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만이 흔적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진화도 흔적을 남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니 귀하다는 인체는 사실은 모두가 진화의 산물이다. 당연히 인체에는 수많은 진화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다. 흔적을 살피면 태초의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신비한 이야기가 화석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여성의 달거리인 월경도 진화의 흔적이다. 흔히 알고 있는 달거리의 주기는 한 달에 한 번! 이 불변의 법칙은 신의 축복 어린 약속만은 아니다.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그것도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월경에도 숨겨진 진화의 역사가 있다.

달의 주기와 여성의 몸과의 상관관계

‘성숙한 여성의 자궁에서 약 28일을 주기로 출혈하는 생리 현상’, 국어사전은 월경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부연하면 태아의 착상을 위하여 증식, 분화되었던 자궁 내막이 탈락됨으로써 일어나는 성 주기의 표시이다. 태생 동물 중에서도 인간을 정점으로 하는 영장류에서만 일어난다.

그런데 왜 하필 달마다 오는 월경이란 말이냐? 여자들의 생리 현상이 10일경이나 20일경, 아니 40일이나 50일을 주기로 다양하게 발전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 당신 혹은 당신이 아는 여성은 월경을 한 달에 한 번이 아닌 주기가 다양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개별성은 사양하고 싶다. 보편성을 말하는 것이다. 개별성은 치료의 대상일 뿐이다. 그것도 월경 불순이란 병명으로 말이다.

월경의 한 달 주기의 비밀은 지구의 위성, 즉 달의 영향이다. 아니 달이 진짜로 자궁에 영향을 미친다고? 천문학이 진리인 현대에 무슨 억지를 부리는 논리냐고 말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경은 분명 달과의 관계가 있다. 그 논리의 근거에는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태초의 생명 탄생과 진화가 남긴 흔적

잘 알다시피 달은 바닷물에 영향을 미친다. 일명 만조와 간조, 및 조수의 간만의 차이를 만든다. 즉 음력으로 보름에 한 번씩 사리(간만의 차가 최고이고 조류가 빠른 시기)와 조금(간만의 차가 적고 조류가 느린 시기)을 만든다. 그런데 이 음력의 보름(2주) 주기가 사실 자궁 내에서 일어나는 난포란 곳에서 난자의 성숙하는 시간이다. 또한 성숙한 난자가 난포에서 배란하여 난관을 타고 자궁까지 내려오다가 정자와 만나 임신을 하지 못하면 사멸하는 시간도 보통 보름이다.

임신의 실패의 결과인 월경의 주기는 당연히 한 달이 되는 것이다. 이제 조금 눈치가 빠른 분들은 감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월경의 주기와 달의 주기가 닮게 된 것은 현대의 일이 아니다. 멀고 먼 진화의 시간으로 거슬러 가야한다.

최초의 생명들이 진화하여 태자리였던 바다에서 새로운 이상향인 육지로 올라오는 시기의 일이다, 아마도 어류에서 파충류 정도로 진화하던 시기의 추억이다. 그들은 점차 새로운 진화의 터전인 땅 속에 알을 낳는 것이 보다 더 진화된 기법임을 감지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었다. 아직 육지에 완전히 적응되지 않은 새끼들은 알에서 태어났을 때에 바닷물과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했다. 이는 바닷물의 높이와 관계가 있었다. 알을 낳은 위치와 시간이 잘못 선정하면 바닷물에 잠기거나 혹은 태어난 시기의 새끼가 바닷물과 너무 멀리 있어서 생존율이 떨어졌던 것이다.

당연히 본능적인 경험과 수많은 오류의 반복 속에서 보름 주기의 바닷물의 속성을 파악하였다. 난포에서의 난자의 성숙기를 보름으로 잡고 다음 사리인 때에 가장 높은 밀물 때에 바닷물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잠기지 않는 일정한 지점에 배란을 하였던 것이다.

이는 현대의 바다 거북이들이 알을 낳는 것을 연상해도 될 것이다. 이런 반복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난포에서 난자의 성숙기와 배란의 주기가 보름을 주기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해성 作 , 여성의 몸에 화석처럼 남은 진화의 흔적

생존을 위한 생명체의 신비, 여성에게 남다

월경은 배란된 난자가 정자와의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부차적인 현상이다. 당연히 난포 속에서의 난자의 성숙기인 보름과 성숙된 난자가 난포에서 배란 후 보름의 시간을 합친 한 달의 주기가 된 것이다.

자, 정리를 해보자. 여성의 월경은 주기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멀고 먼 진화의 시기, 즉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던 진화의 대선배격인 생명체들이 형성된 알(난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처절한 선택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 주기성이 바로 바닷물의 영향, 즉 달과의 연관성으로 인한 것이므로 당연히 한 달에 한 번, 즉 월경이 된 것이다. 마치 보름달이 차오르듯이….

현대의 여성에게도 월경은 반복되고 있다, 월경에는 여성의 오늘과 내일이 있다. 월경은 생명의 공수표가 아니다.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를 알리는 신호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도 월경은 여성 건강의 척도로 여겼다.

월경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이들은 이제부터는 대범해지자. 내 몸의 생리현상 하나에도 지난한 진화의 몸부림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세월은 또 그렇게 무심히 흘러간다. 새해를 구상하는 시간들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새해가 되어보자. 아울러 자신부터 귀하게 여기자.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생명 존중의 첫걸음인 것이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안수기 한의학 박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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