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계승, 발전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2002년 당시 문화관광부에서는 ‘문화 정보화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했었다. 벌써 10여년 전에 세워진 사업 계획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21세기 지식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면서 한 국가의 문화력과 첨단 지식의 보유 및 활용 수준이 국가 경쟁력의 주된 척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문제 인식이었다. 따라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에 알림으로써 국가 이미지 제고가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였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1. 문화예술 정보 서비스 기반 구축사업 2.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문화유산 정보화 추진 3. 출판 유통 및 영상 자료의 정보화를 통한 문화 산업 정보화 기반 마련 4.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5. 지식문화 사회 구현을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이었다.

호남 전통문화예술 진흥원을 광주에 설립해야 한다는 대 전제하에 우리는 두 번째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살펴본다.

전문 문화유산의 정보화 추진 방안

국가문화유산 정보의 통합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2000년부터 국가문화유산 구축 사업을 추진하여, 문화재청, 국립박물관, 공·사립박물관 대학박물관 등 41개 주요 박물관의 문화유산 DB를 구축하였으며 테마별·지역별·시대별 문화유산 정보를 근간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 및 보유 기관별로 상이한 정보 체계를 통합하여 전국 문화유산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또한 문화유산 정보화 사업을 통해 정보화 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지식 DB의 지속적인 구축을 통해 관련 기관의 업무 역량 강화 및 대국민을 위한 고품질의 다양화된 서비스 제공함으로써 정보화 기반 구축과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필자는 2004년에 판소리 다섯마당 완창을 HD로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총 19시간의 대작이다. 브리태니커사에서 ‘한국의 판소리’라는 제목으로 LP음반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어떤 곳에서도 완창을 영상으로 제작한 사례는 없었다.

국립극장이나 방송사 스튜디오 안에서 행해진 단편의 기록만 있을 뿐이었다. 판소리 인간문화재가 출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수제자를 추천해주셨다. 흥보가는 박송희, 적벽가는 송순섭(인간문화재), 수궁가는 남해성, 춘향가는 신영희(준 인간문화재), 심청가는 이순자(전수자) 선생님이 참여해 주셨다.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100% 야외에서 제작된 이 영상 기록은 1년 만에 완성되었고 한정판 DVD 50개가 제작되었다.

왜 이 제작 기록이 중요한가는 호남 전통문화예술 진흥원의 설립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판소리 다섯마당은 디지털 신호로 제작되었다. 영상 저장 촬영과 제작 장비는 HD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날로그 방식이다. 디지털로 변환시켜 정보화했다는 말에 속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DVD도 마찬가지다. SD, HDV, DigiBeta 역시 Digital의 허울을 쓴 아날로그 방식의 기록 장치이다. HD로 다시 복원하고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

전통문화의 디지털 기록 아카이브화 절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까지 기록되어지고 영상으로 남아있는 모든 것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행해지고 있는 모든 전통 문화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계승을 위한 첫 작업이다. 호남 전통문화예술 진흥원은 이런 작업을 해야 할 책무를 가져야 한다. 유네스코는 2002년 ‘문화는 한 사회 또는 사회적 집단에서 나타나는 예술, 문학, 생활 양식, 더부살이, 가치관, 전통, 신념 등의 독특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특징’으로 정의하였다.

유형문화재 · 무형문화재로 구분되어진 우리의 전통 문화는 4,000여 종이 넘는다. 이 자원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여 보관, 전시뿐만 아니라 문화 상품 개발, 에듀테인먼트, 게임, 애니메이션 산업 등에 전통 문화의 원천 자료를 제공하여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이 발전이다.

호남 전통문화예술 진흥원은 우선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광주광역시에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들어선다. 계획대로였다면 금년 말에는 완공을 해야 한다. 그러나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 업혀갈 것인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명확히 해야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1. 전통문화, 전통문화재의 기록 및 원형 보존 2. 전통문화 콘텐츠 상품 개발 및 보급 3. 전통문화 콘텐츠의 국내 및 해외 홍보를 통한 관광 활성화 4. 전통문화재 보호 운동 추진 5. 전통문화재의 계승 발전 도모 6. 전통문화 콘텐츠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7. 전통문화 콘텐츠 전문 인력 육성 등이다.

여기에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다면 일이 더 커질 수 있다. 대상 국가를 선정하고 같은 목적을 수행하는 기관과 단체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미디어 아카이브 조성 사업도 같은 맥락의 사업이다.

전통문화 전문 인력 양성 기능도 소중

거슬러 올라가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전․후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한국인들의 손으로 제작된 것은 극히 일부이다. 외신기자들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광주는 1980년 이전의 영상 기록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불행한 지역이다. 당시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던 광주MBC가 불에 타면서 고스란히 과거 역사를 날려 버렸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유네스코는 한국 정부에 ‘방송 영상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남겨둘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런 권고는 지켜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5․18관련 기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이 9․11사건 이후에 그 장소에 기념공원을 만들었다. 잊지 말고 되새기자는 뜻이 담겨 있다. 시민 투표를 통해 이뤄진 결과이다. 광주에 설립을 추진하는 호남 전통문화예술 진흥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광주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다. 예향광주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을 기대해 본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지역민들의 바람을 수용할 것인가?

대동문화 68호 [2012년 1.2월호]

김영문 KBCI(한국방송문화연구원) 원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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