행 자동차 45대의 임시 운행을 허가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미래의 운전면허 제도는 현재의 것과 동일할 수 있을까? 로봇이 기능을 더해 갈 때마다, 인간만을 행위의 주체로 보던 과거의 인간 중심주의적 판단과 규칙, 윤리는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로봇의 경제적, 사회적, 파괴적 영향력은 자동차가 인류에게 미쳤던 영향과 비견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변화 속에서 인류는 앞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과 규범, 길을 요구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존 조던(John M. Jordan)은 국가와 민간 차원 모두에서 최근까지 이루어진 로봇 공학의 발달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며, 인간이 로봇에 종속되기보다는 인간과 로봇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현실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이 책은 총 9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로봇 공학을 조망하여 이 분야의 특수성을 밝히는 데 주력한다. 먼저 1강 ‘로봇을 아십니까?’는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로봇 담론을 진단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왜 지금까지의 로봇 담론은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못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논해야 하는 로봇 공학의 쟁점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현재 로봇 공학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여러 단계 중 기술의 미래 영향력을 결정해야 하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고 본다. 로봇이 미래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결정을 소수 전문가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2강 ‘로봇이 나타나기까지’와 3강 ‘20세기 로봇 오디세이’는 기존의 로봇 담론을 좀 더 상세히 탐구한다. 학문상 통일된 로봇의 정의는 없지만 우리는 직관적으로 로봇을 알아본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로봇의 개념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강 ‘로봇이 나타나기까지’는 특히 인공 생명체를 규정하고 만들려는 인간 열망의 오랜 역사에서 로봇을 바라본다. 보캉송의 오리와 『프랑켄슈타인』, 로봇 공학의 3원칙은 이 역사의 주요 시점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대중적인 로봇의 이미지는 20세기의 대중문화가 구성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3강 ‘20세기 로봇 오디세이’는 카렐 차페크의 『R. U. R.』부터 아시모프 의 소설들, 「스타워즈」와 「철완 아톰」으로 이어지는 현대적 신화의 여정 속에서, 기술에 선행하는 로봇 문화가 로봇 공학과 대중의 인식에 미친 효과를 살펴본다.

4강 ‘감각, 사고, 행동’은 현재의 로봇 공학의 현주소를 개괄한다. ‘감각-사고-행동’은 로봇의 작동 원리를 단순화한 모형이다. 주변 환경을 감각하고, 감각한 정보에 근거해 계산을 수행하며,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 작동 원리를 나타낸다. ‘감각-사고-행동’ 모형을 통해서 우리는 센서와 인공 지능, 골격과 구동기가 로봇의 필수 구성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각 구성 요소의 현 상황과 도전 과제를 확인하는 한편, 저자는 현재의 로봇 공학을 둘러싸면서 발전에 기여하는 외적 요인들을 아울러 설명한다.

존 조던 저. '로봇 수업' [사진=사이언스북스]

5강 ‘로봇 드라이버’와 6강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은 특정 분야에 도입된 로봇 공학 기술을 밝히면서, 이 새로운 결과물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논의들은 시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오히려 부족하다. 5강 ‘로봇 드라이버’의 주제는 자율 주행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인간의 활동 반경을 넓히며 생활양식을 뿌리 채 뒤흔들었지만, 자율 주행차가 다시 한 번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만 갖지는 않는다. 이미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자율 주행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책임 문제를 놓고 기업과 개인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6강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 또한 첨예한 논쟁거리인 전투용 로봇을 다룬다. 아군의 인명 피해를 줄이고자 비대칭 전력의 일환으로 투입된 전투용 로봇은 이미 육지와 공중, 해상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의 살상 능력에는 인간의 살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윤리 문제가 있다.

6강까지 읽었다면 이제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룰 차례다. 7강 ‘쇼 미 더 머니 로봇’은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까?’라는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을 것이다. 그 공포는 크고 넓다. 물론 로봇이 인간을 단조로운 업무에서 해방하고 인간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게 할 뿐만 아니라, 로봇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리라고 보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로봇의 파급력은 행위자와 지표 등을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할 때 예측 가능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 가지 질문들이 여기서 떠오른다. 인간은 무엇을 잘 하는가? 컴퓨터는 무엇을 잘 하는가? 인간과 컴퓨터의 협력은 다가올 미래에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인가?”

8강 ‘인간과 더불어’는 탐색과 구조 로봇, 개인 돌봄 로봇 등 인간과 로봇의 다양한 상호 작용을 구상한다. 저자는 ‘켄타우로스’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이는 인간과 로봇이 짝을 이루어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상호 작용은 사회적·기술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므로, 맥락을 떼어 놓고 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 장에서 인간과 로봇의 상호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어떻게 인간과 로봇 간의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끌어 낼 것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9강 ‘미래 경로를 탐색합니다’는 로봇 공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2045년에 넘어서리라는 커즈와일의 ‘특이점’ 이론은 덮어두자. 저자는 우리에게 특이점 이론보다 더욱 현실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저자가 말하는 현실적인 시각은 우리에게 유용함을 주는 도구이자 우리가 미래에 더불어 살아갈 동반자로서 로봇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로봇을 미래의 동반자로 맞이할 우리 자신을 더욱 심도 있게 탐구하는 과정 모두를 아우른다.

“우리는 곧 우리의 물리적 세계에서 로봇과 함께 살아가고, 또 로봇은 이 세계를 변형시킬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로봇(공학)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던 생각의 틀에 의문을 가져 볼 시기인 것이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바는 바로 인간과 로봇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도구는 공진화한다. 즉 우리가 우리의 로봇들이 가진 많은 영향들에 적응하듯이, 우리가 자의식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로봇과 상호 관련성을 갖는 자리에 더 많이 위치시켜 갈수록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빈곤하게 하기보다는 개선시킬 수 있는 인간과 로봇 간 협력을 더 일찍 설계할 수 있다.”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필수 지식으로서 로봇과 로봇 공학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청소년과 인문·사회 과학도, 로봇 사회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시민까지 독자층으로 아우르는 로봇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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