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았다

이 엄청난 거짓말이 도대체 믿기지 않아서

쓸 수 없었다 지금껏,

 

진도 앞바다에 배가 전복되었다는데

별일 아니다 여겼다

현대상선 배를 타고가다 사고가 났다

인도양 한복판

전쟁처럼 컨테이너 철판이 터지고 날아다니는

불타는 배안에서도 탈출했다 내 나라도 아닌

네덜란드 군함에 구조된 적 있다

 

세월호 기울어진 배 앞에 바짝 붙여 대고 있는

구조선 뉴스화면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구조대원이라는 검정 제복들이

너무 침착하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구경꾼이다

저건 또 뭐야

아이들도 승객들도 아니고 선원들만 구조하네

바다도 잔잔하고 먼 바다 인도양도 태평양도 아닌

저 만큼 육지가 보이는 그냥 동네 가까운 바다인데

 

얼마나 몸부림치는 고통으로 일그러졌을까

엄마아빠를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눈앞에서 죽어가는 친구들, 선생님, 함께 탔던 사람들 보며

아우성이, 비명이, 살려달라는 절규가 난무하는

지옥도가 펼쳐졌을 것이다

300여명이 넘게 죽어버리다니

아니다 죽여 버리다니

저건 현실이 절대 아니다

꿈이라도 저런 잔인한 꿈을 사람이라면 결코 꿀 수 없는 것이다

눈물과 분노와 잊지 않겠다는

기억을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화가 치민다 아퍼서 견디기 힘들다

 

이건 살인사건이다

나는 살인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살인자들, 살인을 교사하고

살인을 백주 대낮에 뻔뻔하게도 자행한

이 흉측하고 잔인한 짐승들이 활개를 치고 사는

이 나라가 싫다 무섭다 끔찍하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제 그만 잊고 싶은데

갈기갈기 가슴을 찢어대는 소리들 얼마나 기막힐까

자식들을 팔아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다니

수장된 영혼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부모가 형제가 아들과 딸이 생매장으로 눈앞에서 수장되었듯이

이토록 도저한 슬픔을, 치떨리는 억울함을

또 다시 가슴에 묻고 살 수는 없다

 

밝혀져야 한다

음모와 음모자와 음모에 가담한 자들과 음모를 집행한자들이

남김없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므로 세월호특별법은 제정되어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해야한다

 

대동문화 86호 [2015 1,2월호]

박남준 시인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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