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들을 더욱 독창적이고 개념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며 혹독하지 만 짜릿한 맛을 느끼며 길들여진 ‘행위예술가’

시대의 아픈 현실 예술로 위로해

껄끄러운 것에 익숙한 예술가

“행위예술은 ‘라이브’로 코앞에서 관객을 만나야 한다.”

행위의 솔직한 과정과 자신감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의 바탕에는 진실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실험성이든 예술성, 완성도를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은성 작가는 청소년 극단을 시작으로 이 무대에 뛰어든 작가다. 외국 나이로 따지면 만 스무 살에 시작한 초기의 무대는 뜨겁기만 했다.

그는 “새빨간 피가 펄펄 끓는 청춘”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가 했던 작품들을 보면 몸을 격하게 움직이거나 경쾌한 리듬에 무언가를 던지고 깨고 과격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그리고 껄끄러운 것,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없는 것, 진리가 명명되어지는 순간, 그 진리가 사라지는 것 등 부조리에 집중해 있었다.

그러한 부조리들을 더욱 독창적이고 개념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며 혹독하지만 짜릿한 맛을 느끼며 길들여진 ‘행위예술가’다.

‘신체’, 가장 감각적이며 명확한 도구

조은성의 독창적인 퍼포먼스 장면

조은성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다양한 작가들을 접하면서 성장한다. 한 작품 한 작품을 경험하면서 간결하고 명확한 자신의 색깔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성과 표현을 표출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한다.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고비도 여러 번 찾아왔다. 고비가 있을 때마다 본연의 모습까지 뒤 흔들었고 결국 예술과 인생은 하나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곤 했다.

예술의 힘,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 중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한국에서 발전 시켰던 퍼포먼스 ‘죽음을 대면하는 자세’가 있었다. 이 작품은 실제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주변을 돌아보며 죽음이란 것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언젠가 그가 한 작품을 보고 언제 어디서나 그의 행위를 떠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예술가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요즘 그는 예전만큼 왕성한 활동은 하지 않는다. 몇 년 사이 작품 활동의 범위도 좁아졌거니와 꼭 하고 싶은 작품을 고집하는 이유에서다. 소중한 의미를 진실 되게 담아보고 싶은 마음에 종종 다양한 형태로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있다.

그런 의미로 모든 장르를 통 털어 일반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시작한 프로젝트 <삶은 여행이니까 오늘은 천칭자리>, <삶은 여행이니까 오늘은 압구정>등등 작은 카페도 좋고, 갤러리도 좋고, 동네 도서관도 좋고 어디든지 장소와 지역에 상관없이 예술의 삶을 매달 진행하였다. 여건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쉬기도 하였지만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시대의 아픈 현실 예술로 위로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던 2015년 4월에는 작은 소극장을 빌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노란꽃씨’란 제목의 추모공연을 했다.

어떠한 지원도 공연비도 없이 참여 예술가들의 순수한 마음을 모아 행한 공연이다. 시작부터 마음이 무거웠던 그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눈물을 흘렸다. 끝나고 나서도 전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떤 관객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엉엉 울었다. ‘노란꽃씨’를 10년은 하겠다고 약속한 조 작가는 “약속하였으니 9번 더 남았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퍼포먼스는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의 문제를 꼬집어 고발하는 예가 많다. 조 작가도 다소 냉소적이며 날카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람들이 괴로움을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핑계 삼아서라도 드러내고 조금이라도 풀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자 퍼포먼스로 영역을 넓힌 아티스트 조은성

자유로운 표현의 아티스트 조은성

조은성은 서울 출생이다. 청소년극단과 기성극단에서도 배우로 활동 하였으나 장르의 틀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자 퍼포먼스로 영역을 넓힌 아티스트다. 그가 참여한 수많은 작품의 대다수는 퍼포먼스로 이루어진다. 십 수 년 동안 기획공연 퍼포먼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퍼포먼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서사가 아닌 ‘시’와 같다고 얘기한다.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설명대신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많이 준다. 난해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생각하기 귀찮아하며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는 요즘 관객에게 오아시스도 될 수도 있다. 정해진 대로 느끼지 않아도 되고 때때로 행위자의 행위에 참여도 할 수 있고 갑자기 생각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한 게 퍼포먼스다. 이러한 ‘행위예술’을 그는 사랑하는 것이다.

[대동문화 92호. 2016년 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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