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그 지역 서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왔고,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소통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비문화가 변화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유통 구조가 출현하면서 점차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전남의 전통시장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의 전통시장 1,517개 중 전남 지역에는 114개 시장으로 7.5%를 차지하고 있다.(<전통시장 백서>. 시장경영진흥원. 2010.) 시장수로만 따져보면 서울, 경북, 부산, 경기, 경남에 이어 전국에서 6번째로 등록 시장이 많지만 활성화된 성공 시장으로 꼽을 만한 시장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그 이유로 시설의 낙후, 불친절, 상품력의 한계, 상인들의 변화 의지 부족 등을 꼽고 있다. 그리고 상인 위주의 생각, 수평적인 조직, 우리는 없고 나만 존재한다는 이기심, 투자와 변화에 대한 인색함, 그리고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나약함 등이 전통시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과연 전통시장에는 단점만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할인점, SSM 등 대형 유통업체에는 없는 대면 판매를 통한 흥과 정, 저렴한 가격, 독특한 특산물, 아날로그적인 멋과 맛이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전통시장만의 특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음식과 문화의 도시 전남의 전통시장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전남 전통시장들이 남도의 멋인 문화 콘텐츠를 통한 시장 활성화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우리가 다음 세대로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인 전통시장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2년 나주 목사고을 시장이 시설을 현대화하고 재개점했다. 이후 주말 문화예술 공연과 함께 농촌 지역 전통시장 중 유일하게 전문 카페가 입점해 있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남도의 멋을 문화 콘텐츠로 담자

전남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의 열악한 환경에 지쳐 상인들 스스로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 면에서나 운영 면에서나 활성화된 전통시장이 없어 경북이나 경남 혹은 경기 지역으로 선진시장 견학을 다니면서 현대화된 시설과 발달된 상인 조직들을 배워왔다.

이후 2004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라남도와 기초지자체 그리고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적게는 80여억 원에서 많게는 140여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여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한 결과 2006년 장흥 토요시장을 시작으로 2009년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 2010년 강진읍 전통시장, 2011년 보성 5일시장, 2012년 목사고을 전통시장 등의 새로운 장옥을 신축하여 재개점했으며, 광양읍 전통시장, 옥곡 전통시장 등이 새롭게 개장 준비를 하면서 점차로 전남 전통시장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경사스러운 일은 2012년 2월 개장된 나주 목사고을 전통시장이 2012년 10월 대전에서 개최된 제9회 우수 시장 박람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으로, 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남 전통시장의 중흥기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쾌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나주 목사고을 시장을 비롯한 전남의 전통시장으로 와서 선진지 견학을 통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또 전남 전통시장이 이제는 떠나는 시장이 아닌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시장으로 점차로 변화하고 있는 부흥기를 맞고 있다.

나주 목사고을 시장에서는 가격과 원산지, 생산자 표시 우수 사례를 통해 전국 우수 시장 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문화 콘텐츠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

문화를 가장 잘 활용하는 시장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장흥 토요시장이다. 장흥 토요시장은 2004년 주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서 군 단위 5일 시장에서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토요시장을 개설했다.

장흥군과 상인회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역경을 이겨내며 결국 장흥 한우라는 음식 문화를 장흥 토요시장에 접목시켜 마침내 전국 최고의 토요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토요일이면 전국에서 천관산과 장흥 토요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할머니 장터, 문화 공연, 다문화 가정 음식 축제, 한우와 표고버섯 그리고 키조개의 ‘장흥 삼합 음식’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전통시장에 문화를 접목시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시장 부지 이설을 통해 현대화된 장옥으로 신규 개점한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은 토요시장 활성화에 이은 상설 시장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2012년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으로 선정되었다.

기차마을로 유명한 관광지를 배경으로 기차라는 테마를 가지고 관광문화를 전통시장에 접목하고자 과감하게 시장 명칭을 기차마을 전통시장으로 변경하였고, 기차 테마형 노점, 매대, 안내 사인물 설치는 물론 ‘문화열차 38호’라는 테마로 관광객들을 시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또 38호 유랑극단, 기차시장 역전 상인 경매 이벤트 등 기차와 관련된 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기차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장흥 토요시장에 이어 새로운 토요시장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진읍 전통시장의 경우는 장흥 토요시장이나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과는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강진읍 전통시장에는 마땅한 유명 관광지나 특산품 혹은 유명 음식이 없어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강진군이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80여억 원의 국비로 현대화된 장옥을 신축하고 2010년 개재점하였다.

그리고 강진읍 전통시장 상인들은 상인 교육을 통해 의식 혁신을 이루었으며, 상인회를 중심으로 강진군에 거주하는 20대~50대 젊은 주부 고객을 새로운 목표 고객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시장에 도입하였다. 전통시장에서는 왜 장구와 꽹과리 소리만 나야 하며, 국밥에 짚신만 만들고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역발상을 통해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주부 고객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전국의 어느 전통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동차 경품 행사는 물론 나비넥타이를 맨 멋쟁이들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회, 영화 상영, 야생화 전시회, 서양화 전시회 등의 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 강진읍 전통시장은 떠난 젊은 고객이 다시 찾는 진정한 문화 커뮤니티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곡청 기차마을 시장은 '문화 열차 38호' 라는 테마로 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50% 이상 새로운 고객 목표를 제시하라

전남 전통시장 개발의 트렌드는 기존의 공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롭게 장옥을 신축하고 문화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경영 현대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 전략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몇몇 시장에서 활성화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모처럼 조성된 전남 전통시장 중흥기에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시설 현대화 사업에 전념하느라 새로운 시장에 담겨질 소프트웨어를 망각하는 경우를 가장 경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시설 현대화 사업의 추진 과정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과정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득권을 가진 상인들의 무리한 요구와 까다로운 사업 추진 지침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민원 등에 활성화 사업 담당 공무원만 죽어나는 실정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에 치여 업종 전환, 상인 교육, 점포 진열대 정비, 점포 재배치, 고객 편의시설 확충, 고객 서비스 개선 등의 전통시장 활성화의 진정 중요한 요소들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목표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시장의 상인들에게는 고객의 새로운 정립을 요구하고 싶다. 무한한 지출 능력을 지닌 외부 관광객보다는 우선 눈에 보이는 지역 주민(단골)을 위한 생필품 위주의 품목 구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100억 원의 혈세로 세운 전통시장에서 고작 인근 주민들에게 생필품이나 팔아서 효율성이 있을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기존의 고객 50%와 새로운 고객 50% 비율로 고객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며, 새로운 고객의 욕구 충족을 위하여 30% 이상의 업종 전환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새로운 전통시장의 성공의 키포인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 상인회를 중심으로 청년회, 부녀회 등을 조직해 시장 청소, 공동 마케팅 등을 미리 연습하고 교육 받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장이 완공되고 새로 개점하는 시점에서 교육을 시작하고 업종 전환을 계획하면 이미 늦다는 것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웅장하게 새 문을 여는 전통시장에 그 동안 등을 돌린 고객들이 호기심으로 다시 방문해줄 때 그 동안 와신상담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여 이제는 전통시장을 다시 찾는 단골 고객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 전통시장 사인 스스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그 많은 고객들은 한 번의 방문을 끝으로 다시는 전통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외면하는 고객을 그리고 이런 말을 남길 것이다. “뭐 하러 아까운 세금을 전통시장에 낭비하는지 모르겠어…?”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임창욱 호남대학교 경영학과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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