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문화예술진흥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재 유지보수 부문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각 지방의 문화 행사를 지역의 특징을 살려 짜임새 있게 설계한다. 그 지역의 역사나 전통이 부각된 행사를 설정하여 주변으로부터 주목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정말로 실속 있고 알찬 행사를 진행하여 지역만의 특징적인 문화를 지켜가는 것일까? 각 지역에 결정된 한 해 문화부분의 예산은 얼마나 되며 행사별 목적달성에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두고 있을까? 광주광역시 및 전남지역 4개시의 문화예산을 살펴본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문화부문의 예산은 총 예산 대비 평균 1~2%에 불과하다. 사회적인 현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다보니 복지예산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산이 적은 것은 지역적으로 특성화 되어야 할 문화적인 요소를 외면하는 행정의 결과는 아닐까?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산의 현실

우선 광주광역시의 2016년 총 예산은 5조9천173억 원이다. 이 중 국비가 1조7천332억 원으로 계속사업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2015년에 비하여 3천139억 원이 증가됐다.

문화예산의 경우 문화도시정책 예산은 207억, 문화예술진흥 233억, 문화산업 218억, 관광진흥 183억 원 등이다. 시립도서관을 비롯하여 시립미술관, 문화예술회관, 시립민속박물관 등의 운영예산은 418억 원 등으로 문화관련 예산은 총 1천259억 원이 편성됐다. 광주시 총 예산의 2.1% 수준이다.

전남도청 인근에 위치한 목포시의 올해 예산은 6천483억 원이다. 이 중 문화예술관련 예산은 약 100억으로 총 예산의 1.54%에 불과했다. 목포 어린이도서관, 목포 영어도서관 등 목포 공공도서관 확충사업, 문화예술 활동지원, 전통문화보존 및 전승사업, 기타 노벨평화상 기념관 유지관리비 등 국비와 지방비를 합하여 약 100억이었다. 이 예산은 목포문화재단 운영비와 민간위탁 기관인 목포문화원의 경상사업 보조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문화예술 활동 지원비에 설계된 금액을 보면 대한민국 남농미술대전 7천6백만 원, 고 이난영 여사 100주년 기념행사 8천만 원, 목포가요제 5천만 원, 이매방 전통춤 경연대회 1천 6백만 원, 목포세계마당 페스티벌 4천 8백만 원 등이었다.

시립예술단체는 28억 원이 책정됐다. 분야별로 보면 시립교향악단이 1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시립합창단 5억6천, 시립무용단이 2억 6천이며 시립소년소녀 합창단, 시립연극단, 시립국악원 등 단체에 따라 약간의 차등은 있었다.

여수시의 올해 예산은 7천584억 원이다. 이 중 사회복지예산은 2천659억 원으로 약 35%에 해당하는 금액인 반면 문화관련 예산은 약 16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전체예산의 2.1%이다. 사회복지예산의 약 6%에 불과한 금액이다.

문화예술진흥부분은 지역문화예술사업 육성 6억7천만 원, 전통 제향. 굿 보존 4억 1천만 원, 특색 있는 문화예술행사 8억3천만 원, 지역문화 예술사업지원(음악, 무용분야) 2천 1백만 원, 미술, 전시, 문학, 연극부분 6천만 원,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육성 12억 2천만 원, 문화기반시설 확충 1억9천만 원이다.

시립예술단 운영비용으로는 37억 원과 시민을 위한 공연장 운영관리 8억5천만 원이 확정됐다. 문화재 보존 부분의 예산으로는 문화재 복원구축 39억 1천만 원, 문화재 유지관리 45억 9천만 원 등이다.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나주시를 보면 총 5천61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중 관광산업진흥 37억, 문화예술 진흥 27억, 지역특화 산업육성 7억4천, 행정운영 경비 1억 1천만 원 등 문화부문 예산은 약 73억 원이다. 나주시 전체 예산의 1.3%이다.

축제 관광자원화 부문의 예산 2억 3천만 원 중 영산포 홍어축제 1억5천만 원, 한수제 벚꽃 한마당잔치 2천만 원, 각종축제 나주 홍보관 운영비 1천만 원, 영산강 보리문화 축제 5천만 원 등이다. 문화재 유지보수예산은 전통사찰 주변정비, 나주 석당간 토지매입, 복암리 고분전시관 위탁 운영비 등이 문화예산과는 별도로 편성됐다.

광양시의 경우 총예산 6천600억 원 중 문화관광 관련 올해 예산은 총 127억 6천만 원이 편성되었다. 총 예산 대비 약 2%이다. 관광마케팅 추진비용 13억 1천만 원을 비롯하여 문화예술 활성화비용 59억 7천, 관광인프라 구축예산이 36억 6천, 문화재 관리 및 보존 18억, 행정 운영경비 약 2천만 원 등이다.

각 시별로 보면 여수시가 전체 예산의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광양, 목포, 나주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산 부문이 전체 예산의 2%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문화예술의 융성을 꿈꾸는 관계자들에게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문화부문 예산의 실효성과 예산의 적정성

각 지역의 문화 부문에 대한 예산은 과연 적정하게 편성되었으며 규모나 범위에 알맞은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목포시의 경우 문화예술 활동 지원비 45억 중 시립예술단체 운영비가 28억 원이다.

시립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등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이다. 남농미술대전, 이난영 기념행사, 목포가요제 등 지역민과 함께 하는 지역축제에 소요되는 예산 약 2억 원에 비하면 예술단체의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들 단체들은 시민을 위한 공연은 물론 정기연주회를 통한 음악교육, 문화사절단, 어린이들의 지도 등 지역의 문화발전활동을 한다.

여수의 문화예산은 문화예술진흥 예산 외에 문화재 보존에 85억 원이라는 예산이 편성되었다. 선소유적 정비, 진남관 보수, 전라좌수영 동헌복원, 흥국사 음향각 건립, 충민사 유물전시관 리모델링 등의 문화재에 예산을 편성하여 문화예술 진흥은 물론 문화재 돌봄 사업도 역사성을 고려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축제, 강강술래, 남도국악제, 전국 시조경창대회, 장애인 예술제 등 문화예술 진흥 부문의 축제와 행사 역시 역사적인 지역답게 끊이지 않는다.

나주의 경우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서 영산포 홍어축제를 들 수 있다. 영산포는 예로부터 시장이 형성된 지역으로 수많은 상인들이 드나들었다. 특히 신안 지역에서 잡히는 홍어를 배에 싣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영산포 등지로 가지고 와서 거래를 하였다. 상업의 발달 상황과 경로를 알 수 있는 역사적인 축제이다.

이 축제는 나주의 역사성을 부각 시킬 수 있는 좋은 상황임에도 3일간의 짧은 기간으로 사람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1억5천만 원의 예산으로 지역의 특징을 정립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기간이 길다고 좋은 축제는 아니지만 늘려서라도 지역의 특성을 홍보하고 본질을 지킨다면 그보다 더 큰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

목사내아 체험, 마한문화축제, 도래전통역사마을 운영, 황포돛대운영, 영상테마파크 영상센터 보조, 죽산보 오토캠핑장 보조, 한수제 벚꽃축제, 영산강 유채꽃 축제, 영산강 억새축제 등 크고 작은 문화행사 및 문화재 관련 예산 역시 역사성과 지역민의 참여도, 지역경제 등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있는 문화예산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광양의 문화예산은 4개 지역 중 두 번째였다. 타 지역과는 달리 관광마케팅 추진비용으로 약 13억 원이 책정됐다.

관광마케팅에는 관광홍보비 및 상품개발비로 2억1천여만 원, 관광도시 이미지 구축비로 5억5천만 원, 관광축제 활성화 지원으로 5억4천만 원이 책정됐다. 이를 살펴보면 방송국 홍보물 제작 5천만 원, 관광홍보물 제작비가 8천8백만 원, 관광 사진 작품 및 기념품 발굴 개발비가 8백만 원 등 지역을 알리기 위한 홍보비로 상당부문 예산이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섬진강과 매화의 고장답게 연관된 축제도 많지만 홍보를 위한 마케팅 부문과 문화재 관리 부문에도 적잖은 예산이 편성되었음은 지역의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지역의 대표축제에 과감한 투자해야

지역의 문화는 특징이 있어야 한다. 역사적이면서도 전통적이고 외부의 인지도도 높아야 한다. 특히 지역민이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이 가는 역사성이 중요하다.

지역에 수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며 연출로 만들어 낸 축제들이 난무하고 있다. 유채꽃 수십 평만 형성되면 유채꽃 축제를 한다. 강 둔치에 코스모스 몇 미터만 피어도 코스모스 축제를 한다. 전통적인 문화, 역사, 설화를 무시한 단순한 기대치에 의존하여 지역 축제를 여는 경우가 많다. 지역하고는 전혀 맞지 않은 급조된 기획이다.

자연에서 얻는 아름다움이 인간의 허황된 욕심에 허물어지는 것이다. 실속 없이 난무하는 축제나 문화행사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정 그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선정하여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화와 문화재를 전승, 계승시키는 진정한 지자체로써의 할 일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거품 없는 지역 문화예산을 세우고 실천하여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가 그 지역을 찾아 참맛을 느끼고 현지를 기억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외지에서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지역의 기반을 문화로부터 형성시켜야 한다.

문화예술단체의 운영을 알차게 꾸미고 시민이면 누구나 쉽게 접하고 다가갈 수 있는 공연단을 보고 싶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연주자가 아닌 봉사자의 모습이다.

지역의 축제나 문화재 돌봄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알찬 행사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다소 많은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진정한 문화를 형성하는 자치단체의 계획과 실천을 시민은 보고 싶어 한다.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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