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매체와 달리 영상(映像, image)은 구체적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인물이나 장면이 따로 생각할 틈 없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의 영화감독들은 곧잘 영화를 꿈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영화가 사람들이 꾸는 꿈과 연결될 때 영화의 힘이 발휘된다. … 나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꿈을 확실하게 만드는 노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존 부어맨)

“영화는 꿈이지만, 현실로 만들어진 꿈이다.” (클로드 소테)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과 같은 영상이 꿈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기록되어 간직할 수 있고, 그리하여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 하나 자신이 받은 감동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레 미제라블>의 열풍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그리고 유투브(Youtube)의 영상 하나로 전 세계를 춤추게 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시작되는 힐링

영상 문화는 직접적이다. 그만큼 감각적이다. 때문에 좋고 싫음의 감정에 비교적 충실한 젊은 층에게 영상 매체는 그들을 대변해주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1인 제작을 가능하게 한 UCC(User Created Contents)는 소비만 하던 이들을 생산의 주체로 만들었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또한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영상 콘텐츠는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학생들이 만든 작품에 대해 그 의도를 물으면, 어린 학생일수록 그냥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 자신의 관심사가 있고 그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어가는 중에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다. 카메라를 드는 그 순간부터 이미 자기 자신과의 소통의 창구는 열린 것이며, 힐링은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의 영화 창작 모습. 영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여름 방학 동안 직접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 및 촬영, 편집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영화가 있다

영상과의 교감이  젊은 층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 알프레도가 남기고 간 연인들의 키스신 영상을 보면서 우는 토토의 모습을 영화를 본다고 해서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감정에 대한 폭과 접속한 지점이 자신에게도 있어야 한다.
수많은 곡절을 겪으며 연륜이 쌓인 중장년, 노년층에게는 사진 한 장, 영화의 한 장면만 제시돼도 수천수만의 감정과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이미 삶의 경험들 속에 꾹 참고 있었던 그 자신만의 곡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한 곳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로서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결혼해서 가족들과 함께 한 사진, 영상, 혹은 그림을 활용해 이야기 한 편을 만들었다.

굳이 이야기의 논리를 들이밀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하나의 영상으로 펼쳐지는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었다. 이후에 다시 만난 한 어머니는 힘이 나지 않을 때 가족들과 다시 본인이 만든 영상을 틀어보곤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다시 기운을 얻었다면, 그 영상은 그 가족들에게만큼은 <시네마 천국> 못지않은 힐링 무비일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 정작 그들의 힐링은?

필자가 스태프로 참여했던 영화 의 포스터. 는 5년 된 게이 커플의 잊지 못할 마지막 밤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게이 커플을 다뤘다는 것으로 인해 개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그리하여 수많은 힐링 콘텐츠를 배출하는 이들의 힐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직업적으로, 전문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현장에서는 힐링은 다소 배부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한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그 장면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며 강행군을 거듭하곤 한다.

하지만 그 안에도 힐링은 일어난다고 믿는다. 함께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스크린에 비춰졌을 때의 감동을 이해하고, 이후 관객들의 반응 또한 이해하면서, 혼자만의 것이 아닌 무수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임을 알아가며 맞춰가는 과정. 그리하여 영화가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사람 또한 성장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흡족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누군가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줄 수만 있다면 그 영화는 성공했다고 본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의 기준에 들어맞는 영화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 힐링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왜 그것이 맘속에 남아있는 영화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봐라.
이제는 셀프 힐링의 시대. 수많은 힐링의 도구들은 널려 있다. 그 안에서 나만의 힐링법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방유리나 영화창작 치료 강사, 영화 조감독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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