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로 지정된 이선제 묘지

보물 제 1993호로 지정된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粉靑沙器 象嵌 ‘景泰5年銘’ 李先齊 墓誌)” 특별전과 함께 과거급제 행렬과 홍패 고사를 복원 재현하는 괘고정수 축제가 9월 10일 열렸다.

광주광역시 남구청과 묘지 기증자인 도도로키 구니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김승희), 향토문화개발협의회(회장 이종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김홍동 사무총장, 광산이씨도문중(도유사 이병학과)이 함께했다.

이선제 묘지(墓誌)는 1998년 무단 유출되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노력으로 일본인 소유자가 2017년 8월에 무상 기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 소유자 광산이씨도문중은 국가 기증에 동의하고 협상 전권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위임하여 환수될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온 온 이선제 묘지는 2018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93호로 지정되었다. 광주 출신 역사인물 이선제의 활동을 알 수 있는 점, 분청사기 상감 묘지로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점, 특히 아름다운 문화재 환수의 모범 사례라는 점도 평가를 받았다.

9월 10일 광주박물관에서 열린 광주 귀향 특별전 행사에서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이선제 묘지, 20년만에 광주 귀향 특별전” 개막식을 9월 10일 10시에 열고 12월 10일까지 전시한다. 중앙홀에서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설치 미술 작가(김상연)의 영감을 반영한 특별한 전시기법을 도입하였다.

특히 이날은 일본인 기증자 도도로키 구니에 여사가 참여해 소장과 기증의 경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2018 광주비엔날에”(2018.9.7~11.1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18”(9.1~10.31, 목포문화예술회관 · 진도군 운림산방 일원) 등과 연계한 특별한 문화 마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후 1시 30분부터는 남구 원산동 괘고정수, 이선제 부조묘 일원에서 과거급제 행렬을 재현하고 홍패고사를 하는 괘고정수 축제가 열렸다. 원래 괘고정에서는 과거급제자가 있을 때 버드나무에 북을 걸어 놓고 축하 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이선제 묘지 보물 지정 축하와 함께 문화축제로 재현한 것이다.

이선제 문과급제 10주갑(600년) 과거급제행렬 재현행사 장면으로 농악대와 함께 마을길을 걸어 들어오고 있다.

이선제는 1419년(세종1)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이제 10주갑 600년이 되는 시점에서 과거급제 행렬과 홍패고사를 복원하여 남구와 광주의 정례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예정이다. 괘고정수축제에는 터울림 전통예술원과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등이 함께 기획(감독 이대휴, 한석중)하여 전문 국악인들이 대거 참여 했다.

‘홍패 고사(紅牌告祀)’란 과거급제자가 돌아오면 사당에 고하고 부모와 동네 어른들이 참석한 가운데 홍패를 모시고 일생의 만사형통을 비는 데 국악 전문인들이 흥겨운 한마당을 함께 했던 것을 말한다.

한편, 이선제 묘지는 국가에 기증되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소장 전시됨으로 복제 묘지를 만들어 이 날 이선제 부조묘에서 고유제를 지낸 뒤 묘소에서 매안식(埋安式)을 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날인 9일 매안식을 먼저 이행하는 바람에 이날 참가자들은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희태 향토문화개발협의회 전문위원은 " 복제 묘지의 매안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고증에 따라 전통 예식을 따르되 현대성을 가미하여 교육과 체험의 현장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 관계자는 "엄중한 행사인 만큼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선제(1390~1453)는 광주 출신으로 문과에 급제한 뒤 집현전의 당당한 일원으로 제도정비, 역사·국방‧경제‧의료 정책분야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특히, <고려사>, <태종실록> 편수에 참여한 바 있다. 광주향약을 실시하여 향풍을 진작하였고 강등된 광주목의 복구를 위해 힘썼다. 광주목으로 복원된 해(1451년)에 건립된 희경당(喜慶堂)의 원운(原韻)을 짓기도 했다.

참여자에게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발행한 <이선제 묘지 귀향이야기>-불법반출과 기증, 보물이 탄생되기까지-책자가 증정된다. 또한 10월 27일에는 국립광주박물관에서 호남사학회와 공동으로 호남 사림과 필문 이선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도 할 예정이다.

괘고정수 축제의 타고장면

이선제 묘지 보물 지정을 기념하여 갖는 특별전, 괘고정수(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4호)와 이선제 부조묘(광주광역시 민속문화재 제7호)일원에서 열리는 괘고정수축제를 계기로 문화재 애호의식의 확산과 지역 문화자원 활용이 보다 더 다양하게 시민속으로 파고 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 묘지(墓誌)는 지석(誌石)이라고도 하며 돌아가신 분의 간략한 행적을 돌에 새기거나 도자기로 구워 묘광 안에나 묘광 앞에 묻는 기록물이다.

*분청사기(粉靑沙器)는 회색 또는 회흑색의 태토(胎土) 위에 정선된 백토(白土)로 표면을 칠한 뒤 유약을 씌워 구운 조선 초기의 도자기이다.

*부조묘(不祧廟)는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4대를 지나도 신주를 옮기지 않고 사당에서 제사를 지낸다. 이선제부조묘는 국가에서 인정한 국불천위이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