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전일빌딩 모습, 이 건물이 광주의 역사를 말해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우여곡절도 많고 기간도 많이 걸린 만큼 지역민들의 기대도 크다. 과연 기대만큼의 문화예술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와 연관하여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가 큰 기대만큼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인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전부터 주변 활성화를 위해 공·폐가와 공실을 활용해 갤러리와 박물관 등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지난해까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문화전당 및 전당주변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활성화 계획에는 7대문화권 사업추진현황, 전당주변 공.폐가, 공실 등을 활용, 8곳의 문화시설을 조성키로 하고 부분별로 사업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전남도청이 있을 당시만 해도 문화전당 주변은 호남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의 어느 도시처럼 기능적, 물리적 성장만을 지향함으로서 개성 없고 천편일률적인 도시모습으로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광주만의 역사성, 정체성 표현

아시아문화전당 시설을 중심으로 한 문화도시조성사업이 시작점이라는 인식하에 주변지역인 충장로, 금남로, 예술의거리 등 원도심에 있는 미술, 공연 등의 문화시설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시아문화도시의 구심점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의 큰 틀에서 원도심 지역이 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광주의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문화적, 예술적, 생태적, 특성들이 표현되어 조성될 필요가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주변의 전반적인 경관과 경관요소인 건물, 가로시설물, 스카이라인, 광장, 가로수, 상업지경관, 공원녹지경관, 옥외광고물경관 등 전반적인 주변경관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정비 및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독일의 칼루스나 프랑스의 리옹 등 선진 국가들은 문화광장에 독특한 방식의 조명경관을 꾸며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충장로는 미디어아트로 도시재생을 계획하고 있다. 빛의 고장에 어울리는 도시경관을 꽤하는 시도이다. 상점과 예술을 융합하는 복합체의 영업으로 옛 충장로의 활기찬 길거리를 꿈꾼다.

금남로가 시작되는 1번 길에 전일빌딩이 있다. 광주가 성장해 오는 동안 광주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군부시절엔 전일빌딩에 모 신문사와 방송국이 자리하여 광주전남의 눈과 귀가 되어왔다.

2011년 광주시의 요청으로 광주도시공사가 매입, 관리하고 있는 전일빌딩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본격화됐다. 시는 빛고을문학관, 언론박물관, 예술인 창작스튜디오 등 3개 시설을 수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문인협회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문학관을 백지화한 것을 시작으로 민관협의회를 통해 마련한 활용방안 자체가 백지화됐다.

이후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채널을 추진하려 했으나 그것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또 민주광장 조성사업 2단계 사업으로 전일빌딩을 모두 철거하고 주차장 시설과 녹지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시민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건물의 후면부만 철거하고 전면 부는 보존해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지난 해 12월 광주지역 1인 창조기업 광고·기획회사인 '애드마이어'가 전일빌딩 외벽을 활용해 광주·전남지역의 축제 및 주요 시책을 알리는 문화달력으로 만들자는 시민제안서를 제출 했다.

건물 벽면을 여느 종이달력처럼 구현하는 것으로, 외벽은 흰 페인트로 도색하고 유리창을 숫자가 표시되는 전광판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다. 전광판에 떠오르는 숫자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의 날짜를 의미하며, 전광판 아래 흰 바탕의 여백에는 지역의 주요축제 행사를 적어 '문화 알리미' 역할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제안'으로, 건물의 소유주인 광주도시공사를 비롯해 광주시·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타만 메면 아무 곳에서나 공연이 가능한 문턱 없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낮은 문턱으로 모두가 주인인 전당

전일빌딩은 지난 1968년 광주 금남로에 준공된 이후 5·18 주화운동과 6월 항쟁 등 광주의 민주함성을 지켜본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문화전당 주변과 예술의 거리에는 10여군데 남짓 갤러리가 있다. 문방사우를 판매하는 상점과 도예공방 또는 표구점, 개인화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쇄골목으로 기계음이 끊이지 않았던 거리들의 상점들이 하나 둘씩 폐점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주변으로 분포된 이 점포들을 활용하여 갤러리를 늘리고 문화공간을 꾸미는 방안도 생각해봄직 하다.

근대화역사의 산실인 양림동엔 갤러리와 각종 기념관, 음악학원, 무용학원, 판소리나 사물놀이를 사사하는 곳도 산재해 있다. 이러한 장소들도 활용하는 방안을 문화전당의 목적에 맞게 일상적인 예능과 문화전당을 연결해야 한다고 본다.

문화전당내의 넓은 공간 역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당 입구 광장에 길거리 공연장을 만들어 아무나 기타만 메면 공연을 즐기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유명한 작가가 만든 조각상이 아니더라도 편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조각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그런 주변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활성화를 원하면서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동참해야 한다. 의식수준도 끌어 올려야 한다.

고품스럽고 제법 수준 높은 전시회나 공연 유치도 좋지만 초등학생에서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전체가 아우르는 문화전당이 진정한 우리의 몫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화재단 92호. 2016년 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