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산꼭대기 절벽에 우뚝 솟아 있다. 소원바위다. 뗏목을 팔러 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죽은 아내와 그 설움에 숨을 거둔 남편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 바위에 뭇사람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내용도 저마다 다르다. 가족의 건강을 비는 소박한 염원이 많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글귀도 있다. 금연, 승진, 결혼 등 새해 소망도 내걸렸다. 거창하지 않지만 모두 간절함을 담고 있다.

소원바위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 물줄기도 애틋하다. 눈 내려 하얗게 변한 들녘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변에 둥지를 튼 시가지와 들판이 온통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다.

저만치 보이는 산등성이는 한 폭의 동양화다. 지초봉과 만복대, 성삼재, 노고단, 반야봉, 왕시루봉, 천왕봉이 그림에 다 들어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풍광이다.

세속에 찌든 눈이 호사를 누린다. 몸과 마음에 지니고 있던 무거운 짐이 금세 사라지고 없다. 이기적으로 변해가던 나의 마음에 어느새 맑고 따뜻함만 남는다.

절벽 벼랑 끝에 걸린 요사채가 아찔하고 소박한 아름다움과 아기자기한 멋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성암(四聖庵)이다. 사성암은 구례군 문척면 오산에 자리하고 있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이돈삼 전남도 대변인실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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