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안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예술의 사회성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가 직접적으로 작품 경향에 대해서 ‘유미주의적 경향’과 거리를 두고 사시적 의미가 담긴 ‘불편한 미술’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작가의 예술적 표현 활동이 역사성과 사회성이 반영된 리얼리티(reality)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넓은 의미에서 최요안 작품을 역사적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여 현대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하나의 미술 저널리즘(art journalism)이라고 볼 경우, 이것은 단순히 예술적 인식이 아니라, 문화 사회적 인식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비평적인 기능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점은 화가이자 저널리스트(journalist)로서 최요안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창작되는지를 고찰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회화적 저널리즘(painting journalism)’의 바탕에 깔려있는 기법적인 접근 방식도 매우 흥미롭다.

리얼리티냐 민중미술이냐의 경계에 서서

미술 작품의 리얼리즘은 예술철학 내지 미술사에서 매우 다의적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각각의 입장에 따라 상이(相異)하다. 특히, 이 개념을 예술사회사적인 입장으로 끄집어갈 경우, 넒은 의미에서 헤겔(Hegel, Georg Wilhelm Friedch, 1770~1831)의 관념적이고 정신적인 예술론에 반(反)하여 칼 막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의 물질적이고 실재적인 예술론에 기대어있는 루카치(Lukacs Gyorgy, 1885~1971) 리얼리즘론이나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의 예술론으로 대변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예술지상주의, 탐미주의, 예술의 자율성, 예술의 미적 취미, 예술의 관념적 사변과 같은 것에서 거리를 두고,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예술과 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이 리얼리즘은 프랑스 중심으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엽에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에 반하여 나타난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의 사실주의, 그리고 소련 중심으로 20세기 초·중반에 나타난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ist realism), 극사실주의(hyperrealism),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누보 리얼리즘(nouveau realism) 등의 경향으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이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모티브와 아카데미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주관적이기보다는 객관적인 표현 양식(쿠르베의 사실주의), 이념적 실현을 기반으로 제작된 표현 양식(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나머지 경향은 재현 대상이 중심이 되는 사실주의 표현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지금, 이곳의 이면을 바라본다면

내러티브와 형식적인 면에서, 최요안의 리얼리티는 몇 개의 작품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이 세 가지 표현 양식을 모두 포괄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사회 현장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역사성과 현 사회의 시사적인 문제와 괴리감이 없는 실증적인 내러티브를 갖고 있으며, 특히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과장되고, 은유적인 것 없이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묘사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의 그림이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에 있다. 특히, 사진 콜라주, 배경이 되는 신문지의 텍스트는 직접적으로 회화성이 덧붙여진 포토 리얼리즘의 복합성을 띠고 있다. 2008 달뫼 미술관에서 열린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전에 전시된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2011년에 광주 롯데 갤러리에서 전시된 <Military-social complex> 전에 전시된 일련의 작품들에서 이를 방증했다.

그런데 80년대 한국 미술의 양상에 최요안의 리얼리즘을 편입시켜 볼 경우, 그의 리얼리티는 당시 급변한 사회주의적인 이데올로기, 아방가르드, 반 모던주의와 대립 융합되면서 대두되는 경향을 보인 민중 미술의 양식으로 편입될 수 있다. 사회적 리얼리즘(넓은 의미에서 민중미술을 포함)을 지향하는 임옥상, 민정기, 신학철, 오윤, 홍성담 등이 그 대표적인 이름이다.

최근 홍성담은 대선 이슈와 맞물러 박근혜 당선인의 출산 그림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복영 교수 말을 빌리자면 “사회적 리얼리티가 역사적, 사회적 내용을 담은 주제들을 다룸으로써 인간 해방과 민족 통일의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고 “역사, 사회적 주제란 주로 한국의 불행한 근대사와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체제를 부정하며 궁극적으로 현실과 체제를 전복하려는데 미술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도구로서의 유용성을 강조”하였으며 “그들이 다루었던 주제들은 구체적으로 도시화에서 발생한 소외된 인간상” 이었다.

이런 점에서 최요안의 작품은 사회적 리얼리티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사회적 리얼리티가 잘 표현된 최요안의 작품들 중 하나는 <Capital Soldiers>, <사쿠라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이 그림들은 무장한 군인들이 나열되어있다. 이 형상은 무표정한 획일적인 얼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신문의 키워드, 군복, 총, 군화, 돈, 문자, 꽃 등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지칭할 목적을 가지고 어떤 시사적 문제를 제기한다.

예를 들면, 부당한 권위에 대한 항거, 국가 권력의 부조리, 군조직의 구조적인 모순, 억압, 폭력성 등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또한, 강렬하면서도 냉철한 회화적 인상을 관람객에게 남겨준다.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고발하는 양심과 발언

작가의 의도성인 줄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 그림을 보면, 2011년 삼호 주얼리호의 선원들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국민적 영웅인 된 청해 부대 군인들의 단체 사진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정신의 공통감에서 오는 양심일까? 예술이 사회적 모순과 투쟁해야만 하는 도구는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 오직 미적 향유만 찾아가는 것은 장식물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그림 그린 이가 거창한 사명감과 대의명분에 의해 붓을 잡을 이유는 없을 것이나, 단지 그것은 양심과 이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궁여지책일 뿐입니다.” -최요한 작가 ‘작업 노트’에서-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오윤철 문학박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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