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주최측과 참여자가 혼연일체가 되는 축제는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축제다. 무려 67년 동안 기네스북의 기록을 경신하는 에딘버러 축제.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성공한 것은 프린지 페스티벌의 유명세에 힘입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지역의 이미지를 올리고 특산품과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한국의 축제문화 현장을 살펴보았다.

광주권의 대표 축제를 살펴보면 ‘추억의 7080 충장축제’, ‘고싸움놀이축제’, ‘서창만드리축제’, ‘광산우리밀축제’, ‘빛고을정월대보름한마당’, 광주김치축제‘ 등이다. 대체적으로 지자체에서 주최·주관하는 축제가 대부분이다.

자생적인 축제가 없고, 자체적인 예산으로 축제를 치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축제의 성격을 벗어나 이벤트가 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의미를 갖는 축제가 아니라 행사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광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경향도 마찬가지다. 설이나 추석과 같은 국가적인 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이름의 축제가 벌어진다. 모두 지역의 특산품이나 역사와 전통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시적인 축제들이다.

지자체에서 편성하는 예산에 따라서 행사 규모가 정해진다. 예산이 없으면 축제도 없다. 지역주민을 위한 축제지만 그 목적은 다분히 지자체 장이나 의원들의 생색내기이거나 상업적인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전통축제는 무엇인가? 우리 지역사회에서 축제다운 축제는 무엇인가. 자문자답을 해보면 손바닥 들여다보듯 답이 나온다.

제사에서 펀(Fun)과 체험으로,

시선을 잡아 마음을 이끄는 축제로

축제의 기원은 종교나 문화에 있어서 신성한 절대자에 대한 제천행사와 관혼상제와 같은 통과의례가 기본이었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사회적 소통이기도 했다.

한국 축제의 원류를 살펴보면 부여의 정월 영고(迎鼓), 고구려의 10월 동맹(東盟), 예의 10월 무천(舞天)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하늘에 대한 제사였고, 제사 후의 음주가무로 이어졌다. 음주가무를 통한 공감대는 축제문화를 형성했다. 5월 단오와 10월 상달의 풍속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고려시대에는 귀족사회의 ‘팔관회’와 향토 중심의 ‘연등회’가 주류를 이뤘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광대놀이가 흥행을 하게 됐다. 민간 차원에서는 마을굿이나 두레가 주류를 이뤘다. 이때부터 별신굿, 도당굿, 단오제, 동제 등이 성행하게 된다.

점차 우리의 전통축제가 미신 행위로 간주됐다. 경제 개념에서는 버려야 할 유산이 되며 기억 속으로 사려졌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발적인 주민들의 행사였던 마을축제들이 사라졌다.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의 전통가치가 부각되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축제들이 생겨났다. 2015년 문화관광체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64개의 축제가 있다. 정말 많다. 서울이 119개, 부산이 39개, 대구 19개, 인천 10개, 광주 6개 등이다. 전남은 86개, 전북은 37개로 나타났다.

상부하달식 동원형보다

내가 즐거우면 저절로 참여하는 축제여야

갑자기 부활한 축제는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유치되어 졸속 축제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장기적인 포석을 하지 못하고 생색내기와 매너리즘에 빠진 축제도 생겼다. 축제가 사회의 공동체 유지나 제천행사가 아닌 지자체의 인기몰이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축제가 변절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축제의 주인이 아니라 동원되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휴식이나 놀이, 재충전의 소통이 아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보면 사시사철 어디를 가도 축제가 없는 곳이 없다. 그만큼 다양한 축제가 펼쳐지는 반면 축제의 진정성을 묻는 사람들도 있다. 말만 축제지 어떤 축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비형의 축제, 퍼주기식의 축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역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축제의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우선 상부하달식의 축제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사 중심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셋째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예산에 좌지우지 되지 말아야 한다. 넷째는 너무 상업성에 치우쳐 축제의 진정성을 해치면 안된다. 다섯째는 유사한 축제를 연발하여 식상해지면 축제로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축제가 성공하고 사랑을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축제의 주체가 되는 주민들의 자부심과 공동체의 자긍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즐거우면 축제에 동참하게 되고 즐거움이 전염되면 우리들의 축제가 된다는 공식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간단한 해답이 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페루의 태양제,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 등은 축제기간에 맞춰 여행해 보고 싶은 축제들이다. 인생의 한 페이지처럼 가슴 조이며 기다려지는 축제, 사랑이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은 축제가 주는 커다란 매력이기도 하다.

축제는 축제답게

소기의 목적과 성과는 필요 없다.

우리의 축제는 기획서에 따라 제작 방식을 만들어 놓고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 참여자들의 유명도에 따라 축제의 참여인원이 좌지우지 되고, 축제에 진정한 의미보다 주최·주관에 따른 의미를 부여하기에 급급하다.

축제가 축제다워야지 의미에 따른 성과를 숫자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축제는 죽은 축제다. 그야말로 이벤트가 된다. 몇 명이 왔다 몇 명이 얼마를 쓰고 갔는지, 그런 통계로 축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축제는 크게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로 나눠볼 수 있다. 관람형 축제는 주로 공연이나 전시 등의 방식이다. 부산영화제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진주 유등축제, 함평 나비축제, 춘천 마임축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정해진 동선과 프로그램을 관람객에게 시청각을 통해 전달한다. 전시회나 공연 등이 축제적 요소와 결합하여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특색을 부각시키는 장점이 있다.

체험형 축제는 관람객과 함께 즐기는 것이 포인트다. 대표적인 축제로 화천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 양양 송이축제 등을 들 수 있다. 체험형 축제가 강조하는 점은 참여자의 ‘오감만족’이다. 지역의 특산물을 부각시키고 체험을 통하여 축제의 재미를 함께 느낀다.

최근에는 많은 축제가 체험부스를 통하여 쌍방통행을 실현하는 융·복합형이다.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여 축제의 이미지를 높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축제는 지자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축제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축제의 성패에 따라서 좋은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축제는 지역 경제의 고용창출을 비롯해 문화상품, 지역 특산품 등이 관광 상품으로 직결된다. 축제를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거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축제가 상업적으로 전락하는 기로에 선다. 즐기는 축제는 뒷전이고 장삿속을 드러내게 된다. 통계적인 숫자가 전부만은 아니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끈기있게 나가야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진 보리떡에 진심을 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 축제에 대한 의미를 나누고 감동의 스토리를 찾는다면 축제는 성공이다. 우리 지방의 이야기를 진심어린 그릇(축제)에 담아야 한다.

100년 축제의 초석

잘 키운 축제 하나가 지역 공동체 효자

모두가 부러워하며 가고 싶어 하는 남미의 페스티벌. 축제 기간이면 세계의 사람들이 축제를 보려고 모여든다. 성공한 리우 카니발은 인산인해가 될 정도다. 세계 각국의 축제를 보면 지엽적인 축제보다 국가적 차원의 축제를 볼 수 있다.

한국의 축제는 나눠먹기식 축제, 형편에 맞춘 축제라는 오명에 시달린다. 실제 축제기간 중에도 주민의 관심은 물론 홍보가 되지 않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기간만 길게 잡아놓고 내실은 없다. 차라리 하루를 하더라도 충실한 축제로 거듭나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화천의 산천어 축제는 산골마을을 관광마을로 변화시킬 정도로 성공한 축제가 됐다. 대천의 머드축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도심공동화로 고민하던 광주 동구는 충장로의 전성시대였던 70년~80년대를 회상하며 축제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축제의 기획에서부터 추진 과정은 전국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문화관광체육부에서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했다. 복고풍의 바람을 타고 활기를 잃고 꺼져가던 충장로가 축제로 부활했다. 동구청의 축제 관계자는 “본격적인 축제는 이제부터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효자 축제가 탄생한 것이다.

2010년 ‘광주세계광엑스포’와 ‘광주빛축제’는 미련과 아쉬움이 많다. 좋은 콘텐츠를 가졌지만 욕심이 과했고 예산 부족으로 단명한 대표적인 예가 됐다.

지역축제는 보여주는 행사형 축제가 아닌 내실있는 축제로 가야 한다. 세계 유명축제를 보면 축제 자체의 스토리만으로도 지역을 홍보할뿐더러 ‘축제=지역의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지역의 축제는 바로 우리 집, 나의 축제라는 공식이 성립할 때 비로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흥미진진한 축제, 공동체의 정신이 숨 쉬는 축제로 가자.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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