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동자는

투명한 가을 정거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도 마구 쏟아 내는 플랫폼으로

신뢰의 유순한 이름들이

걸어 나옵니다

가야겠으니

가야겠으니

안깐힘을 다해도

정거장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희디 흰 가시에 찔려 주르르 걸쳐진 하늘

나의 풍경은 손아귀에서

물처럼 흘러내려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당신의 완벽한 질투로 허공에 버텨보지만

검은 명주실 풀풀 풀리는 망설임마저 삼켰습니다

가야겠으니

어디로 떠나는지는

당신의 눈동자만 알 뿐입니다

이덕수 시인은…

인천에서 나고 담양에서 자랐다.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을 나와 담양군청, 전남도청에서 공직을 역임, 전남도립대학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광주·전남향토시동인회원이다. 『시와 사람』과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집으로 『깊은 강 깊은 슬픔』, 『붉은 여우의 겨울나기』, 『잠시』, 『달의 새끼여서 눈이 시리다』 등이 있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이덕수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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