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변지유

2011년의 예술적 패션 바람이 새해 꼬리를 물고 아직까지 일렁이고 있다. 패션디자이너 변지유, 그를 만나기 위해 <변지유 부띠끄>숍을 찾아 들어갔다. 부담스럽지 않는 홀에는 웅장하고 우아한 <오페라 유령>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음률이 고객들의 단아한 웃음소리와 함께 섞여 흐른다.

지난해 가을 그는 <세계 패션은 오리엔탈 문화가 이끌어간다>라는 주제로 빅 플라워라는 테마를 이끌어 디너쇼를 선보였다. 광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천지창조>라는 퍼포먼스로 시작한 이날 패션쇼는 중세풍의 파티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세계 패션은 동양과 서양의 오리엔탈 문화가 꽃피우고 중세시대 귀족들의 모습을 21세기에 새롭게 재해석 해냈다. 패션의 회오리바람 같은 그곳에서 평온하게 열정적으로 빅 플라워와 함께 영원의 절제를 표현하기도 한 자리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만족이다. “지난 디너쇼 때 선보인 스물 한 벌의 의상을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한 벌에 일주일 이상이 걸리죠. 중세 귀부인들의 파티를 생각 했습니다.” 관객들도 변지유와 하나가 되어 마치 그날 귀족의 초대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과 조명, 영상 레이저 빛이 찬란했다. 그만큼 그가 선보이는 쇼들은 작품성 있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의상에도 신경을 쓰지만 전체적인 무대 기획에 많은 신경을 쓴다. 3D 영상이 무대를 입체적으로 변환하여 관객들을 홀렸다. 그야말로 종합 예술이다.

“저의 패션쇼 무대만큼은 평범하게 이끌어 가고 싶지 않아요. 살아있고 생동감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입체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에 차지 않을 그다. 패션쇼는 몇 가지 잘해도 하나가 어긋나면 실패가 된다.

“이날 관객들이 보는 쇼가 지루하지 않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꼼꼼하게 기획을 했습니다. 2000년에 작업을 같이 했던 박경숙 교수가 퍼포먼스를 준비해 주었어요. 시간이 흘렀어도 박교수의 작품은 저의 쇼에 많은 에너지를 줍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함께 한 자리여서 완벽한 쇼가 됐다. 그는 고집이 강하지만 자기 것만 고집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관객들의 마음까지 살리는 그다.

입체 영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디너쇼는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구조를 연상시키는 알버트홀에 들어선 청중들에게 생생하게 현장감을 전했다. 그때 흘러나오던 음악도 웅장하고 우아한 <The phantom of The opera>였다.

패션가에 새바람이 불었던 시절

25년 넘게 변지유의 패션숍은 충장로 3가에 있었다. 96년 3월부터 광주 지역 패션가의 지도가 바뀌었다. 충장로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광주 패션가가 넓혀지면서 패션문화의 변신을 몰고 왔다. 이 지역 중견급 패션공간들이 옷 만들고 파는 매장의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목적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해왔다. 패션과 순수문화예술의 만남이 실현되었던 시간이다.

12년 전 그는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젊은 여성들 대상으로 브랜드를 개발한다. 활발한 활동의 기지개를 폈던 그가 동구 광산동에 새 매장을 신축, 개장을 해 많은 문화예술계에 관심을 받았다.

이탈리아풍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변지유부티크>는 자연과의 조화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나무나 돌, 자연적인 소재로만 구상한 숍은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자연의 친화가 그대로 반영돼있다. 그는 고전적인 우아함과 현대적인 감각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당초에 구상한 패션공간으로는 미흡하지만 어쨌든 북적거리는 충장로에서 벗어나 종합부티크의 기능을 하는 공간을 마련했고, 그 시절엔 사람들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아마도 그는 그 때부터 광주의 새로운 패션 문화를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좀 더 새롭고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도전하는 일이 그의 몫이었다. “이태리 유학시절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어요. 한국의 고유색과 민속적인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꿔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던 시간이었죠.”

패션과 예술, 손을 잡다

94년 6월부터 약 2년 동안 이태리 밀라노에서 패션 공부를 하고 돌아온 그는 값진 시간의 기억을 더듬는다. 세계의 패션 흐름과 디자인을 현장에서 직접보고 느끼며 배우는 열정이 그를 이태리로 가게 한 이유다.

그는 이태리어를 익히기 위해 어학코스를 밟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낮에는 학과 공부를 하고 밤에는 이태리어를 익히며 지냈다. 이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몇 달 만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성실함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늘 같이 있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도록 노력했어요.” 그가 있던 강의실에는 항상 유쾌함 속에 웃음이 가득했다. 반에서 수석을 차지했고, 세꼴리 학교를 3개월 조기 졸업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태리 밀라노를 생각하면 아직도 설렙니다. 그만큼 열심히 즐겁게 지냈어요. 이태리 전체가 예술의 땅이라 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공부도 일도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그에겐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무안한 상상력과 창조적인 발상으로 펼쳐진 무대는 항상 새로움으로 채워져 환한 웃음꽃을 피운다. 그는 1972년에 문을 연 변지유 부티를 중심으로 1985년 한국하이패션협회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그곳의 멤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코튼쇼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SIFF에 계속 참가했으며 오사카, 도쿄, 홍콩으로 다니며 인정을 받았다.

아랍수와 장미수 식물과 문자를 응용한 동양적 로고와 수들을 디자인하며 패션에 예술의 정신을 깃들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광주비엔날레에서 패션 퍼포먼스도 주관했다. 그의 패션쇼는 늘 예술적 다양 시도들이 함께 했다. 그는 뉴욕, 쾰른, 베를린, 서울, 인천, 대구, 광주패션 아트 전을 통해 미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채우면서 비워지는 일

<모험과 도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숙명> 천연염색 패션쇼에서는 전통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혁명적이고 모던하면서 우아한 디자인을 선보여 기존의 패션의 틀을 깬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였다.

2008년에 열린 <최경자 기념헌정쇼>에서는 모시로 생각할 수 있는 전통적 디자인의 틀을 넘었다. 본인의 계발한 수를 놓은 모시드레스를 선보였다. <SIFAC 2000>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라이브 음악패션쇼를, 의재 미술관에서 미술관 패션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술관 패션쇼를 통해 일상으로 통하기 쉬운 패션을 예술로 치켜 올렸다.

광주를 포함한 전남 지역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대학생에게는 누리사업을 통해 인턴쉽 과정의 기회를 줬다. 신입 디자이너를 양성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 것이다. <영혼의 울림이 있은 옷을 만든다> 금화장학여성회를 통해 많은 장애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도 열어줬다. 계절마다 연 패션 바자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결식아동에게 밥을 줬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닌 나눔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이어온 것이다.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그가 믿는 하나님께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 산다. 놀랍게도 그가 하는 패션디자인은 그의 첫 번째 삶의 목적을 향해 달리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그는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하는 지난 12월 제 1회 <광주문화예술인 홀리클럽>전시를 열었다. <광주문화예술인 홀리클럽>은 2011년 1월에 창립되어 <린아 선교센터>에서 매월 한 번씩 모여 그들이 믿는 주님께 예배드리고 친교와 우애를 다지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우리 클럽 60여분의 문화예술인회원들 중에서 미술인들이 갖는 천 번째 전시여서 그 의미가 커요. 전시를 통해 광주문화 발전에 한 몫을 기대하고 주변의 어려운 소년 소녀 돕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저에겐 무엇보다 큽니다.”

신앙을 가진 그다. 그는 모든 것을 비우듯 말한다. “나의 삶의 목적은 패션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채우면서 비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변지유의 비움은 새로운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랑으로 채워진다. 곧 진정한 삶의 목적이고 변지유 그가 살아가는 이유다.

 문의:(062)222-7205

대동문화 68호 [2012년 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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