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독립영화 워크숍 1기에 참여하게 된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2년 9월 어느 날, 충장로에 있는 복합 상영 극장에서 그저 그런 영화를 보고 나오던 중에 오락실 옆에 붙어 있던 주황색 포스터를 보고, 모집 날짜에 맞추어 독립영화 협회 대표님께 간략한 자기 소개서와 시놉시스를 보냈다.

그랬더니 휴대폰 문자로 연락이 왔다. ‘환영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광주 서구 금호동 ‘광주 시청자 미디어 센터’에 갔고, 총 12강 정도의 강의를 들었다. 여름 끝자락에서 늦가을까지 독립영화에 관하여 꽤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셈이다. 돌이켜 그 강의들을 기억해 보자면, 사실 별다른 기억이 없다. 강의를 듣고 치킨과 맥주를 먹었던 기억은 나는데….

개와 늑대의 시간에 (촬영 모습)

백지 상태에서 나도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갔다. 모든 강의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인지라, 뭔가 어수선했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이 흥미로웠고, 사람들은 매혹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영화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계획을 어느 순간부터 현실화해나가는 내가 스스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나는 영화 제작에 있어서 거의 백지 상태였으므로, 그 모든 것이 다 맛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흡수력이 굉장히 빠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좋았던 까닭이 크다. 워크숍 참여자도 강사분들도 모두 좋았다. 그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다.

그 시간들이 광주 촌것이었던 내게는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에게 영화 제작의 길은 열려 있었다. 배제된 자 없었고, 열정이 드러난 만큼 찬사를 서로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 머릿속의 생각이 장면화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때 놓아야 할 것이 있고 끝내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이 괴로운 지점인 거 같다. 이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했을 때, 냉철하게 평가해주는 멘토들이 몇 있었다. ‘당신들 덕에 마음먹을 수 있었소. 고맙소. 앞으로도 낯간지러워서 절대 고맙다 말하지 않을 테지만, 살아가면서 그에 대한 보답 틈틈이 하리다.’

당신의 적절한 리액션이 필요하다

광주에서 영상 작업을 하는 감독들의 지도가 훌륭했다. 그들은 전혀 촌스럽지 않았으며, 굉장히 효과적인 방식으로 다루기 힘든 1기생들의 접근을 유도해냈고, 결과물을 빚어낼 수 있도록 곁에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피치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겉으로 보기에 좀 게을러 보이긴 해도,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그들이 있어서 광주 독립영화가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기생들 포함하여 모두 귀한 인연들이라고 믿는다. 때론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퉁 치면서 “독립영화!” 하면 그만이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을 얻었다. 그래, 독립영화. 나는 이 ‘독립영화’라는 말이 좋다. 당당하고 멋진 웃음을 가진 유쾌한 사람들이 만드는 영화가 좋다. 그리고 광주 독립영화 현장에 있는, 그리고 있을 사람들의 시선과 제스처를 진정 존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느낌, 같은 느낌!

독립영화라는 분야에서 같이 할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그것은 자유를 노래하는 것이니까. 이제 우리는 독립영화를 만든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다섯줄의 자기 소개서와 함께 제출했던 대략 일곱 줄의 시놉시스는 다큐를 제작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 촬영, 편집을 모두 연출해 보고 익혀보고자 계획을 바꿔서 단편 극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제출하였고, 그 형편없이 초라하고 빈약한 시나리오 안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봐주었던 몇 분의 지지로 탄력을 받아서 정말, 믿기지 않지만, 촬영에 들어갔고, 편집을 했고, 소리를 입혔고,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렇게 나의 첫 단편 독립영화 ‘비니루’가 만들어졌다. 그 영화가 스크린에 자기를 뽐내는 순간, 그때의 묘한 감정이란 설명할 길이 없다.

광주 독립영화제 포스터. ‘2012 광주 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는 말했다. 관객들을 바라보며 “바로 당신이 감독이 되어야 한다.”

나의 첫 독립영화가 상영되던 감동의 순간

2012년 11월 30일. 저녁 7시. 독립영화 워크숍 1기 작품 발표회. 우리의 예상과 달리 관객들이 객석을 꽉 채웠다. 굉장히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모두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었기에 우리가 아무리 굶었어도 절대 비뚤어진 마음먹지 않아야겠다는 각오가 섰다.

그만큼 광주는 독립영화에 관한 시민의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은? 앞으로 2기, 3기, 4기…. 쭉쭉 숨어 있던 내공의 달인들이 등장할 터이고, 그에 대한 심적 물적 지원이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모두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는 말했다. 관객들을 바라보며 “바로 당신이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다음 2기 모집을 기대하시라. 그리고 두드리시라. 나는 당신의 작품 발표회 날만을 기다리겠다. 생각만 해도 참으로 행복해진다.
[74호 2013 1.2월호]

광주 독립영화 1기생 김씨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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