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마을 시장축제로 시장이 북적북적 활기를 되찾는다.

광주 무등시장에서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실행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나고 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의 준말로, 침체되고 있는 전통시장을 문화적 가치와 수단들을 통해 활성화시키자는 국책 사업으로 시작됐다.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 공간과 일상의 관광지로 변모시켜 서민 경제의 활성화와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시작되어 현재까지 전국 20여개 시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사업의 하나이다.

가치, 사람, 관계가 존중되는 휴먼웨어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기존 시행되었던 시설 현대화 사업이나 공간 조성 사업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비가림막(아케이드)이나 주차장 설치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분야가 아니라 시장 역사, 상인들의 일상과 이야기, 문화 활동, 주민(고객)과의 관계 방식, 시장 관련 다양한 소재를 통한 문화예술 교육 등 가치와 사람, 관계 형성과 같은 휴먼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그 중심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로 준비되었고, 실행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가치, 사람,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인 것들의 회복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하는 점은, 프로젝트의 효과성이 즉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전통시장 차원에서 본질적이며 가능성도 그만큼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전통시장은 상품의 판매, 유통의 장으로서 기본 역할이 있지만, 이 외에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로서로 새로운 소식들을 수다로 나누는 정보 교환과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고, 여론 수렴과 논쟁의 열린 광장이기도 하다. 또랑 광대에서부터 리어카 뽕짝, 젓가락 박자의 구슬픈 노랫가락까지 삶을 표현하는 문화 마당이기도 하고, 뉘 집 자식인지 불러다가 감자 한 알 먹여 보내고, 아는 기술 하나 배워 보내는 교육 장소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간혹 펼쳐지는 욕설과 싸움으로 서로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삶의 진솔한 투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복잡다단한 삶의 관계와 장소는 편리함과 쾌적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와 어울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힘들어지고, 시대가 요구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물질과 돈에 더욱 집착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해보다는 이기가 앞서고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와 나약함은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등시장의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생활 시장의 문화 복지형 시장으로의 변모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상인과 지역민의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무등시장은 아파트가 거의 없는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하고 폭넓은 계층(다문화 가정, 젊은 가족, 노년층)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주변에는 이들을 위한 변변한 문화 시설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유지해 온 단골과 덤 문화를 기반으로 상인과 주민, 고객이 돈독한 신뢰와 공동체성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하는 한편, 시장 내에 다양한 문화 향유와 정보 교류, 교육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을 새롭게 창출하여 지역의 문화 허파로서 기능하도록 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새로운 고객 창출을 통한 시장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고자 했다.

상인 풍물 동아리 교육 중. 장사가 끝난 오후 9시 후에나 연습이 시작된다.

고객 창출과 문화 향유의 두 마리 토끼

무등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상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마을을 위한 프로그램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상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1차 연도 사업에 집중되었는데 프로젝트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인들과의 친밀감 형성과 그들의 주체적 참여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를 상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위해 필요한 일들임을 몸소 느끼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중 ‘우리가치 생생학교’는 평생을 장사에 매진해 온 상인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강사가 되어 아이들과 젊은층,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대상들에게 판매 상품과 관련된 살아있는 지식과 방식들을 전해주는 대표적 상인 프로그램이다. 1차 연도부터 현재까지 ‘00가게 사장님의 어린이 자연교실’, ‘살림의 기본왕’, ‘시장에 가면’ 3개 프로그램이 100여회 이상 진행되고 있어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상인웃음 건강교실’, 미술 프로그램 ‘나의 청춘, 나의 꿈’, 상인 중심으로 구성된 ‘뻔뻔(funfun)한 동아리’, 상인들이 참여한 홍보물인 ‘상점 프로포즈 64’ 등의 프로그램을 들 수 있겠다.

문화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주민들(주민 대부분이 시장 고객들이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시장 내 문화 사랑방인 ‘방긋’에서 진행된 ‘덤으로 배우는 문화 교실’과 ‘미소나눔 아트 공방’을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들 수 있다. 특히 ‘미소 나눔 아트 공방’은 문화 공방을 통해서 만들어진 아트 상품을 판매해서 발생한 수익금을 지역 소외 계층에게 전달하는 지역 돌봄 프로그램으로, 과거 전통시장만이 지니는 공동의 돌봄 문화를 오늘날 유지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 문화 사랑방에서의 이러한 문화 활동들은 자발적 소모임으로 발전하여 이전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용자들이 이처럼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하여 시장과 문화 공간을 자연스럽게 생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변모시켜가는 모습 속에서 ‘문전성시’ 프로젝트 수행 보람과 성과를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은 프로그램들과 문화 사랑방 ‘방긋’ 조성은 무등시장을 일상 공간으로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시장을 느끼고, 언제든 쉬어갈 수 있으며, 일상 교류의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을 넘어 마을을 위한 공공적 활동으로 확대되곤 했다.

상인 강사가 진행하는 우리가치 생생학교 중 ‘어린이 자연 교실’ 수업 장면

덤과 나눔과 돌봄이 어우러진 시장 문화 허파 만들기

1차 연도에 시행된, 지역 주민, 상인 2명의 진행자가 펼치는 라디오 공개 방송 형식의 난장 ‘하하 라이브 투맨쇼’는 다양한 볼거리와 시장 이야기, 사연, 상인이 직접 전하는 광고 등 시끌벅적한 전통시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이어 2차 연도에는 무등시장 ‘하하 신문’과 ‘하하마을 시장축제’로 분화 확대되었다. 특히 ‘하하마을 시장축제’는 마을 독거노인, 화재가 난 지역아동센터, 마을 어르신 등 도움 손길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나눔과 기부 자리로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진행한 ‘00초 마을 축제’를 탄생시키는 등 새롭고 신선한 마을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했다.

이제까지 시장 상인들과 마을 주민 모두 마음속에 촉촉한 문화 씨앗은 어느 만큼 뿌렸다고 생각한다. 이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과 지원, 그리고 씨앗 스스로 잘 자라고자 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커가길 기대한다. 지금 오늘부터 전통시장을 찾는 여러분들이 훌륭한 밑거름일 것이다.

대동문화 73호 [2012 11.12월호]

박시훈 무등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 총괄 기획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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