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서양학자가 한국 사람의 성향으로 새것,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던 글을 본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주거 선호도도 일반 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아파트가 전통의 주거인 주택보다는 현대사회 부자의 상징이 되었고, 아파트는 ‘새것’, ‘깨끗한 것’, ‘편리한 것’이라는 등식을 낳아서 인기 주거지가 되었다. 강북 보다는 강남이 한국 사회의 잘사는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온 세계를 뜨겁게 달구자 강남 스타일을 찾아 강남을 찾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은 것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국제적 기현상이 되었다. 사실 성냥갑처럼 더덕더덕 붙어있는 아파트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경우 서민들의 주거지이고, 부자들의 일반적 주거는 개인주택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사회가 가난을 벗고 잘 살게 되면서 새로운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전통사회를 지나 해방과 한국 전쟁 이후 보릿고개 등 간난신고의 역경을 거쳐 왔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엄두도 못 낼 인내와 근면성은 급속한 성장을 이룩하여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수많은 외침을 당해야만 했던 탓에 이리저리 허겁지겁 피하고 쫒기다 보니 자연스레 모든 것이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몸에 체질화되지 않았나 싶다.

새것이 좋고 편한 것이 좋다는 사고는 무분별하게 서구 문화를 수용하게 했고, 이는 전통문화를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문 정신이 메말라간다는 것이다. 인문이 사라지면 그 나라 민족의 정체성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있으면서 정치적, 문화적으로 숱한 침략으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국(戰國)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켜온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와 풍속 등 좋은 전통을 잃지 않고 외국의 선진 문물은 개방적으로 받아들여 문화적 낙후성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균형적 자세의 결과가 중국과 일본으로 동화되지 않고 한국을 지켜온 것이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새로운 문물은 받아들였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었고, 서양의 과학 기술과 산업 문물은 받아들이되 정신 윤리의 기본 틀은 우리 것을 지키자는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정신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전통과 현대의 조화,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란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선현들의 숭고한 창의 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민족의 청체성은 다른 말로 하면 민족의 혼(魂)이다. 혼은 곧 철학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결국 혼이 있어야 창의(創意)가 생겨난다. 혼을 개인을 뛰어넘는 대의(大義)라고 했던가? 국가나 기업의 리더가 대의와 철학이 없으면 결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고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당연하다.

성공은 혼(魂)과 창의(創意)의 소산

대선이 끝나고 새해를 맞은 많은 사람들은 착잡한 심경에 말을 아낀다. 선거 때마나 확인되는 동서 지역, 세대, 계층 간에 심각한 갈등과 격차는 국가 발전에 치명적 손실이다. 때문에 한국 정치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정치권 모두가 국민을 위한 민생 정치를 외치고 있다. 백성을 섬기는 민본 정치를 하겠노라고 했다.

<맹자> 「진심장」에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임금이 가장 아래이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 하여 임금이 백성을 섬겨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했다. <논어> 「안연편」에 공자는 정치의 우선순위를 ‘백성의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사를 튼튼하게 하고(足兵),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民信之)’라고 했다. ‘부득이해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바로 신뢰’라고 하면서, ‘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설수 없다’(無信不立)는 것을 강조했다.

정치가 바로 서면 사회도 바로 선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세상, 모두가 제자리에서 자신의 소임을 소신(철학)과 사명(혼)을 가지고 일하는 사회가 밝은 사회, 바로 선 사회이다. 혼은 신념이고 대의다.

요즘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한다. 곧 혼과 철학, 곧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의 대의는 심장이 아닌 입에만 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사회 지도층이 민족의 정체성을 가지고 대의를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한다면 나라는 상생으로 갈 것이다 .

모두가 혼과 신념이 없이 매뉴얼에 얽매여 원칙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는 생각에 변화를 두려워하여, 전례가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적 자세에서 창의는 나올 수 없다.

창의적 사고와 긍정적 노력 성공의 열쇠

디즈니사의 신입사원 면접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접관이 지원 사원에게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만듭니다. 디즈니는 무엇을 만듭니까?” 물었다. 지원 사원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만들어 줍니다.” 교관은 “맞습니다. 디즈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팝니다.”했다. 또 디즈니의 교재에도 ”당신의 미소에 우리가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 하십시오”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들 곁에는 수많은 일들이 우리들의 혼과 열정을 기다리고 있다. 가슴 깊이 혼과 철학을 품고, 늘 새로워지려는 창의적인 사고와 이뤄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면 결국 성공으로 통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몸은 심장이 멎을 때 죽지만, 사람의 영혼은 꿈을 잃을 때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처럼 할 수 있다는 가슴 벅찬 열정(창의)과 감사하고 사랑하는 긍정의 힘이 상생 성공의 비결이다.

요즘의 화두가 상생과 소통이다. 두 사람이 머리로만 소통하려 하면 두통이 나고, 서로가 가슴으로 통할 때만이 소통이 된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저 혼자서만 잘난 척 하게 되면 복통이 생긴다고 한다.

새해는 가슴에서 혼으로 소통하는 상생의 신명나는 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짓는 미소만큼 급여를 받는 사회,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 만큼 세금을 내는 나라가 되기를 모두들 바랄 것이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조상열 대동문하재단 회장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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