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양서원은 탐진 최씨 문중의 선조들을 모신 곳이다. 광주 문화재자료 제3호이다.

서원이면 으레 심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때에 서원 뜰은 고즈넉해진다. 은행나무는 혼자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매해 열매가 늘어나는 나무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이 배우라는 뜻에서, 학문의 열매가 매년 더 늘어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은행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행단(杏壇)이라는 말은 학문을 닦는 곳을 이르는 말인데, 공자가 은행나무 단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또 유교 학문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서원에는 나무껍질이 없는 배롱나무를 심어 배울 때는 청렴하라는 의미를 담는다고 한다.

무양서원은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 있는 도심 속 서원이다. 1927년에 탐진 최씨 문중이 전국 유림의 호응을 얻어 세운 서원으로 여기서는 고려 인종 때의 어의(御醫)이자 명신인 장경공(莊景公) 최사전(崔思全)을 비롯하여 그의 후손인 손암(孫庵) 최윤덕(崔允德), 금남(錦南) 최부(崔溥)와 문절공 유희춘, 충열공 나덕헌 등 다섯 분을 모시고 있다.

광주의 옛 이름인 무진고을의 볕(武珍之陽)이라는 뜻에서 무양서원으로 이름 지었다. 강당인 이택당(以澤堂)의 좌우에 합의문(合義門)과 합인문(合仁門)이 있다. 서원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동재인 성지재(誠之齋)가 있으며 왼쪽에는 서재인 낙호재(樂乎齋)가 있다. 이어 높은 단 위에 내삼문인 삼오문(三五門)이이 있고, 제사 지내는 공간인 무양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삼오문 좌우측 문짝 위에는 귀면이 조각되어 있다.

탐진 최씨 문중에서는 1945년 광산구 쌍암동에 무양중학교(현 비아중학교)를 설립, 지금까지 교육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양서원에 배향된 다섯 명의 업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경공(1067~1139)은 이자겸이 척준경 등과 난을 일으키자 척준경을 설득하여 이자겸을 제거하였다. 손암은 조선이 건국되자 두문불출하고 벼슬을 물리쳐 광산(光山)으로 귀양 내려왔다. 광산에 내려온 손암은 후손들에게 벼슬하지 말 것, 집안에 사당을 세우지 말 것, 토지를 많이 두지 말 것 등을 가르쳤다.

금남(1454~1504)은 성종대의 문장가로 1488년 제주에서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돌아오다 풍파를 만나 중국 태주(台州)까지 표류하고 돌아온 뒤 왕명으로 표해록을 저술하였다.

문절공(1513~11577)은 금남의 외손으로 을사사화(1545)에 관련되어 제주 등지에서 20여 년간 귀양살이를 하였다. 선조 때 풀려 나와 다양한 직책을 맡았으며 <미암일기(眉岩日記)>를 남겼다.

충열공(1573~1640) 역시 금남의 외손으로 1624년 이괄의 난에 공을 세웠다. 금나라에 여러 차례 사절로 다녀왔으며 벼슬을 하직한 후 고향 나주에 돌아와 타계했다.

가을 맑은 날 서원 뜰에 서면 올 한해 삶이 얼마나 추수할 것이 있는가?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아왔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그러면 가슴이 서늘하고 슬퍼진다.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백승현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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