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 아파트에 미치다, 획일화, 폐쇄성, 유목민적 생활, 상품화 등의 비판적 해석과 주장들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비중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으며 일반인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도 다른 주거 유형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정말로 주거 문화로서의 아파트 거주 문화를 다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또 아파트의 도시 주거문화로서의 한계와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가 58년도 서울 종암동에 최초로 세워진 이래 일반 주택에 비해 시설물 유지 등 관리비가 저렴하고 주거 환경과 생활의 편리함과 안전성과 가장 쉬운 투자 가치 때문에 전국 가구 수의 56%, 광주광역시의 경우는 77%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는 전국 대도시 중에서 가장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도시이다.

최근에는 초고층화, 유비쿼터스(Ubiquitous), 그린, 바이오, 황토방 등 친환경과 첨단화한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편리해져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각광을 받아 계속 늘어날 추세이다.

이 같은 주거 형태 변화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와 여러 가지 사회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 복지 문제, 두레 정신의 실종에 따라 범죄율의 증가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농경사회 시절에는 마을별로 향장이나 어른들이 계셨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되면서 아파트 생활은 시멘트의 두께만큼이나 벽이 막혀 ‘이웃 사촌 간의 정(情) 문화’뿐만 아니라 예의범절과 미풍양속이 사라져 아파트에 어른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파트에 자란 어린이들은 폐쇄적인 문화생활로 교양이 없고 부모에 대한 의타심만 높아져 범죄율이 증가하고, 횡포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실증적으로 나와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음까지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지금까지 정부나 자치단체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좁은 공간의 이용과 세금 징수,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에만 치중할 뿐 도시 경관과 이웃과의 만남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의 확보를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과감히 용적률을 낮추고 건폐율을 조정해 지상 주차장을 잔디로 깔고 조경 비율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또한 비가림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 설치해 주민총회와 음악회 등의 개최가 가능케 하고 놀이 공간의 확장과 생태 공원을 조성하여 산책을 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장재를 고급 수제품으로 장식하여 분양가만 올리지만 말고 아래층 부분을 기둥으로 처리하는 필로티 설계와 회의실이나 도서관은 지상으로 옮기고 어린이 놀이방과 운동 시설 등 주민 편익 시설을 확대하여 이용하기 편리하게 해야 한다.

옥상은 조망대 설치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삼대가 거주하기에 편리한 공간 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급변하는 기상 및 지진 등의 안전 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내진 설계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 또한 아파트 명칭도 옛날 마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친근감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도 시골과 같은 풍요로움과 여유가 있는 주거 공간으로 조성해서 지금까지 아파트의 삭막한 주거 문화를 새로운 생활 규범과 공동체 문화가 실현되어 마음까지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아파트 주거문화 최대의 걸림돌, 관리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관리비 집행을 사회적 문제로 집중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행정 기관에서 현장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비리 건수는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 행정처리 미흡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가 1개월 간 2,300여개 아파트 단지 중 그동안 분쟁으로 신고가 접수된 103개 단지에서 11개 단지를 선정 관리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반한 내역은 규정을 위반한 수의계약 남발(56건 10개 단지), 입찰 사업체 간 담합(11건, 2개 단지), 공사 입찰 방해 및 공사비 과다(10건, 4개 단지)로 관리비 비리가 모든 단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 단속 결과 행정지도 73건, 시정 명령 및 과태료 83건의 처분이 이루어졌다. 아파트 관리는 총체적인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아파트 단지가 많고 관리사무소가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입주민의 무관심을 틈타 이권에 개입하려고 동 대표를 맡아 비리를 자행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아파트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관리를 하는 데도 있고 어물쩡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에는 수백 수천 세대가 거주하고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 소득차, 가치관의 차이로 관리에 있어 모든 주민이 바라는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해와 배려보다는 대부분 개인들의 편리성만 주장할 뿐 참여는 하지 않아 냉소와 불신 풍조가 팽배하다

또 그동안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업체나 기관들이 신규 사업과 이익 창출을 위해 안전을 빙자, 법령과 제도를 강화해 불필요한 관리비 증가 요인이 발생하기도 했다. 매년 승강기 검사와 정밀 점검(검사비 2.6배), 16층 이상 고층아파트 3년마다 정밀 안전 진단, 소방 검사, 놀이터 시설물 검사, 수도 시설 관리자, 관리 감독자 교육비, 저수조 반기별 수질 검사비 등을 요구하여 일부 개정하였으나 아직도 전면 개정되지 않는 제도가 많다. 또한 곧이어 승강기 내 비상 통화 장치 설치와 2014년 말까지 한시적인 감시 단속자 10% 감액율, 위탁 관리비 부가세 면제, 동 대표 임기 제한 등의 관리 규약 개정 문제가 산적해 있다. 앞으로 시행할 3백 세대 이상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동 대표 의무 교육, 관리소장 3년마다 의무 교육을 광역 단체 합동 교육으로 개정해 불요불급한 관리비를 절감해야 한다.

광주광역시 좋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에 대해

광주 지역은 20여 전에 관리비 적정화와 표준화, 하자 보수, 살기좋은 아파트 만들기,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를 개정하기 위해 92년에 아파트 연합회를 구성, 매월 공문과 격월제 회보 발행(125호), 매주 신문 발송, 격월제 교육과 토론회, 사례 발표, 워크숍 등을 통해 아파트 단지 간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모든 문제점과 우수 단지와 분쟁 단지 사례를 등을 12년 동안 4개 신문에 소개해 입주민들도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 결과 대부분 관리비 집행의 적정화, 하자와 부실 공사 방지, 재활용품 분류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을 실천하여 7대 광역시 중 관리비가 2002년도에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평균 35.3%이다. 또 2013년 4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5%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관리비 집행에 따른 부조리도 크게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하자를 발생하고 부실공사를 하면 더 손해라는 인식을 시공사로 하여금 갖게 해 다른 지역 보다 부실공사 발생률이 적다는 여론이 많다. 공동체를 활성하기 의해 도․농간 자매결연과 직거래 행사와 아파트 마을 축제, 회의실을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에너지 절약과 주변 환경 가꾸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아파트도 마을이다, 품격 마을을 만들자

이제 광주시는 인권과 민주, 문화 도시의 시민답게 극소수의 아파트 비리 척결도 중요하지만 관리비도 적정하고 갈등과 오해가 없이 예의와 질서를 지키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이웃사촌이 있는 ‘품격 아파트’ 마을 만들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먼저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 규약은 자치단체 준칙보다는 아파트 실정에 맞게 명확하고 알기 쉽게 개정되어야 한다. 또 합리적인 안건 심의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 중 덕망 있는 동 대표를 선출하고 추진위원회를 활용해 아파트 관리에 주민들의 참여가 높아져야 한다.

또 공동체 활성화로 마을 가꾸기를 위한 주민 화합 잔치, 요가회, 등산회, 작은 도서관과 독서회, 한자와 노래 교실, 아가방 운영, 농산물 직거래 행사 등과 주변 환경과 꽃밭 가꾸기, 자원 재활용 등 사업을 위한 부녀회 활성화 및 적정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아파트 주거 문화 개선을 위한 주민 실천과 계몽 운동도 실천되어야 한다. 먼저 인사하기와 칭찬하기, 예의와 분수 지키기, 책임과 의무 다하기 등의 솔선수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층간 소음, 주차 분쟁 방지로 전통적인 미풍양속과 이웃사촌 간의 정 문화를 되살리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자원 절약과 환경 보존 운동인 녹색생활 실천 활성화를 위해 인근 단지와의 네트워크 구성 및 다양한 정보 공유는 물론 자치단체와 업무 공조 등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광주시가 동 주민자치위원회, 마을 협동조합 등에 사업비를 지원한 것보다 아파트에 지원하면 몇 배의 성과가 나타날 것인데도 아파트는 사적관리라며 지원에 인색했다. 아파트도 마을이라며 지속적인 건의가 광주시가 받아들여 ‘마을 가꾸기 컨퍼런스 사업’에 35개 단지가 공모하여 지원을 받게 되었다. 내년에는 갑절로 사업비가 증액되어 12월 22일까지 신청한 아파트단지는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앞으로 아파트도 마을 공동체로 인식하고, 단지 간 정보 공유는 물론 대표회의･입주민･관리 사무소가 삼위일체가 되어 효율적인 관리와 어울림과 소통으로 아파트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머무는 휴식과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주거문화의 변화는 거주자들의 참여와 관심과 실천이 담보되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도시 주거문화로서의 한계와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성찰해보아야 한다.

대동문화 79호 [2013 11,12월호]

한재용 (사)전국 아파트 연합회 광주지부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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