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타고 낙안(樂安)고을로 가 본다.

읍지에 의하면 낙안고을 명칭은 '기름진 옥토에 물산이 풍부하여 배고픈 자가 없으니 온 백성들이 편안하다'는 '낙토민안(樂土民安)'과 '백성들이 넉넉하니 송사가 적고 송사가 적으니 벼슬아치가 즐겁고 백성들은 편안하다'는 '관락민안(官樂民安)' 이라는 말을 취해 낙안이라 했다고 전한다.

2016년 4월 2일 꽃으로 대변되는 순천 국가정원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가족들과 함께 낙안읍성에 들렸다. 여기 저기 벚꽃 가로수가 천상으로 가는 길인양 도로를 맘껏 치장하고 우리를 반겨준다.

낙풍루를 들어서니 문화재 활용사업인 듯 젊은 국악인 출연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객사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판소리, 가야금병창, 국악가요, 한국무용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란다.

낙안 고을의 객사는 평지인 낙안읍성 내에 있으며 뒤편으로 고을의 지산인 금전산(金錢山)이 솟아 있다. 그 산 한 켠에 백제 위덕왕 30년(583)에 창건했다는 금둔사(金芚寺)가 있으니 이 산의 이름이 본디 금돈산이나 쇠돈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명에서 금이나 쇠는 대부분 바위로 형성된 산을 지칭하고 있음을 볼 때 금전산의 바위벼랑을 보고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홍살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넓은 마당이 펼쳐지고 객사가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공연을 위한 의자와 무대장치로 객사 앞 마당은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좋은 기회가 된 듯하다.

객사 마당에는 얇고 큰 돌들이 깔려 있으며, 건물의 상태는 대략적으로 양호하다. 건물은 중앙에 있는 주사와 좌우의 익사로 구성되었는데 동쪽 방은 문인들이 사용하고 서쪽 방은 무인들의 숙소였다고 한다.

처마 밑에는 ‘낙안지관(樂安之館)’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그 뜻은 ‘낙토민안 고을의 객관’이란 의미로 보인다.

처음 건립 연대는 알 수 없다. 왜구 침입으로 소실된 것을 1397년(태조 6) 신원절(愼原節) 군수가 옛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1451년(세종 33) 낙안군수 하빈(河濱) 이인(李茵)이 중건한 후 1597년 정유재란으로 소실되었다. 1631년(인조 9) 정원필(鄭元弼.1630.3-1632.1재임) 군수, 1857년(철종 8) 이명칠(李明七.1857.11-1860.3재임) 군수에 의해 중수되었다.

1909년 이후 사립낙안보통학교 건물로 사용되었고 1917년 낙안공립보통학교, 1938년 낙안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낙안공립국민학교, 1949년 12월 31일 낙안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꾸면서 자리를 유지했다. 1975년 2월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지정문화재 건조물 제 전남99호로 지정되었다.

1983년 6월 14일 낙안읍성은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었다. 1984년부터 시작된 낙안읍성 복원사업과 함께 1990년 학교가 현 성북리 312번지로 이전하고 객사, 동헌도 복원되었다. 이 중 객사는 1990년 2월 24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70호로 지정되었다.

1455년(세조 1) 전라도관찰사를 역임한 문강공(文康公) 저헌(樗軒) 이석형(李石亨)이 지은 객관 기문이 전한다.

“낙안(樂安)은 큰 고을이다. 동쪽으로 개운산(開雲山)을 바라보고 서쪽으로 금오산(金鰲山)이 군의 끝까지 가며 남쪽으로 큰 바다에 임해 있고 북쪽으로는 금전산(金錢山)을 웅거하고 있다. 땅은 넓고 백성이 많이 살며 한 지방이 평평하게 뻗쳐 있어 남방의 형승지(形勝地)로는 이곳이 제일이다. 전에 왜적이 침입하여 백성들이 모두 달아나자 기름진 땅이 쑥대밭이 되었다. 땅을 잃게 되고 왜적의 침입은 더욱 심하여 장차 회복하기에도 겨를이 없었거늘 어찌 공관(公館)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그 뒤 얼마 안 되어 비록 그 땅은 도로 찾았으나 백성은 아직도 모여들지 않았다. 고을 사람으로 절제사(節制使)가 된 양혜공(襄惠公) 김빈길(金贇吉)이 부민(部民)들을 거느리고 토성(土城)을 쌓았고, 군수 신원절(愼原節)이 옛터에 의거하여 관사를 지었으나, 그때는 초창기여서 규모가 좁고 누추했는데 이젠 세월이 오래되고 보니 무너진 것이 더욱 많았다. 경오년(1450)에 하빈(河濱) 이인(李茵) 공이 군에 군수로 왔는데 정사가 잘 다스려지고 송사가 간략해서 백 가지 폐했던 것이 모두 일어났다. 그 이듬해(1451)에 무리를 모아 묻고 의논하여 옛 제도를 더하고 새롭게 하며 재목을 구하고 기와를 구워 이에 공관을 짓는데 세로 몇 칸이고 가로 몇 칸이어서 화려하지 않고 누추하지 않아 사신을 접대하고 교령(敎令)을 시행하며 아전과 백성들의 모이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할 수 있으니 모두 서로 경사롭게 여겼다.”

낙안군의 객사인 낙안지관

최성은 기자  koindo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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