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선악과와 뱀에 관한 이야기 중에 ‘뱀은 모든 지상 동물 중 가장 교활했다.’라는 구절과 <신약성경>에 ‘뱀처럼 신중성 있고, 비둘기처럼 순결 하라.’라는 구절은 뱀이 교활성과 동시에 순진성의 상징임을 말해준다. 뱀으로 변신한 사탄(늙은 뱀)이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를 따먹도록 해 타락시켜 지옥으로 인도하고 원죄를 짓도록 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장 혐오하고 꺼려왔다.

그러나 옛 도상(圖上)에 뱀은 인두사신(人頭蛇身)으로 묘사되어 있어 인간 창조 신화를 상징하고 있다. 불사(不死)와 영생, 여근과 남근 그리고 사랑을 뜻하고, 탐욕과 교활, 우유부단하고 혐오스러운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또 신중하고 지혜롭고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인과응보에 따라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업’신이자 수호신이기도 했다.

뱀은 인간과 유사성이 많다. 부귀 명예욕, 권력욕, 식욕, 성욕 등 다양한 탐욕은 인간이 살아서는 끊기 힘든 욕망이다.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칠정 중에 욕심을 내는 욕정(慾情)이 가장 크다. 이해타산에 빠른 인간의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태도는 ‘구렁이 담 넘듯’ 하는 지혜와 신중에 다르지 않다.

파충류인 뱀의 종류는 약 2천 7백 종류로 생식은 난생(卵生)과 난태생(卵胎生)의 유형이며, 한국 뱀은 주로 태생이다. 제주도에 전해지는 신화에 저승사자인 까마귀의 적패지(赤牌旨:저승으로 갈 죽은 자의 명단)를 삼켜 버린 뱀은 죽는 법이 없고 아홉 번 죽을 고비에서 열 번째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구사십생(九死十生)이라 한다. ‘뱀도 천년 묵으면 용이 된다.’라는 속담은 뱀의 생명력과 오래 살면 지혜가 는다는 말이다.

중국 신화에 ‘복희씨와 여와씨는 뱀의 몸뚱이에 사람의 얼굴(인두사신 人頭蛇身)로 사람의 형상은 아니지만 성인의 덕을 지니고 있었다.’라고 했고 이들은 천지개벽과 문화 창조 등 위업을 수행한 것으로 전한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본래 땅 속에 사는 뱀으로, 명부(저승)의 주신이었다는 설도 있다. 뱀은 종종 여자 속 옷 냄새를 맡고 나타난다 해서 뱀을 남근의 상징으로 여긴다. 사실 뱀 대가리가 남자의 성기와 흡사하여 남근을 뜻하기도 한다.

민속 신앙 중에 ‘업’이라는 것이 있다. 업은 흔히 ‘집안 살림이 그 덕이 나 복으로 늘어가는 것으로 믿고 소중이 여기는 동물이나 사람’이다. 주로 ‘업’ 동물로는 두꺼비, 족제비, 구렁이 등이 있다. 구렁이는 재물과 풍요, 다산을 상징한다. ‘부잣집 업 나가듯 한다.’라는 속담은 재물을 늘게 해준다는 업구렁이가 나간다는 것으로, 부자가 까닭 없이 몰락해 가는 것을 뜻한다.

<구약 성서>에 불뱀이 나타나 백성들을 물어 죽이자 모세가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만든 구리뱀을 환자들이 봄으로써 상처가 나을 수 있게 한 이야기는 뱀은 치유의 능력을 말한다. 서양 의사들의 마크가 뱀 문양인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뱀 꿈 이야기 중에 뱀이 자신을 에워싸는 꿈을 꾸면 생활에 큰 변화가 일고, 남자가 뱀 꿈을 꾸면 여자 친구를 사귄다. 뱀에게 물리거나 감기는 꿈은 큰 재물이 생기거나 배우자가 생기고, 구렁이에게 감기거나 물리는 꿈은 임신이나 득남의 꿈이고, 뱀을 붙잡는 꿈은 취업의 꿈이고, 뱀을 무서워하는 꿈은 배신이나 인간관계의 아픔을 뜻한다. 집안에 뱀이 들어오는 꿈은 식구가 늘거나 사업상 일이 불어나는 것이고, 뱀을 죽이는 꿈은 사업의 번영이지만 실패하면 화를 당할 꿈이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뱀 꿈으로 지혜를 기르고 어려운 살림살이가 늘어나길 바란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면서 만사 얽힌 일들이 술술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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