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륙교나 연도교가 건설되면서 배를 타지 않고도 섬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중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자은, 암태, 팔금, 안좌 등 4개의 섬을 한꺼번에 자동차로 돌아볼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압해도를 거쳐야 한다.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는 압해대교와 김대중대교이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총 길이 10.8km의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복합된 천사대교

신안군청이 자리잡고 있는 압해도는 바다를 눌러 제압한다는 섬이다. 서남해안을 장악하며 고려 건국시기 왕건에 맞선 인물이 있었는데 해상세력의 수장 능창이다. 장보고 이후 해상세력의 명맥을 이은 영웅으로 해전에 탁월하여 수달장군으로 불렸던 능창이 바로 압해도에서 활약하였던 것이다. 송공산성의 유적은 고려말 몽고군의 침략을 물리친 곳이며, 동서리 들판에 우뚝 선 선돌은 아직도 의기양양하다. 조개무지와 지석묘 등 수 많은 선사유적은 오래전부터 압해도에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며, 시조묘가 있는 압해정씨의 본향이기도 하다. 송공산 분재공원은 자연속에서 분재와 미술작품을 보며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을 수 있다. 

자은도는 광활한 해변이 아름다운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울창한 송림과 3km의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가 완만한 경사로 평평하게 펼쳐진 백길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9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과 어우러진 분계해수욕장의 아름드리 해송의 멋스러운 송림과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의 여인송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둔장해변 갯벌체험장에서는 백합 캐기와 낚시는 물론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독살체험도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이 깃든 여인송

암태도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 부터 1924년 8월까지 1년에 걸쳐서 소작쟁의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곳이다. 지주측이 7~8할을 거두어가는 불합리한 소작료 개선을 위해 소작인들은 4할로 낮추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이과정에서 지주측과 소작인회의 충돌이 발생되고 소작인회 간부 13명이 구속되었다. 주민들은 면민대회를 열고 단결하여 500여명이 범선을 타고 목포경찰서 앞에서 아사동맹으로 6박7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하였다. 전국적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협상을 통하여 소작쟁의는 4할의 소작료를 지불하는 소작인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이를 기념하는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이 암태도 중심부에 서 있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승봉산 자락의 조그만 사찰 노만사 뒤로는 감로수가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넓다란 마당바위에서 시원한 바람과 바다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암태도 수곡마을과 추포도를 잇는  2.5km에 이르는 바다엔 썰물때에 드러내는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 노두길은 보기 드문 옛 길이다. 우실은 나무를 심거나 돌담을 쌓아 마을의 안녕과 우환을 막기위한 풍수비보의 성격으로 조성되었는데 송곡과 익금우실은 생태적 경관이 아름답다. 바닷가에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나타난다고 하는 미륵신앙의 유적 매향비도 만날수 있다.

대지주와 일제탄압에 맞서 최초의 전국단위 농민투쟁에서 승리한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 쟁의에 앞장섰던 서태석, 박복영 등 43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암태도와 안좌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 팔금엔 고려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 남아있어 천년 이전부터 이 섬에도 사찰이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팔금도에서 연도교를 건너면 한국의 대표적 서양화가이며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이 태어나고 자란 섬이 안좌도이다. 옛 기좌도에서 안창도가 합해져 안좌도가 되었다. 당시 1백마력 똑딱선으로 목포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공이 바다에 빠질까봐 축구놀음은 할 수 없으며, 늘 육지가 그리워 목을 길게 빼다보니 키가 186cm나 되었다고 말하곤 했던 김환기는 이곳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섬을 떠나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갔다. 서울의 중동중학교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중학교와 일본대학 예술학원 미술학부에서 유럽의 모더니즘 경험과 추상미술을 시작하였다.  일본대학 미술부 연구과를 수료하고 귀국한 김환기는 홍익대와 서울대 교수로 미술활동을 하였으며 3년간의 프랑스 파리에서의 활동, 그리고 마지막 10여년간 뉴욕에서 활동까지 일생을 그림에 전념하였다.

한국의 피카소, 서양화가 1세대 김환기의 생가는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251호이다

김환기는 고향의 자연과 전통적인 소재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한국적인 미를 끊임없이 추구하여 김환기 예술을 탄생시켰다. 백자와 달을 좋아하여 색깔은 푸른 바다와 청자에서 나왔다고 하였다. 백자처럼 깨끗하고 순수하며, 청자처럼 푸르고 맑음속에서 우리 민족정신을 찾아냈던 그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 머나먼 이국 땅에 묻힌지 올해로 45년이 되었다. 그가 늘 그리워했던 고향의 산과 바다는 지금도 푸르나 그의 추억이 담긴 생가엔 애잔함이 묻어난다.

『바람이 잘 불고 볕이 쨍쨍 나서 바깥에서 무얼 하고 싶은 날이야. 어머니는 참기름을 짜시고 나는 야채밭에 갔었어. 상추를 한 웅큼 뽑아왔지. 봄 상추가 어디 가을 상추를 당할 수가 있나. 하여튼 나는 매일 먹는 궁리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밭고랑을 건너뛰려니까 이런 고려청자의 파편이 눈에 띄겠지. 아득한 옛날 이 섬에도 생활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이야. 이 수염 난 친구 누군줄 아나? 아주 호남이지?』

서남해의 작은 섬 기좌도에서 김환기가 서울의 김향안을 만나던 때 보낸 편지이다.     부부가 된 김향안은 김환기의 분신이 되었다.

이근섭 기자  rmstjq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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