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조상열 초대회장

일 년 12개월 중에 6월은 여느 달보다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기리는 기념일이 많다. 애국의 정신이 깃든 뜻 깊은 날이 많아서 ‘호국 보훈의 달’로 정했던 것이다. 어떤 기념일을 정한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5월 15일이 ‘스승의 날’로 정해진 것은 세종대왕의 탄신일(1397년 5월 15일(양력)에서 유래한다. 한글을 창제하여 백성의 눈을 뜨게 해준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승인 셈이다.

6월은 그 문을 여는 첫날 ‘의병의 날’을 필두로 6일은 ‘현충일’, 10일은 ‘6.10 민주항쟁기념일, 22일은 ‘문화재지킴이 날’, 25일은 ‘한국전쟁기념일’ 등이 들어 있다. 이중 ‘의병의 날’은 국란에 구국을 위한 의병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호국보훈의 달 첫째 날인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제정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경남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켜 항일의병의 효시(嚆矢)가 됐던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니 6월 1일이었던 것이다.

의병이란 무엇인가. 외국의 침략에 맞서 민중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저항 조직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분기(奮起)하여 전쟁에 참여하는 자위군(自衛軍)으로 의병의 전통은 삼국시대부터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의병이라 하면 임진왜란과 20세기 전후의 항일의병을 일컫는다.

이렇게 민중들의 구국(救國)을 위한 의병이 있었다면 국난 중에 국가의 자존심인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들 또한 많다. 임진란 중에 실록을 지켜낸 안의와 손홍록, 내장산의 스님을 비롯한 정읍의 민간인들 또한 문화재 의병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전쟁 중에 팔만대장경과 해인사를 지켜낸 김영환 대령, 화엄사를 지켜낸 차일혁 총경 등도 역사와 문화재를 지켜낸 문화재지킴이이다. 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하였다. 이날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 선포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2018년 필자가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이하 한지연) 초대회장으로 재임 당시 한지연과 문화재청은 ‘문화재지킴이 날’을 제정하기로 일자 선정문제 등으로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연구를 했었다. 그때 한국전쟁 당시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날, 숭례문이 소실되던 날 등으로 하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의 왕조실록을 옮겨 지켜낸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 선포되었다.

조선 초 고려실록과 조선왕조실록은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 전주사고 등 4곳에 보관되어 왔으나 1592년 임진왜란의 전화(戰火)로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본은 소실되고 전주사고본만 유일하게 남아 있었으나, 이것도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있었다.

전란의 와중에 국가의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은 민간이었다. 1592년 6월 22일. 전북 정읍의 민간인 안의와 손홍록 등은 전주사고로 달려가 실록 64괘와 태조어진 등을 등에 매고 내장산 산속 용굴암으로 옮겼고, 이때부터 380여 일 동안을 번(番)을 서면서 지켜냈던 것이다. 특히 그들이 날마다 기록한 일지인 임계기사에 근거 했는데, 이러한 사실(史實)을 연구하고 논문으로 발표한 사람은 오직 정읍의 이용찬씨가 처음인데 그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간인들 자발적으로 역사와 문화재를 지켜낸 ‘문화재 의병’들의 숭고한 뜻을 잇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 선포했던 것이다.

한지연과 문화재청은 2018년 6월 22일 전날 저녁, 경복궁 수정전에서 1천여 명의 전국 문화재지킴이들과 관계자들이 모인가운데 성대한 선포식으로 전야제를 가졌었다.

지난 2019년 6월 22일. 한지연과 문화재청, 정읍시가 공동으로 내장산 현장에서 1주년 기념식을 갖고, 실록 이안(移安) 재현연극을 만들어 퍼포먼스와 더불어 ‘문화재지킴이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100만 국민서명운동을 선포 했었다.

또 동년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문화재지킴이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추진위원회를 발족하였다.

현재 전국에서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는 민간 지킴이들은 8만 4천 여 명, 각 지역의 문화재지킴이단체도 120여개에 이르지만 문화재의 중요성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참여 숫자이다.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문화재지킴이 날’이 하루 빨리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 모든 국민이 문화재지킴이 운동에 동참하길 바라는 것이 ‘문화재지킴이 날’을 제정한 이유였던 것이다.

조상열 (사) 대동문화재단 대표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초대회장 역임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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