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지평을 연 불멸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개츠비>는 대공황 시대의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존재들의 갈등을 그려낸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아마 영화를 통해서 더 유명해진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나부터도 영화는 두 번 보았고 소설은 네 번을 읽었다. 읽어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세월이 흘러도 인구에 회자되는 소설일 것이다. 세계 문학사상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게는 제1의 자리를 내어주기는 하지만 2위 자리는 늘 고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녀 사랑의 삼각관계, 불륜, 욕망, 범죄라는 구도는 꽤 통속적이기는 하지만, 1920년대의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서 왜 개츠비가 위대한 것인지 읽어내는 내내 마음을 성가시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보통 신에게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하지만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국 사회는 혼란을 겪게 된다. 가진 자의 부의 팽배는 가속화되고 재즈 음악이 사회 전반을 흐르면서 금주법이 시행된다.

혼란한 시대,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전쟁으로 피폐해진 심성을 다스리는 데는 밀주와 파티, 그것보다 큰 위안은 없을 것이다. 물론 부자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남자와 여자들이 나방처럼 오갔다

소설의 화자는 닉 캐러웨이다. 그는 증권맨이며 개츠비의 호화 저택의 옆집에서 살게 된 우연으로 개츠비와 인연을 맺는다.

“여름 내 밤마다 이웃집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푸른 정원에서는 속삭임과 샴페인, 그리고 별빛 아래 남자와 여자들이 나방처럼 오갔다. 한낮의 만조 때가 되면 나는 개츠비의 손님들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거나 해변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개츠비의 모터보트 두 대가 수상 스키를 끌고 폭포 같은 포말로 해협을 갈랐다. 개츠비의 롤스로이는 주말이면 아침 9시부터 자정 너머까지 시내에서 파티장으로 손님들을 모시는 전용 버스가 되었다.” 파티로 영일이 없는 개츠비의 삶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그렇게 파티를 즐기며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개츠비의 첫사랑은 그의 인생을 걸만큼 눈부신 것이었다. 가난한 그는 훗날을 기약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목숨보다 소중한 데이지와의 약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친 데이지는 부자인 톰 뷰캐넌의 청혼에 응하고 만다. 그녀는 사랑보다는 부를 선망하고 택한 속물적인 여자였다.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의 대공황이 시대 배경

개츠비는 절망했지만 오로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오로지 데이지를 되찾아야한다는 열망만이 그의 인생의 목표였다. 때는 전후 혼란의 시대였다. 대공황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개츠비는 어둠의 세력과 손을 잡았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에 밀주를 만들어 팔았고 마약 장사를 했을 거라는 암시가 깔린다. 죄의식만 벗어 던진다면 검은 손들과 손을 잡고 은밀히 거래한다면 부자가 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5년여 만에 개츠비는 대부호가 된다.

떠난 버린 사랑이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돌아온다면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데이지의 집 부근에 저택을 마련하여 파티로 지새운 것은 오직 데이지를 위해서였다. 언젠가는 그녀가 파티에 참석하리라는 기대를 걸고 초청하지 않은 사람들도 방문만 하면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파티에 열중하지 않고 홀로 고독하게 시간을 보내는 개츠비의 심중에는 이런 복잡한 복선이 깔려 있었다. 데이지가 없는 파티란 얼마나 무의미할 것인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주가 열리는 기쁨과 생의 열락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우주가 열리는 것 같은 기쁨과 생의 열락을 느낄 수 있다면 그로써 족한 것이 아닐까. 생애 동안 그런 사랑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일 것인가.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면 기왕에 첫사랑에 목매는 것도 사랑의 다른 방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마음을 다치며 그렇게 늙어갈 뿐, 생을 다하여 순정을 다하여 바치는 사랑에 개츠비의 위대함이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사랑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치는 것, 그 순수하고 위대함은 신의 영역이다. 불안한 시대에도 혼란의 시대에도 사랑은 어디에서나 순정하게 싹을 틔우는 것, 장미 같은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 순수함에 우리는 놀라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닉 캐러웨이는 말한다. “개츠비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그는 다시 말한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비상한 재능, 일찍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던, 앞으로도 영원히 보지 못할 낭만적인 감수성이었다.”

내가 본 개츠비는 허상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한 낭만주의자였다. 읽는 내내 서정적인 산문 같은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문향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