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작가

지역 예술 애호가들이 중진 화가 한희원 작가를 위해 안식년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한희원 작가는 이달 말부터 올 연말까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곳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한 나라다. 오래 묵으면 더 아름다울 것 같은, 고전 같은 도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한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이다.

노동일 ㈜민콘코리아 대표(전 전남대 총동창회장)와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 박석인 첨단 미르치과대표원장, 이상철 화인데코 대표, 전성현 상무 아이퍼스트아동병원 대표 원장 등 지역 애호가들이 마음을 더했다.

‘해외 안식년은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어떤 작가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에게도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멋진 이들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한희원 작가는 광주라는 공간을 무대로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

대중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작가로서 위치를 구축해왔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작가는 ‘매일이 위기’였단다.일상에 매몰되다보면 작업에 대한 열정은 나날이 고갈되고 영혼은 메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때론 살기위해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예술적 감성이 고갈되는 듯 위기상황에 삶이 예술의 바탕인데 이런 삶으로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기 어렵지 않을까. ‘습관적 반복적 그림은 더 이상 아니다’라는 막다른 지점에 이르렀다.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예술인으로서 의무감이었을까. 양림동의 정신을 보여주는 예술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인 김현승, 음악가 정율성이 살다간 동네에 사람들이 들렀을 때 김현승 문학관이나 정율성 공연장 하나 쯤 있으면 좋지만 미술관 같은 문화공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양림동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양림동의 화가랄 수 있는 미술관이 있어야 동네가 상업적으로 변하더라도 양림동의 정신을 지킬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근엄하고 규격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 같은, 편안하고 만만한 미술관을 꿈꿨고 그렇게 한옥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마음이 통했는지 연 20만 명이 다녀가고 있으니 바람이 성공한 셈이다.

그가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에도 주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해서 그동안 해외오지여행을 하며 인연이 됐던 광주출신의 바이칼 전문 여행을 하는 BK투어 박재일 사장이 트빌리에 지사를 내며 방 한 칸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좀 더 편안한 맘으로 현지 생활을 마치고 난 후 그의 보답이 기대된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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