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미스코리아대회, 전 출연자의 웨딩드레스 공식협찬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 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을 좌우하는 큰 선택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서도 직업의 선택은 아주 중요하다. 직업은 삶의 에너지를 생산해주는 펌프이기 때문이다. 어떤 공동체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의 결과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그것이 그 사람의 에너지가 되고 삶이 된다.

박선영 웨딩샵. 웨딩드레스를 비롯하여 이브닝드레스, 연주복 등을 맞춤으로 제작하는 박선영 웨딩샵은 찾는 이도,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도, 그들에게 멋진 옷을 만들어주는 사람들도 아름다움에 대해, 사랑스러움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그래서 늘 ‘스윗(sweet)’하고 ‘러블리’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예쁜 순간이 아마 결혼식날이 아닐까해요. 한번 입어도 영원히 기억에 남는 드레스, 주인공을 가장 예쁘게, 가장 사랑스럽게, 가장 우아하게, 가장 품위 있게, 가장 돋보이게 하는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요.”

드레스 디자이너 박선영씨의 이야기다. 그녀의 말대로 예쁨을 더욱 예쁘게, 사랑스러움을 더욱 사랑스럽게, 우아함을 더욱 우아하게 만들어 내는 곳, 그곳이 박선영 웨딩샵이다.

‘스위’하게 ‘러블리’하게

만화가를 꿈꾸던 드레스 디자이너

광주시 웨딩의 거리에 있는 박선영 웨딩샵은 박용현씨와 그의 두 딸 박선홍(43), 박선영(41)이 운영하고 있다. 박용현씨는 1970년대부터 광주시 충장로에서 양장점을 경영하면서 패턴사로, 양재학원 강사로,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맞춤옷의 대중화를 시도했다.

“맞춤옷이라는 게 패턴 한 개로 한 개의 옷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 대중화시키고 싶었어요. 일반인들도 맞춤옷과 같은 수준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패션의 흐름을 바꾸고 싶었죠. 이런 생각으로 서울로 진출했는데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의류산업은 호황을 누렸지만 우리 같은 소자본이나 양장점, 양복점은 사양길로 내몰렸죠.”

드레스 디자이너 박용현 ‧ 박선영 부녀

그는 일본 진출도 계획했다. 그러나 그 꿈은 시도 되지 못했다. 그는 그 이유를 너무 꿈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박선영 드레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주변 사람들이 서울로 진출하라고 권한다. 서울 진출이 한 단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뒤를 이어 두 딸이 지금까지 비수기 없이 늘 바쁘게 샵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광주에는 안정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더 큰 이유는 광주에서는 몇 안 되는 맞춤드레스를 제작하는 곳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때문이다.

“광주 시내 미싱사들의 평균 나이가 60대입니다. 아마 한 10년쯤 지나면 드레스를 제작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힘드니까 배우는 사람이 없어요. 안타깝죠.”

빛나거나 은은하거나

드레스 디자이너 박용현 ‧ 박선영 부녀

박용현씨는 둘째딸 선영씨와 드레스를 만든다. 드레스의 화려함 속에는 보이지 않은 수많은 손길이 담겨있다. 특히 비딩은 드레스의 꽃이다. 비딩이란 크리스탈, 진주, 보석, 비즈 등의 재료로 만든 장식을 드레스에 수놓아서 드레스를 더욱 화려하게 은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빛나면서도 은은하게, 은은하면서도 빛나게 하는 작업이 비딩이다. 비딩 작업은 아주 섬세함을 요구한다. 비딩 작업에 몰입하다보면 눈이 빠질 듯 아프고 손목이며 목이며 등이며, 아프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힘들다. 맞춤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비딩’은 정말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지만 ‘드레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기에 온 정성을 다한다.

“드레스 하나를 만들려면 디자인에서부터 비딩까지 짧아야 20일,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립니다. 한 땀 한 땀 온 에너지를 다 쏟아야해요. 또 늘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기에 쉬고 있어도 쉬는 게 아니예요. 그래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스케치하고 디자인 하다보면 들뜨기도 하고 설레여요.”

만화가를 꿈꾸던 실력으로 드레스를 스케치한다

그녀의 드레스 핵심 포인트는 숨어있는 라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예쁘지만 과하지 않는 것. 그래서 그녀의 드레스는, ‘핏’이 살아있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선영씨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즐겨 그렸는데 이 일은 디자이너로 살아가는데 많은 힘이 되고 있다.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대 후반. 웨딩플래너로 일하던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어 아버지에게 패턴과 재단, 봉제 등을 배웠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패턴을 가지고 광주시내 웨딩샵을 돌아다니며 ‘드레스 디자이너 박선영’을 알렸다. 웨딩샵 원장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이 제시한 패턴이 실제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그 자리에서 스케치 하여 보여주었다. 만화를 그렸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1년여 개별 주문을 받아서 드레스를 제작하던 그녀는 라푼젤이라는 웨딩샵을 열었다. 아버지는, “네 이름으로 시작하라”라고 했지만 당시 29살이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달기에는 겁이 났다. 그렇게 시작한지 13년. 이제는 당당히 ‘박선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드레스를 만들고 있다.

LA패션위크에 선 박선영 원장

올해 그녀는 2017년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드레스 작업을 했다. 본선에 진출한 33명과 작년도 당선자까지 모두 41벌의 드레스를 제작하여 미스코리아선발대회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박선영 웨딩드레스의 이름만이 아니라 지방 업체로써 광주의 이름을 알렸다는 자부심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 시니어뷰티코리아선발대회 이브닝드레스 후원했다. ‘라푼젤’드레스에서 ‘박선영 드레스’로 10여년, 그녀는 웨딩드레스뿐만이 아니라 연주회, 단체복, 이브닝드레스 등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드레스를 만들어 왔다. 또한 광주‧전남 미스코리아 대회는 10여년 동안 꾸준히 후원해 왔다. 지난 10월에는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LA패션 위크에 참여하였다. 광주를 너머 서울로, 이제는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우리 가족 모두 안녕

옷의 완성은 정성, 미의 날개를 만든다

웨딩샵에서 예비신부를 맞이하는 일은 큰딸 선홍씨 몫이다. 고객에 따라서는 두 세 시간 상담을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들어준다. 대부분의 예비신부들은 어떤 드레스를 입고 싶은지, 또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답을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도 자꾸 묻는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온 답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신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다.

한번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예비신부가 찾아왔다. 그녀는 광주시내 웨딩샵을 순례(?)하고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다는 소문이 도는 분이었다. 그녀의 친구들도 “이러다가 결혼식이나 하겠냐?”며 걱정할 정도로. 그렇게 까다롭고 변덕 심하다는 예비신부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인터넷에다 글을 한 편 올렸다. 박선영드레스가 최고라고. 그 후 그 신부의 친구들이 여럿 찾아왔다. 그 친구가 만족할 정도라면 믿을 수 있다고 하면서.

결혼을 앞둔 신부들은 설레임도 있지만 예민해지기 쉽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선홍씨는 그런 마음을 헤아리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언니처럼, 친구처럼, 엄마처럼 그리고 전문가답게.

웨딩샵을 시작할 때 그들은 기도를 했다. ‘이곳에서 우리 가족 모두 안녕‘이라고. ’안녕‘이란 ’걱정 없이 편안하게‘, ’아무 탈 없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웨딩샵을 통해 ’스윗‘하고 ’핏‘이 살아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오랫동안 ’안녕‘하리라.

<대동문화 103호. 2017. 11~12월호>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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