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예술 표현의 자유’ 라는 말을 쓸 때 자유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디까지 자유를 갖는지 사회적, 법률적인 문제에도 제한된다. 예술 부문에서 영화, 문학, 연극 등 역사 속 인물들을 다룰 때 왜곡된 문제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영화 ‘명량’과 관련해 배설 장군 이야기로 뜨겁다. 후손들이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했기 때문이다. ‘명량’ 속 경상우수사 배설의 묘사에 심각한 역사 왜곡이 있다는 주장이다.

영화에서 배설은 이순신을 암살하려고 하고, 거북선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다가 안위의 화살에 맞아 죽는 인물로 묘사됐다. 그런데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문화 평론가들은 말한다. 배설이 명량해전에서 조선군을 이탈한 것은 맞지만 영화처럼 반역죄를 저지르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씨 문중은 영화가 배설을 악인으로 표현해 피해가 적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명량’의 작가는 이순신 장군을 빛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악인이 필요했을 것인데 배설 장군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꼭 악인이 필요했다면 가상의 캐릭터를 집어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평도 있다. 그렇다고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물을 두고 후손들이 일일이 문제를 제기하다면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창작을 하기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창작된 역사 인물 시대 따라 해석 다양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창작에 의해 역사 속 인물을 변형시키는 것이 옳다거나 잘못됐다거나 하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나 드라마를 계속 해야 하는데 과연 어디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예술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역사를 소재로 한 인물들은 긴장감이 있다. 하지만 그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다양해지고 사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창작자는 관계자들에게 창작의 입장을 분명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법정으로까지 간다면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사회 분위기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가치관과 개인적 기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인 소재나 실존인물을 다룰 때 창작자가 어디까지 창작을 해낼 수 있을까?

무한한 자유를 줘서 소재와 인물에 대해 자유를 줄 수도 있겠지만 소재가 된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과 당하는 불이익에 대해 소송할 수 있는 권리도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당하다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명량’ 소송 건에 앞서 광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예술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에 맞는 사건이었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에 대한 논란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가들이, 혹은 일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관계자들의 사퇴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은 홍 작가 본인의 개인전시가 아니라 지방자치 예산으로 위촉을 받아서 이뤄졌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창작을 존중해서 어떤 형식이라도 전시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에 더 개방적으로 예술창작자를 보호해야 하는 곳은 비엔날레 사무국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엔날레 입장이 확고하다면 전시가 이행될 수 있게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그냥 넘어갔다. 책임자들은 사퇴 해버렸다. 책임자들도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일텐데 초청한 작가에 대한 작품은 그들이 책임을 졌어야 했으나 광주시나 공무원들에게 떠넘긴 셈이 되었다.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뿐이다. 이 문제는 ‘검열’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작가와 대립되고 갈등하는 주최측인 비엔날레는 지방자치단체로 공을 넘겼다.

비판할 수 있는 권리, 관람하지 않을 권리

‘세월오월’ 논란은 정권적 탄압과는 진행과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공연예술을 한다고 하자. 어느 연극인이 어떤 것이든 정치나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을 공연하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겠는가. 이번 홍 작가의 ‘세월오월’ 사태는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왜 못하느냐’며 막아야 했다. 지금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시대다. 비엔날레 사무국이나 책임자들이 보호막이 되어야 자유롭게 창의성을 가지고 예술가들은 활동할 수 있다.

시장이 예술을 탄압한 것도 아니고 독재를 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했어야 했다. 예술가는 예술적 노력과 창의성이 사라진 것에 대해 억울할 것이다. 거대 권력가들과의 싸움이 아니다. 주최측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

무엇이 두려워서 이런 사태가 생겼는지 알 수는 없으나 혹여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비엔날레를 못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권력과의 싸움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예술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옛날의 검열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판할 수 있는 권리, 관람을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다. 작가가 작품을 건다는 것은 심판대에 서는 것이다.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민주사회이다.

우리나라는 70~80 시대에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작품 검열’이란 명분 아래 탄압이 이뤄졌었다. 심사기준에 빨간 글씨로 ‘삭제’, ‘수정’이라는 토를 달아서 예술 검열을 아주 엄격하게 했다. 영화도 그렇고 가요, 미술도 그렇다. 탄압과 횡포를 통한 억압적인 검열제도는 영화, 연극, 음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90년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오면서 표현의 자유가 확산됐다.

기본적인 제도는 남아있었으나 규제하는 기준은 공공성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는 개방적이어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다.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을 비하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규제하지 않았다. 지도자가 그런 태도를 가지면 관리자들도 그렇게 된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예술의 가치 기준도 다시 바뀌었다. 독재 정권 때 법 테두리 안에서 약간의 개방성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예술활동이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로 간 것은 아닐까? 홍 작가 사건도 이런 현상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원 받는 한 자유롭지 못하다

좀 더 가보자면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되는 행사들은 대부분 관에서 당연히 개입하려 한다. ‘예술 표현의 자유’까지 간섭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정치적 행사의 일환으로 보여지는 행사가 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원을 받는 한 ‘표현의 자유’는 자유롭지 못하다. 표현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관의 개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것을 얼마만큼 독립적으로 싸워나가야 할 것인가는 결국 예술가의 몫이 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문화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였다. 홍 작가는 그 무엇으로부터도 간섭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지원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로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사마다 작가들의 그런 선언이 이어진다면 옳지 않다. 그 바통을 이어갈 작가들의 몫은 어디까지 일까? 예술표현의 올가미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정신차려야 한다.

프랑스에 아비뇽 연극제가 있다. 아비뇽 연극제(프랑스어: Festival d'Avignon)는 남부 프랑스 보클뤼즈에 속한 코뮌인 아비뇽 광장에서 매년 7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제이다. 1947년 장 빌라르가 설립한 이 축제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며 그 규모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축제에 속한다.

2008년 아비뇽 연극제에서는 950여 개의 작품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연극인들에게 있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영화인의 ‘칸 영화제’에 비견될 수 있다. 3주간 개최되는 이 연극제는 평균 10만 명의 관객과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의 대표적 예술 축제 가운데 하나이다.

축제는 발레와 드라마, 고전적인 콘서트 등이 '오프(Off)'와 '온(On)' 공연으로 나눠 구성된다. 오프(Off) 공연은 노천극장에서 행해지며 연극을 비롯한 음악, 무대 장식 등 각국의 다양한 공연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다.

또한 아비뇽 연극제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장으로, 연극제를 통해 극작가와 무대감독, 배우들이 새로 발굴되고 있다. 또 매년 색다른 형식과 주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형식에 맞춰지는 축제가 아니라 자유롭다. 그래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이러한 세계적인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는 어느 관이나 단체들에게 지원받지 않는다. 자기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한 것이다. 관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의 의식도 살펴봐야 한다. 지원 받으려고만 하는 예술가들의 가치관도 문제가 있다. 예술성, 자율성, 독립성을 얻으려면 행사 주최자들의 능력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예술 표현의 자유’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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