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작, 내 몸에도 난방의 불을 지피자

강남 스타일의 오빠! 그의 첫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근육질이 몸매에 체격도 건장하다. 나이도 아직은 30대 후반이다. 세련돼 보이는 싸나이(?)가 상담을 청한다.

“등이 시립다”고 한다. 첫마디에 환상이 깨진다. 본인도 머쓱해한다. 격려용 멘트로,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로 들렸다. “외로워서 그러냐”고 물어도 봤다. 아니란다. 등거리(등의 전남지방 방언)가 문제란다. 가을이 되면서 등줄기에서 찬 기운이 돈단다. 심하면 목 주위와 어깨를 타고 팔뚝까지도 시리단다.

들어보니 이렇다. 3년 전부터 가을이 오면 괴롭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증상이 나타났다. 자연히 따뜻한 곳만 찾게 된다. 전기장판이나 온돌 바닥의 온도를 높이고 자면 조금 견딘다. 목욕이나 지압과 마사지에도 약간 증상이 경감된다. 요즘처럼 환절기에는 시려서 잠을 곤히 잘 수가 없다. 종합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상담에도 명확한 병명이나 원인을 듣지 못했다.

젊은 오빠가 왜 그래 정말?

아직은 젊은 오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증상이었다. 본인도 남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단다. 한방의 몇 가지 검사를 시도한다. 적외선 열추적 장치로 피부 온도를 검사했다. 그의 말대로 상체의 피부 온도가 비교 대상보다 훨씬 낮아져 있다. 전신 기운 및 경락 기능검사의 그래프에서도 데이터 수치가 낮다.

“수면이 불규칙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나요?” 무심하게 던진 나의 첫 질문에 그는 눈이 커진다. ‘어찌 알았느냐’는 표정이다. 젊어서부터 닥치는 대로 사업을 했었단다. 피시방, 노래방, 단란주점 등, 주로 야간에 주로 하는 일이었단다.

스트레스는 모든 질병의 원인

“처음 시린 기운이 나타날 즈음인 3년 전쯤에 사업이나 금전적인 문제로 큰 위기와 고민을 겪지 않았나요?” 그는 다시 한 번 눈이 커진다. 아니 용한 점쟁이를 발견한 듯한 표정이다. 3년 전 봄에 사업이 부도 위기에 몰려서 말 못할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요즘 전신 근육이 태형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프고, 손발도 약간 저리지 않나요?” 세 번째 질문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거친 노동을 한 것처럼 근육의 뭉침이 장난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증상은 조상들이 말하는 냉증의 일종이다. 냉증이란 병명으로 익숙한 것에는 여성의 자궁 질환에 나타나는 ‘자궁 냉증’이 있다. 한편, 신체에 차가운 냉기를 느끼는 냉증도 있다. 주로 손과 발 등에서 시린 기운으로 나타나기에 ‘수족 냉증’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러나 냉증은 인체의 어느 부위에나 나타날 수 있다. 등이나 두피, 팔,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난다.

심장이 문제야, 심장이…

그럼 왜 시린가? 세포와 조직과 신경에서 차가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의 기온이 떨어지니 약간 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이 시리지 않는데 유독 본인만 시리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즉 내부의 문제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때의 차가움은 혈액 순환과 관련이 가장 많다. 즉 내부에서 혈액 순환이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외부의 기온이 내려가면 더욱 민감하게 냉기가 증대되어 시린 것이다.

그럼 내부의 혈액 순환이 저하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심장에 원인이 있다. 심장이 힘이 없거나 박동 리듬이 무너지면 피를 뿜어내는 양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혈액의 순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심장이 힘이 없어지는 상황은 잠, 즉 수면의 영향이 크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밤과 낮이 바뀌는 불안정성 등은 심장과 전신의 원기를 저하시킨다.

심장에서 박동 리듬을 무너뜨리는 데는 스트레스만한 것도 없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의 안정적인 리듬이 깨지면서 과도한 항진 또는 불규칙적이 되고 이는 또한 혈액을 방출하는 압력의 저하로 연결된다.

혈액의 순행이 불량해지면. 이로 인해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줄고, 젖산 등의 피로 물질이나 노폐물이 축적되게 된다. 이러한 근육의 울혈은 뻐근함도 일으키게 된다. 심하게 되면 근육의 염증이나 섬유화로 발전되어서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흔한 담 결림이 발생하는 원리이다.

염증 상태가 진전되는데 외부의 차가운 날씨의 기운을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다. 급격한 염증이 진행되면서 주위의 근육과 인대 및 신경이 모두 압박에 의한 통증과 운동성 저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내 몸의 난방도 점검해야 할 시기

한방에서는 냉증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침구 치료가 있다. 침구 자극은 냉기를 느끼는 근육 등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담을 제거하는 데도 탁월하다. 오래되고 만성화되면 한약이 투입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오약, 계지, 부자, 갈근 등의 약물이 있다. ‘개결서경탕’같은 복합 처방이 대표적이다. 한편 효소 요법의 치료도 있다. 조상들의 모래찜질처럼 쌀겨나 톱밥 등으로 만들어진 효소 속에서 몸을 파묻어 땀을 내는 방법이다.

자! 가을이다. 차가운 계절이 왔다. 이제 난방을 점검할 시간이다. 집안의 난방처럼 내 몸의 난방에 대비하자. 기온에 영향을 받는 육체의 각 기관에 따뜻한 피를 순환시키자. 잠과 음식과 운동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자. 스트레스는 오 노(No)! 제발 피하자. 혹여 지금 스트레스 받는다면 춤도 좋겠다.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이왕이면 강남 스타일의 말춤이라면 어떨까?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안수기 한의학 박사 대웅한방병원 원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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