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자년 ‘하얀 쥐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1964~)의 시 ‘새해 첫 기적’ 전문. 시집 <웃음의 힘> 중에서

2020 경자년 ‘하얀 쥐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시간이 모든 생명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습니다.

황새나 말처럼 날고뛰었던 사람이나, 거북이처럼 천천히 걷거나, 달팽이처럼 엉금엉금 기었던 사람, 굼벵이처럼 굴렀던 사람들 모두가 ‘새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는 방식이야 제각각 달랐겠지만 날고, 뛰고, 걷고, 기고, 때로는 구르면서 저마다의 재주를 발휘하여 누구도 낙오하지 않고 모두가 한날한시에 똑같이 도착해서 새해 첫날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새해 첫날의 찬란한 햇살이 모든 만물을 골고루 비춰주고 있습니다. 잘 나가고 힘 있는 사람이나, 못나고 약한 사람이나, 차별 없이 시간이 주는 선물은 참으로 공평합니다.

그러하니, 황새나 말처럼 빠르다고 우쭐댈 이유도 없고 달팽이나 굼벵이처럼 느리다고 한탄할 일도 아닙니다. 바위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기적이니까요.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