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빅3

인디안들의 기우제는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단다.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기 때문이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인디안식 기우제는 어찌 보면 우직하고 비과학적이며 비경제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우직한 기도 끝에는 그들이 소원하는 비가 기다리고 있다. 인디안의 기우제가 의미 것은 비가 왔다는 사실보다 종족이 기우제를 통해 순결한 마음을 공유했다는 것이 아닐까.

중흥건설 창립자 정창선 회장과 그의 아들 정원주 사장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회장 부자가 바로 인디안식 기우제를 지내고 있구나.’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73)이 1983년 중흥주택으로 첫 발을 뗀 광주 소재 건설사로 현재 시공능력순위 63위(2013년). 그러나 주택 공급에서는 2년 연속 빅3에 들었다. 중흥건설은 부동산 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중흥 S클래스’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2012년, 2013년 2년 동안 연평균 1만여 세대의 주택을 보급, 내로라 하는 대형 건설사를 제치고 전국 3위를 차지했다. 중흥의 ‘질주’를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주택건설 명가들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다.

“2012년에는 대우건설이 1위, 현대산업개발이 2위, 우리가 3위를 했어요. 2013년에는 대우건설, 부영건설, 그리고 우리가 빅3에 들었죠. 2연패를 했는데 앞으로 5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흥의 ‘돌풍’ 뒤에는 정창선 회장이 있다. 그는 인디인식 기우제가 오직 ‘비 오는 것’에만 온 정성을 다 하듯 ‘한 우물만 판다’는 철칙을 고수했다. 1970년대 초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청년 시절, 속칭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부들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새긴 원칙이다.

“그 당시 공사판에서 땀 흘리던 인부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좋았습니다. 당당히 제 몫을 해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였죠. 자신만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고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저도 건설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 반드시 건설사를 세우겠다는 꿈도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3불(不) 원칙

그가 판 우물은, 건설이다. 1983년 중흥주택을 창립한 이래 30여년 오직 건설 외길을 걸어왔다. 단종을 주사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이제는 시공능력순위 63위, 주택공급은 3위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공사 중 자체 공사가 80%에 이른다. 건설업계에서는 보통 70%는 수주, 30%를 자체 공사를 해야 안정적이라는 말이 있다. 자체 공사를 많이 하다 보면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흥건설에서는 자체 공사가 80%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IMF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어려움 없이 건너왔다. 그것은 정회장의 철저한 자금관리와 오직 자체 공사 외에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CEO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조금 일이 잘 된다 싶으면 기업 확장을 시도합니다. 사업 확창, 좋습니다. 그런데 동종 계열도 아니도 예를 들어 건설업업체들이 금융업으로 조선업으로 마구 뛰어들어서 실패도 하고 또 상호 보증을 잘못 서서 망한 회사들이 많아요. 보증 잘못 서면 도미노처럼 모두 쓰러집니다.”

정회장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초심을 잃게 하고 모기업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한다. 정회장의 초심은 ‘3불(不)’ 원칙이다. 첫째,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둘째, 보증을 서지 않으며 셋째,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을 보면 돈이 될 만한 땅도, 건물도, 아이템도 보이고 주변 사람들의 유혹도 많아요. 그러나 아버님은 더 좋은 집을 짓기 위한 투자는 했지만 그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단돈 10원의 지출도 아버님이 결재할 정도로 철저하게 자금관리를 하시면서 저를 비롯한 직원들이 오직 일에만 올인 하게 했어요.”

정회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광주에 있는 대동건설이나 남화토건 같은 중견기업을 벤치마칭했다. 당시 남화토건이나 대동건설은 단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그에게 있어 멘토였다. 이 회사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정직하고 건실(健實)했다.

‘그래. 이것이다. 바로 이거야.’

그의 돌다리경영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는 ‘정직’과 ‘건실’로 ‘안정 속에 성장’을 이루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살아갈 수 있어요. 첫째는 아주 미련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영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예요. 두 번째는 정직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부지런해야 합니다. 근면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뜻이죠. 아주 간단한 것인데 이것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어요.”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끝낸다

브랜드를 알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언론매체를 이용한 광고. 그러나 정 회장 부자는 언론매체 보다 사람을 더 신뢰한다.

“우리는 일 년이면 수천, 수만 채의 집을 지어서 공급합니다. 그러나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처음으로 집을 산 사람도 있을 것이요 또 그 집을 장만하기 위해 빚을 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이 집이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그들의 마음으로 집을 지어야 합니다. 수천만 원이 드는 광고보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 ‘살아보니 참 좋더라’라고 하는 한 마디가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정원주 사장(48)의 말이다. 정원주 사장은 1987년 중흥건설에 사원으로 입사하여 대리, 과장, 부장 등 여느 회사원과 같은 단계를 밟아 1999년 중흥건설 사장에 올랐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돈보다는 땀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부모 된 도리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장수 기업이 별로 없어요. 창업 1세가 잘 가꾸어서 2세에게 물려주면 2세가 그것을 잘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죠. 2세들은 현장 경험이 없어요. 아버지 그늘로 바로 실장, 이사, 사장으로 와서 근무를 하죠. 그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 앉아서 보고서에 결재만 하다보면 밑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또 창업정신도 모릅니다.”

정 회장은 아들 원주씨를 5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뛰게 했다. 덕분에 정원주씨는 누구보다 현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중흥건설을 빅3에 이를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같은 일이지만 항상 새롭습니다. 도면을 치고 생각하고 또 도면을 치고 생각하고 도면을 이십 번도 더 바꿉니다.”

정 회장 부자는 땅과 도면을 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작은 땅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동선을 더 효율적으로 배치할까, 어떻게 하면 입주자들에게 더 아름다운 주위 경관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중흥건설 부자의 도를 지키다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아버지께 대들기도 했어요. 내가 일을 다 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할 때도 있었죠. 이제 나이를 먹으니까 알겠어요. 아버님 마음을.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시는 분이에요. 저도 일로는 아버님께 지고 싶지 않아요.”

정회장 부자는 동행자이자 경쟁자다. 현장에 대해서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치열하게 의견을 나눈다. 중흥건설이 ‘중흥’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크든 작든 아낌없이 나누려고 한다.

100여명의 사원이 있는 중흥건설에는 구내 식당이 없다. 주변 상가를 살리기 위한 정회장의 배려 때문이다. 모델하우스 오픈식도 화환 대신 쌀을 받아 불우이웃에게 나눈다. 지난 해에는 ‘JCI아시아태평양대회’를 광주에 성공적으로 유치했으며 정원주 사장은 아너소사이티 회원이 되었다.

불확실성 시대에 땀의 힘을 믿고 천천히 우직하게 한발 한발 걸어가는 정 회장 부자의 삶이 ‘S-클래스’다.

[2014년 3.4월 <대동문화> 81호]

정명혜 남부대 언어치료청각학과 교수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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