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마을 조성 사례. 마을 단위의 마스터플랜에 의해 한옥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남 한옥 사업은 한옥을 테마로 하는 여러 사업 중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전국적 사업의 하나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옥이 새로운 브랜드로 부각되고, 정부의 ‘한 스타일’ 사업 추진과 맞물려 전남 신한옥의 성공적인 성과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남 신한옥은 기존의 것을 유지 보존하는 차원이 아닌 한옥을 다시 현대 주거 문화로 되살려 새롭게 창조하는 ‘창신(創新)’의 개념으로 현대 한국인의 주거로서 재창조하여 부흥시키는 보다 더 진취적인 것이다. 국가 정책과 곧 쏟아져 나올 정부 주도의 R&D사업 결과가 기대되며, 이에 힘입어 우리 전남의 한옥 사업은 지속되고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옥 사례. 전통한옥의 외관과 거의 같다. 행복마을 사업은 기존의 한옥을 보존 활용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출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새로운 창조적 주거문화를 선도한 행복마을

한옥은 우리의 오랜 주거 형태로 자리하여 오다가 20세기 근대화와 산업 사회로 전환되면서 변신의 기회를 미처 갖기도 전에 외면을 당했다. 그리고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잊혀져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건축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여 전통에 기반을 두는 건축 어젠다와 ‘한스타일 육성 정책’(07.2), ‘한옥 건축 산업화 추진’(09.2)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이제 한옥은 대안적 주거문화의 형식으로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전남의 한옥 사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여느 타 지역의 사업과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 사업’과 전주시 ‘전주 한옥마을 사업’과 비교한다면, 이들은 역사경관 보존 사업으로 기존의 것을 유지 보존하는 차원인 반면, 우리 전남의 한옥 사업은 한옥을 다시 현대 주거 문화로 되살려 새롭게 창조하는 ‘창신’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건축 문화재는 원형 보존(Preservation)이 원칙에 지배된다. 즉,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의 경우 훼손이나 변형에 대해 원형으로 그대로 복원되어야 한다. 한편 그 외 등록 문화재를 비롯한 기타 비지정 역사 건축물 혹은 역사 문화유적은 보전(Conservation)의 원칙에 가깝다. 즉,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는 현대적으로 개조하는 등 유적의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북촌 가꾸기 사업’이나 ‘전주 한옥마을 사업’은 역사 경관 보존 사업으로 보존과 보전의 행위가 공존된 형태이다.

그러나 전남의 한옥 사업은 문화재를 보존 혹은 보전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있는 것을 지켜내자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외면되고 사라져버린 우리의 한옥 문화를 다시금 되살려 남도 사람의, 나아가 현대 한국인의 주거로서 재창조하여 부흥시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것이다.

전남 신한옥은 한옥 민박집으로 활용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녹색의 땅 전남에는 행복마을이 있습니다

전남 행복마을 사업은 낙후되어 있는 농어촌 마을을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현 주민들과 후손들이 정착하고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조성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주거환경 정비로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소득 증대에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으며, 정주 여건 개선은 한옥 건립에, 주민 소득 증대는 한옥 민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원 내용은 한옥 신축자금 지원의 경우 보조금 4천만 원 내외(도 2천만 원, 시군 2천만 원 내외), 융자금은 3천만 원(연리 2%, 3년 거치 7년 상환)으로 기존 마을 정비형과 신규 단지 조성형으로 나뉘며 지금껏 신축되었거나 건립 확정된 한옥이 이미 1,500여 동을 넘어섰다.

전남 도청은 이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5년 ‘한옥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2005년과 2006년에는 2억 원을 들여 ‘한옥 표준설계 도서’를 작성 배포하였다. 2008년에는 농촌 주택 개량 시 한옥 신축이 가능토록 건의하였고, 2009년에는 한옥 관련법 제정과 건축 관련법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였다. 또한 한옥 목공을 전문 공사업 등록이 가능토록 관련법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하였고, 한옥의 표준화 및 규격화 추진을 통한 한옥의 대중화 기반 구축을 위해 국토부에 한옥 건축기술 기준 등 연구 용역을 촉발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외 한옥을 친환경 건축물로 인증하고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 받을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한옥 사업을 위해 애써온 다각도의 노력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다. 한옥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한옥위원회의 수차례 토론회를 비롯하여 ‘현대 목조건축 디자인의 변용’(2008), ‘현대 생활한옥 활성화 방안 토론회’(2009)를 개최하였으며, 공무원 정책 연구 모임인 ‘한옥을 가꾸는 사람들’이 ‘전통한옥 고찰을 통한 21세기형 한옥 육성’을 주제로 공무원 정책연구 포럼을 개최하는 등 지역 학자와 관련 공무원, 한옥 기술자들이 합심하여 오늘의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행복마을은 기존 94개 마을과 신규 12개 마을 등 현재까지 106개 마을이 조성되었다. 한옥은 완공이 827동, 685동이 건립 추진 중이며 지금까지 총 1,512동의 한옥이 건축되고 있다. 전남도는 2014년까지 행복마을 200개소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한옥을 활용한 민박 소득 사업은 2012년 7월 말 기준으로 37개 마을, 365동 549백만 원, 농특산물 판매소득 36개 마을에 399백만 원,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13개 마을 54백만 원 등이다. 행복마을 추진으로 전남도는 외지에서의 인구 전입이 1,668명 증가했으며, 마을 주변 토지 가격이 평균 146% 상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한옥을 이용한 민박 및 소득이 1,002백만 원을 육박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기둥과 보에 사용될 수입산 더글라스 퍼라는 목재. 직경이 큰 부재는 대부분 외국산이 사용되고 있다.

한옥 전문 연구 보급 기관 설립 절실

전남 한옥 사업에서는 무엇보다도 시공 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꾸준히 강구되어야 하겠다. 물론 한옥 시공 단가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절감된 건 사실이다. 그래도 30평 정도의 한옥을 지으려면 1억이 넘는 돈이 든다. 양옥 벽돌집에 비해서 여전히 비싸다.

단가 절감의 방안으로 그동안 모듈화, 표준화, 기계화 생산이 거론되어 왔다. 이미 정부에 의해 진행된 한옥 R&D의 결과물이 표면에 떠오르고 있다. 현재 오프닝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한옥센터’만 보더라도 한옥 시공과 설계, 성능, DB 등 아직 완전하지는 않으나 그 의도는 엿볼 수 있다. ‘한옥 시공’에 관한 내용을 보면 한옥에 사용되는 목부재의 가공 기계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 R&D의 결과물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전남은 국가 연구의 결과물만 기다릴 것이 아니다. 전남의 경우 이미 목재 가공 기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자체 개발되어 있는 기업체도 있다. 이들 선진적인 기업체를 지원하여 한옥의 산업화에 앞장선다면 전남 한옥 사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전남에 한옥 전문 연구기관이 있어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지금껏 해왔듯이 한옥위원회와 관련 전공 교수, 기술자들에 의해 토론회 내지 연구 용역 형태로 남도 한옥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한옥 전문 연구기관이 좀 더 구체적으로 결성이 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식 현관을 설치하는 등 전통한옥의 외관과 다소 차이가 있는 사례이다. 외관은 한옥과 유사하나 내부는 아파트 평면과 같다.

현대 생활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전남에 한옥 바람이 불면서 신(新)한옥이라는 용어가 유행하였다. 신한옥은 전통적인 건축 형태에 현대의 생활양식을 담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즉, 현대 생활양식에 따른 변화와 한옥 내 생활에 대한 공간의 구성 방식 등 개선과 모색이 필요하다.

지역적으로 변화되는 평면과 유형별 특성, 규모를 고려한 개선이 필요하며 현대 생활에 필요한 침실 개수와 욕실, 수납공간 등 다양한 재해석 및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따라서 신한옥은 현대의 생활양식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와 동시에 전통 한옥의 구조와 형태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전남은 ‘한옥 육성을 위한 건축기준’을 정해 적용하고 있다. 이는 부지 조성 및 배치를 비롯해 평면구성과 기초, 기둥 등 전반적으로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한옥 표준설계 도서’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한옥 설계에 있어 일정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 기준은 다소 개괄적이고, 표준설계도는 활용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제 설계, 시공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 표준설계도를 예로 들면 2005년판의 경우 각기둥으로 설계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모두 원형 기둥으로 설계하고 있고 또 건축 기준에서도 원형 기둥으로 설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재의 크기도 실제 설계가 표준설계도에 비해 더 크게 설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옥을 신축하고자 신청서를 도청에 제출하면 한옥심의위원회에 의해 검토가 이루어진다. ‘한옥 육성을 위한 건축 기준’에 부합되는지 그 형태는 한옥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게 된다. 접수된 신청서의 설계 자료를 살펴보면 한식 목조에서 벗어나 구조로 설계된 경우도 있고, 양식과 그 격식이 맞지 않거나 심지어 도면이 상호 간에 맞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

따라서 한옥 설계에 있어 좀 더 세밀한 안내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표준설계도도 단순히 별도의 설계 없이 표준설계도로 대처하는 기능에 머물지 말고 올바른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중국이나 일본식으로 한옥 구조를 설계한다거나 내부 안방과 대청사이에 사용하는 불발기 창호를 외벽에 설치하는 등 한옥답지 못한 신한옥을 짓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전통한옥을 어디까지 계승할 것인가

목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향후 개선해야할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남의 한 한옥 관련 회사의 대표는 목재에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목재 수급의 사정상 기둥과 보와 같은 직경이 큰 대경재(大徑材)는 외국산인 더글라스 퍼(Douglas fir)를 주로 이용하고 있고, 서까래와 같은 소경재(小俓材)는 한국산 육송을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외국산 목재와 한국산 목재가 뒤섞여 시공되고 있는 것이다.

한옥은 목조이다. 즉, 목재로 뼈대를 만드는 구조이다. 따라서 한옥을 짓는데 있어 목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어느 목재가 어디에서 생산되어 어떤 경로로 와서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정도는 파악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목재는 생물로서 수종과 산지에 따라서 그 강도와 함수율 등 물성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대동문화72호 [2012 9.10월호]

김재웅 조선이공대학교 외래교수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