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의 주생활 문화를 담아온 그릇이다. 우리 주위의 자연 재료를 이용하여 우리만의 고유한 구조미를 표현한 한국의 건축 즉, 한식 목조 건축이다.

오늘날 한옥이 외면 받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생활의 불편함, 단열 성능, 목공사의 수작업에 의한 고가의 건축비 등 여러 가지가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옥은 우리의 고유성을 담고 있는 우리의 살림집으로 분명 장점도 많다.

한옥이란 용어는 근대에 조어되었다. 19세기 말 당시 새롭게 등장한 외래의 건축을 ‘양옥’이라고 부르면서, 재래의 건축을 상대화하여 ‘한옥’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한옥은 한식 목조에 토기와를 올린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조선 시대에 굳어진 것으로 반가의 살림집에 해당된다. 사실 한옥은 반가뿐 아니라 민가로서 초가집, 너와집, 굴피집, 토담집 등 다양했다. 선조들은 지금보다 더 분명한 신분 차이가 있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도 있었으며, 사는 방식도 다양하였다. 그러니 이들을 담아내는 살림집 역시 다양한 삶들만큼 각양각색이었음은 당연하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담아낸 주거 공간

옛 한옥은 자연 그 자체이다. 자연의 재료를 그대로 가져와 집의 모양새로 재구성했을 뿐이다. 여기서 재구성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나무와 돌과 흙과 풀이 때론 물과 섞여 집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인공적인 재료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를 해체하면 다시 자연 그대로 돌아간다.

논농사가 많은 평야지역에서는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을 지붕에 엮어 지어 초가집이 되고, 밭농사 위주인 산간 지역에서는 나무를 켠 널판을 엮어 지붕을 지어 너와집이 되었다. 자연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자연 환경을 적극 이용하여 살림집을 짓고 살았다.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이다.

한옥의 최하부를 이루는 기단은 돌로 쌓는다. 예로부터 건축에 쓰이는 대다수의 돌은 화강석인데 주변의 막돌을 가져와 쌓기도 하고 기다란 직육면체로 다듬어 두르기도 하였다. 기단 위에 기둥을 올리려면 주초가 필요한데, 주초 역시 화강석이 쓰인다. 이 또한 돌을 생긴 그대로 놓거나 다듬어 사용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주초 위부터 기와를 받는 서까래까지는 모두 목재로 짓는다. 나무마다 그 사용처를 염두하여 벌목하고 몇 년이고 처마 밑에서 건조시킨 후 치목하여 사용한다. 한옥에 쓰이는 나무는 주로 소나무로서 그 굵기와 길이를 따져 기둥감, 보감, 서까래감 등 구분하여 사용한다. 굽어진 나무는 굽어진 자연 그대로 사용되는데 위로 굽혀진 보는 아래로 처지려는 중력에 저항하기 좋고, 아래로 굽혀진 서까래는 그 끝이 들려 자연스런 처마의 앙곡(들어진 곡선)을 자아내기 그만이다.

나무의 결구는 순수 나무만으로 이루어진다. 철물을 이용하여 결구하는 서양식 ‘경량목조’나 일본의 ‘투바이포’ 주택과 크게 다른 점이다. 심지어 기둥을 세울 때에도 주초석 위에 그대로 올려놓는다. 주초의 생김새를 따라 기둥 밑을 바수어(바심질) 기둥과 주초를 밀착시키고(그래질) 올곧이 서있게 하며 그 위에 무거운 지붕으로 눌러 안정시킨다. 그야 말로 자연적이면서 과학적이다.

서까래 위에 개판을 깔거나 산자를 엮어 올리고, 적심을 깔아 지붕의 바탕을 형성하는데 적심은 치목하고 남은 나무껍질이나 혹은 쓰고 남은 목재가 이용된다. 적심 위에 역시 자연 재료인 흙을 깔아 보토층을 형성하여 물매를 잡고, 그 위에 알매흙과 홍두깨흙을 놓아 암키와와 수키와를 깔아 미려한 한옥 지붕을 탄생시킨다. 기단에서 용마루까지 즉, 발밑에서 머리 위까지 모두 자연 재료로 완성되는 것이 바로 한옥이다.

새로운 창신으로 신한옥을 짓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옥이 새로운 브랜드로 부각되고, 정부의 ‘한 스타일’ 사업 추진을 배경으로 신한옥이 떠올랐다. 특히 전남에서는 한옥 행복마을 사업과 함께 그 관심은 증폭되었다. 신한옥은 기존의 것을 유지 보존하는 차원이 아닌 한옥을 다시 현대 주거 문화로 되살려 새롭게 창조하는 창신(創新)의 개념으로 현대 한국인의 주거로서 재창조하여 부흥시키는 진취적인 것이다.

현대 신한옥이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한옥의 건강 건축을 들 수 있다. 한옥은 흔히 현대 건축에서 생겨나는 공해가 거의 없다. 현대 건축의 대명사인 철근 콘크리트조는 오십 년도 채 못 되어 재건축을 해야 한다.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헐면 그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어 공해로 남는다.

한편 앞서 보았듯이 한옥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재료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이며, 이 천연 건축 자재는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수명이 다한 한옥도 헐어내면 그 폐기물은 자연 흙이 되거나 거름이 되고, 땔나무로 다시 쓰일 수 있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현대 건축의 대명사이다. 이미 로마 시대에 개발된 콘크리트는 철근과의 일체성이 밝혀지면서 철근 콘크리트조로서 근대부터 널리 애용되었고,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이 콘크리트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는 독성을 품어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모두 인지하는 바이다.

한옥은 건강 건축이다. 한옥이 건강 건축이라는 점은 구한옥과 신한옥이 동일하나 그 평면구성과 동선 체계는 사뭇 다르다. 신한옥은 현대인을 담는 그릇으로 현대인의 주생활 문화는 예전과 다르기에 구한옥과 신한옥은 차이를 갖기 마련이다.

주생활과 주거형태는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로 주생활 문화의 변화가 주거형태의 변화를 초래하기도 하고, 반대로 주거 형태의 변화가 주생활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한옥은 평면 형태가 직사각형이나, 현대 아파트 평면은 정사각형에 가깝다. 그 이유는 한옥은 한방향의 병렬로 방들이 배열되는 한식 목조의 구조적 특성과 안채, 사랑채 등 채 구성으로 분리되어 있고, 아파트는 하나의 채에 모든 공간을 아울러야 하며 현관에서 각 방으로 접근하는 동선을 짧게 하려는 기능적인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한옥은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이 곳곳에 있는 순환 동선으로 각 채로 연결된다. 반면 아파트는 출입구가 단 하나로 폐쇄된 동선이다. 단독 주택의 평면도 아파트 평면과 흡사하게 현관에서 모든 방들이 최단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아파트는 출입구가 현관 하나이고, 단독주택은 주방에서 뒤뜰로 나가는 뒷문이 하나 더 있다는 점과, 아파트는 발코니의 용도가 명확하고, 화장실이 외기에 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식 목조라는 점에서 신한옥은 구한옥과 동일하다. 그러나 신한옥의 평면 형태는 현대 주택과 같아 현관문을 두어 폐쇄 동선을 구성하고, 제사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대청은 온돌을 놓아 거실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인의 주생활 문화에 맞게 주거 형태가 바뀌는 현상으로 신한옥이 현대 주거로 다시 태어난 결과이다.

한옥 문화를 영위할 우리들의 관심 절실

근래에 한옥 바람은 한옥 아파트, 한옥 인테리어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공사가 내놓은 한옥아파트는 한옥을 아파트에 도입한다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한옥이 목조로서 대규모화, 고층화가 요구되는 공동 주택의 요구 조건과 부합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골조는 철근콘크리트로 구성하고 내부를 목재로 수장한 디자인이다.

한옥은 골조를 세우는 대목(大木)과 그 외 장식을 드리우는 소목(小木)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한옥아파트는 대목은 없고, 소목만 있는 형식으로 한옥인테리어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기존의 구조체에 목재로 마감하여 한옥풍으로 꾸미는 한옥 인테리어 보다 주공이 내놓은 한옥 아파트는 벽체를 한식으로 짠다는 차이점이 있겠다. 즉, 기둥과 보, 슬래브를 철근콘크리트 라멘조로 구성하고 비워둔 벽체는 한식으로 꾸민 것으로 단순히 한식으로 마감하는 한옥 인테리어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목과 소목이 결합된 완전한 한옥 아파트는 불가능한 것인가? 한식 목조를 구성하는 목재는 생물로서 그 강도는 한계가 있다. 목재 강도의 한계는 구조의 한계가 있는바 5층 이상인 대목과 소목이 결합된 완전한 한옥아파트로 태어나긴 어려워 보이며, 가능한 층수는 3층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통주택으로서는 다세대 주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국토해양부 주최, 국가한옥센터와 주택공사의 주관으로 ‘함께하는 한옥 : 한옥 공동주택’을 주제로 공모전이 개최되었고, 한옥이 공동주택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흔히 한옥은 춥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한옥은 추웠다. 현대 주택에 비해서 한옥이 추웠다는 얘기다. 현대 주택에는 스티로폼, 그라스울, 우레탄 제품들이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고, 옛 한옥은 흙벽이 전부이니 당연 단열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한옥은 현대 주택에 사용되는 단열재를 사용하고 있고, 탄화시킨 왕겨를 충진하고 양측에 대나무 외를 엮어 흙벽 마감이 용이하게 제작된 한옥에 맞춘 단열재도 생산되고 있다. 외벽 창호도 바깥은 한식 창호, 내부에는 단열성이 높은 복층유리를 끼운 현대식 샤시 창호를 달아 이중창으로 구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 이상 한옥은 춥지 않다.

“아파트 값이면 차라리 교외 변두리에 주택을 짓고 살겠다.”는 얘기들을 종종 듣는다. 아파트를 살 돈이면 땅을 사고 내 집을 짓겠다는 바램이다. 아파트를 팔면 땅을 살 수 있으나 건축비까지 충당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경제 사정에 맞춰 집 종류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주택의 종류는 대개 조립식 판넬집, 경량 목조, 스틸하우스, 벽돌조, 철근 콘크리트조, 그리고 한옥으로 구분된다. 이들 중 조립식 판넬집이 제일 싸고, 한옥이 제일 비싼데 무려 2배 정도이다.

기둥감과 보감을 외국산 더글라스 퍼를 사용하고, 기계로 치목하여 한옥을 짓는다 해도 여전히 2개 정도 비싸다. 앞서 말했듯이 단열 성능이나 설비의 불편함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축비를 낮추는 것이 한옥이 활성화되는 관건임은 주지하는 바이다.

미래에 한옥이 주거 문화로 거듭나려면 목재 치목을 규격화하고, 기계화하여 수공업 비율을 낮춰 생산 단가를 내림은 필수이고, 공급과 수요가 증가하도록 정부는 물론 관련 산업 협회의 노력이 절실하며, 한옥 문화를 영위할 우리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대동문화 79호 [2013 11,12월호]

김재웅 전라도 지오그래픽 대표이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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