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금까지의 천편일률적인 현실 진단에서 벗어나, 관광시장의 환경 변화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차별화된 관광 가치와 시스템을 창출하여 관광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 관광의 현주소와 과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1,300만 명이었고, 연간 1억 명이 해외여행을 나서는 거대 중국 관광시장이 지척에 있다. 2015년 호남선 KTX 개통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5년 담양대나무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제 관광산업이 지역 비전에 걸 맞는 새로운 산업임을 인식하고, 문화예술을 핵심 관광브랜드와 콘텐츠로 만들고, 관광인프라를 갖추는 한편 그동안 있었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자원을 찾아내 관광 상품화하는데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여전히 관광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불편하지만 이 지역만큼 문화적인 매력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도 많지 않다. 관광객을 유치하여 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찾아온 관광객을 수용하고 지역경제와 연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갖추고, 국제 관광시장의 트렌드와 주변 지역들과의 관계 속에서 관광상품을 차별적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려는 노력이 보태진다면 어느 지역보다 관광잠재력이 높다.

그러나 여수와 순천, 담양 등 일부 지역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광주‧전남을 찾는 관광객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타 지역에 비해 많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역경제 전체로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풍부한 문화, 생태, 자연 자원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인하여 관광부문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광주‧전남지역은 국제적으로 보면 관광목적지로서 여전히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관광매력으로 잠재 관광시장에 소구(appeal)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새로운 관광명소로

광주는 그동안 '문화도시 조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그 핵심 사업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을 건립하는데 지역의 모든 역량을 모아왔다. 지난해 문을 연 문화전당은 금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광주 관광의 랜드마크(landmark)가 될 문화전당은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전망이며, 관광목적지로서 '문화도시 광주'의 도시이미지를 새롭게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도시에 사람과 기업을 끌어들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관광산업이며, 이 때문에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관광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어떤 도시도 관광을 외면하고 지역경제를 말할 수 없다. 지역이 가진 독특한 자원에 주목하고 경쟁력있는 관광시스템을 갖춰 ‘산업’으로서 관광을 육성해 지역을 활성화시켜 나가는 데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창조와 교류를 통한 미래지향적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연과 전시, 연구, 교육, 체험 기능이 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다양한 관광활동이 한 자리에서 가능한 장점이 있다.

어린이문화원과 예술극장, 교류원 등의 5개 원은 어린이에서부터 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장기적으로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양림동과 동명동, 금남로, 대인예술시장 등 도심권 관광 활성화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전남, 예술관광 브랜드를 선점해야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마케팅의 핵심은 지역관광 이미지와 브랜드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반 의료관광을 내세우며 세계적인 의료관광 트렌드를 선도한 바 있다. 문화의 시대를 맞아 광주․전남관광의 핵심 테마 즉, 사람들을 끊임없이 찾아오게 하는 차별화된 가치는 문화예술이다.

예향(藝鄕)으로 불리는 광주․전남지역 역시 세계적으로 공연, 음악, 미술전시, 건축, 영화 등 예술을 관광매력으로 하는 아트투어리즘(art tourism) 즉, 예술관광 브랜드로 국제관광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예술관광은 ‘여행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여행의 목적’이 되는 관광을 말한다. 미술관과 공연, 작가의 작업실과 스토리 등 광주전남의 주요 문화예술 관광자원을 연계하여 ‘예술관광’을 브랜드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도시를 문화예술의 무대로, 문화예술을 핵심 관광콘텐츠로 만들어 창의적인 생각과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환영받는 열린 도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과 상품‧이벤트로 방문객들에게 창조적 상상력과 문화적 영감을 전하는 지역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문화전당과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하여 패키지여행상품 또는 관광코스를 개발함은 물론, 문화전당이 지향하는 문화예술적 맥락을 전남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전남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문화전당 창제작품의 설치 또는 퍼포먼스의 무대를 전당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담양 소쇄원, 화순 고인돌유적, 나주 복암리고분군 등으로 확대하며, 전남 지역으로 관광객을 확산시키는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문화전당에서 발현된 문화예술이 고대 문명의 통로였던 영산강을 따라 바다로, 아시아로 연계된다는 개념으로 영산강을 중심으로 국제환경예술제를 신규로 개최하며, 전남 전역으로 문화예술관광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남이 자랑하는 2,000여 개의 섬 자원을 활용하여 예술의 섬(art island) 개발, 섬국제예술제 개최 등 풍부한 자연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더해 관광객들에게 영감(insight)을 전달할 수 있는 문화예술관광 명소와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재생 통한 관광인프라와 콘텐츠 개발

지역재생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과 함께 소프트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광주․전남의 관광인프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설만 갖춘다고 저절로 관광객이 찾아오고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 무조건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옛 모습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 개성있는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작지만 특색 있는 건물과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풍경과 이야기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컨테이너(container)가 아닌 콘텐츠(contents), 창조적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야 한다. ‘남도다움’을 지향하는 창의력과 문화마인드가 핵심이다.

유네스코자연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인 무등산과 서남해안 갯벌, 유네스코생물권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섬 생태자원을 비롯하여 남도소리와 가사문학 등 광주와 전남의 독특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생태자원, 문화자원을 연계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전남의 바다와 섬, 갯벌을 이용한 해양생태관광은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목포의 근대문화유산을 재생한 도시관광, 남도의 음식과 생활문화를 연계한 헬스캐어(health care) 휴양관광 등 시대를 앞선 테마관광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와 함께 부족한 관광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광주의 경우 특1급 호텔은 2개 업체 325실, 특2급 2개 198실에 불과하다. 전남의 사정도 최근 여수지역이 확충되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관광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광주‧전남은 숙박인프라를 확충하는데 향후 10년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전남권은 광주와 연계하여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여수의 경우 엑스포이후 숙박시설이 대폭 확충되어 충분히 연계 숙박이 가능하다(여수~광주 1시간 30분 소요). 여전히 부족한 학생단체와 힐링휴양 연계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테마형 숙박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 진흥 위한 협력적 리더십

우리는 유럽의 쇠락해가던 지방 도시들이 문화와 관광으로 회생한 사례를 보아왔다. 1970년대 이후 쇠퇴를 거듭하며 스스로 '패배자'로 부르던 리버풀은 1999년 ‘문화 리버풀 프로젝트(Culture Liverpool Project)’를 추진하며 이후 10년간 도시역량을 총동원해 문화도시이자 관광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에게는 절박함과 새로움에 도전하는 실험정신, 역량을 집중한 리더십이 있었다. 광주․전남은 과연 그런 절박함과 실험정신과 열정적인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관광산업이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히 지역 경제와 연계할 아이디어와 전략이 요구된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주도로 창의적인 관광사업을 발굴하여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 사업자들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지속적인 혁신 노력, 이를 지원하는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내부의 '자발적인 협력(collaboration)이야말로 새로운 경쟁력'이며 핵심 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관광은 볼거리뿐만 아니라 숙박과 식음, 교통 등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기능적 시스템이므로 협력 그 자체가 경쟁력이며, 민‧관‧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이 핵심 경쟁요소이다.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행정과 업계가 파트너십(partnership)에 기초해 유기적인 협력하는 관광거버넌스를 갖추어야 한다.

지난해 광주‧전남이 협력하여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전남도가 전남문화예술재단을 전남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관광마케팅 전담조직을 설립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이다.

최근 중국관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도시와 지역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탓하며 정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남다른 아이디어와 변화 의지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 2016년 광주․전남의 관광산업이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역발상 전략으로 자원의 한계, 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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