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그대 품만 보며 흐릅니다

반만년 역사 속에 앞세운 그리움

말없이 당신께 내어 줍니다

그 긴 시간의 흐름

오직

무등만이 잠방잠방 발 담궈

새벽을 알립니다

해돋이 윤슬로 흐르는 빛여울

그대 또한 그리 흐르소서

빛고을 광주

이근모 시인은...

1949년 고흥출생으로 일찍이 교육계에 투신하여 교육행정 부이사관을 지냈다. 월간 문학공간에 시부문으로 등단, 세계모던포엠 작가회 회장과 광주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첫 시집 ‘12월 32일의 노래’를 시작으로 ‘6월 31일의 기도’, ‘지독한 여자’, ‘그저 걷는 것이다’, ‘먼지낀 숨결의 진술서’, ‘모란이 피는 계절’과 다수의 공저시집이 있다.

칼럼집으로 시와 이야기 ‘여울물이 흐르며 뒤돌아 보았다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홍조근정훈장’과 ‘장원사도대상’, ‘광주 시문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모던포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은 연애가 끝났을 때다. 시를 쓴다는 것은 우주만물과 연애하는 것이다” 취산의 명상 중에서

별 하나 별 둘...

마지막으로 한 말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시시때때로 이런 자문자답을 하는 것이 시인이리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온갖 사물들과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마음 펼쳐놓고 살아가는 목이 긴 족속들. 때로는 물결이 되고 햇살이 되고 나뭇잎 꽃잎이 되어 사랑에 빠진다. 하등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과 한나절을 놀다 해거름 돌아온 소년처럼 그렇게 한 생을 살아봤으면. 긴 밤을 여백으로 남겨두고.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이근모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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