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동화

                                       강만

소녀와의 이별은

재채기처럼 갑자기 왔습니다

이삿짐 트럭을 타기 전

홍시 한 알을 내 손에 쥐어주고

소녀는 서울로 떠났습니다

가슴에 꼭꼭 묻은 홍시의 씨앗은

무성히 싹이 돋아

가을이면 주렁주렁 홍시가 열리고

그 아래서 소년은 하염없이

늙어갑니다

평생 바라보는 서울 쪽 하늘은

노을이 곱습니다.

김효삼 작 '달콤한 인생'

별 하나 별 둘….

요즘 ‘까치밥홍시’라는 나눔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커피 한잔 값을 더 계산해 놓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그 마음의 가치가 참 행복하다. 그처럼 우리는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늘 누군가를 응시하며 무언의 응원을 보태고 있었다.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헤어진 누군가이었다가, 다시 찾아가보고 싶은 고향이었다가, 부질없는 희망이지만 마음속을 간질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다. 겨우내 감나무 꼭대기를 드나드는 까치처럼 우리 마음속을 드나드는 옛 추억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 했으니, 한 편의 영화처럼 그리움 속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강만 시인은

994년에<시와 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따뜻한 눈빛>, <눈부신 예감>, <유랑의 새>, <그대에게>, <유수의 꿈>, <푸른 단검> 등이 있으며 <광주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효삼 화가는

광주 출생으로 광주대동고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수채화 개인전 9회를 비롯하여 단체전과 기획 초대전 200여회를 돌파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전국무등미술대전, 광주광역시미술대전, 순천미술대전, 개천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도솔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 수채화협회, 광주·전남수채화협회, 소나무 창립회원, L.M.N, 기독교미술협회 회원, 신세계문화센터 수채화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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