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단체와 시민이 직접 참여한 대인 야시장의 모습.

필자의 학창시절 인기 있는 친구들을 보면 각자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공부를 잘 못하고 키가 작아도 주위 친구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친구들에겐 묘한 매력이 있었다.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규모가 작고 조금은 투박스러워도 지역별 시장만의 특성과 문화와 접목된 흥밋거리가 있다면 그 나름대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광주 전통시장 내 문화가 접목되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장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장들은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진출로 시련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인들과 이용객들이 소통과 공감의 문화로 함께 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곳들이다. 이 노력들을 통해 우리 전통시장에서 문화와 정이 판매되길 바란다.

문전성시로 방긋 웃는 무등시장

무등시장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으로 시장 활성화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 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 넣어,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성화시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사업이다. 당시 문전성시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한 ‘교육문화 공동체 결’은 시장 내 상인들이 즐거워야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 잘날 없는 무등 하하 시장’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상인 문화 활동 동아리인 ‘뻔뻔(funfun)한 동아리’ 구성, ‘우리 가치 생생 학교’, 문화 사랑방 ‘방긋’,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 교실’, 요일별 문화 행사와 다양한 행사 등을 진행하게 됐다. 시장 내 상인들 얼굴에도 웃음이 돌기 시작하였다. 상인들이 행복해지자 시장을 찾은 고객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장을 보게 되고 매출도 10% 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우리 가치 생생 학교는 ‘같이’를 발음 나는 대로 풀어쓴 말로 상인이 직접 강사가 되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 음식 재료 고르는 법, 맛있게 요리하는 법 등을 직접 알려줌으로써 상인과 고객이 지역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시장에서 물품 구입 후 받은 문화쿠폰은 무등시장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무등시장만의 쿠폰이다.

무등시장이 자랑하는 문화 사랑방 ‘방긋’(062-471-1319)은 상인과 지역민이 함께 휴식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책과 음료, 각종 오락 기구 등을 비치하고 있으며, 비오는 날에는 무료로 우산을 대여하는 등의 시장 보기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등시장은 고객을 위한 특가 세일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하는 시장이다. 상인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점포를 소개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물건이 금세 동이 나고 놀이마당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장 내 유명한 먹거리를 하나만 든다면 상추튀김을 들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먼 거리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사갈 정도이다.

남구 지역에서 유일하게 배송센터를 운영하는 무등시장은 고객이 원할 경우 장을 본 물건을 택배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에 있다.(문의 062-674-4982)

양동시장은 호남 최대의 종합 유통시장으로 시장 상인들과 시민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품질은 백화점 수준 가격은 서민 수준, 양동 시장

양동시장은 100여년의 역사와 1,300점포 3,000여명의 상인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호남 최대의 종합 유통 시장이다. 양동시장에서는 구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전라도 식품인 홍어는 전국 유통량의 90%를 차지하기에 시장 안에는 90여개의 홍어 점포가 성황 중에 있다. 또한 건어물, 한복, 의류, 침구, 수산물, 농산물 등 대규모 집단 상가가 형성되어 있어 우수한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양동상가에 입점한 그릇 가게에서 광주 지역 백화점에 그릇을 납품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 똑같은 제품이 시장과 백화점에서 가격만 다르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양동시장 옥상에 올라가면 양동 문화센터와 홍애 레스토랑, 다문화 식당(일본, 중국, 베트남), 다문화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양동 문화센터는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11월에는 기공 체조, 노래 교실, POP 글씨 배우기, 우클레라(악기) 배우기, 천연 비누와 화장품 만들기, 퀼트 공예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현재 수강생만 130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양동 복개상가는 올해 공동 마케팅 사업으로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 회원들이 찍은 복개상가 사진을 모든 보에 전시하여 시장에 나온 고객들로 하여금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커튼이나 가구를 사고자 하는 분들은 꼭 양동 복개상가를 이용해 보시기 바란다. 품질은 백화점, 가격은 서민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양동 문화센터 062-362-0815)

우리 가치 생생 학교 상인 강사가 어린이들 대상으로 음식 고르는 법과 요리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야(夜)시장 속으로, 대인시장

광주 동구에 위치한 대인시장. 예전 도청과 시청이 있었던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급속하게 공동화 현상을 보여왔다. 그 빈 자리를 채운 것이 예술가들이었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 중 하나가 ‘대인 야시장’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야시장은 매 달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7시부터 12시까지 열리는 시장인데 올해 총 6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야시장의 백미는 50여개의 만물 예술 마차이다. 야시장 기간 동안 마차를 빌려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대여 받은 후,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 수 있다. 판매 품목은 예술 작품, 핸드 메이드 상품, 먹거리, 재활용품 등 다양하다. 기존에는 예술가 위주로 진행되다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반응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게릴라 공연과 매달 특화된 아이템, 외국인들의 참여가 가세하면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강운태 시장을 비롯한 중소기업청장, 시장경영진흥원 원장, 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지지의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문화의 거리를 연결하는 관광코스로 특성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광주에서도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위의 사례들은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문화와 특성화가 해답임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 그러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활성화를 원한다면 이제는 상인들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자발적인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기본 동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래시장은 유통 구조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변화로 경쟁력이 약화되어가고 있다. 편리성과 고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소비 형태를 위해 재래시장은 주차장 등 편의 시설 부족, 노후화 등으로 경영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전통 시장들이 자생력을 갖춘 중소 유통업의 핵심 축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확보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기에 우리 전통시장만의 특색인 ‘덤’으로 대표되는 ‘인정’과 시장 ‘문화’를 싼 값에 편리하게 살 수 있는 활기찬 ‘장터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양동시장 옥상에 있는 문화센터는 시민들의 문화 나눔의 장터로 변화되고 있다.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김종완 빛고을 전통시장 신문 편집인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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