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더듬 어둠길에 불현듯 뚜들긴다

옛날 군(軍)기상할 때 울리던 트럼펫 같은

인간들 궐기하라 외우는

하늘 향한 고성이다

도심골목 성장 멈춘 한옥에서 태어나

대대손손 전승한 기를 몸 갈아 연마했을까

어릴 적 제사상 거둘 시간

알리던 딱 그 소리를

몇 천 년 인류에 붙여 산 정(情)

못 잊는 닭아,

첫새벽 순하디 순한 만남의 몸짓처럼

꼬끼오, 몸 밖 토하는 그 성음

생명의 길 동행해다오

별하나 별둘...

시조의 매력은 맞춤이다. 정형의 틀에 딱 들어맞는 채움. 사람들의 욕구 중에는 자유로움도 크겠지만 자기만의 공간에 빈틈없이 채우고 싶은 혹은 가두고 싶은 욕망도 있으리.

전학춘 시인은 전통적 수법으로 작금의 현실을 비판한다. 넉넉하고 따뜻하게 때론 매섭게, 그의 눈에서는 만물이 뜨거운 심장을 갖고 살아 있으며 인간도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은 만물과 인간의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치우침없이 현실을 직시한다. 그것이 부서질 때까지, 먼지가 될 때까지…, 태어나고 자라고 스러지는 그러나 없어지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느낀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띠, 닭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고 예절이 바르다. 만약 지금이 힘들면 ‘꼬끼오!’ 닭의 소리로 크게 소리쳐보는 것은 어떨까.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전학춘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