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숙: 안녕하세요. 저희 <대동문화> 74호 특집 ‘문화전당이 점이라면 선과 면을 찾아라’ 주제의 대담회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담 취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서사는 거점과 영역을 배제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곧 2014년에 세워질 문화 전당 내부

한경숙 대동문화재단 편집국 기자

에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환경도 필요합니다. 특히 도시 경제력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그 시대와 그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생된 문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꼭 그 지역을 방문하고 경험해 보고자 하는 특별한 장소가 있게 마련입니다. 예술, 문학, 역사, 음식, 의상, 건축 등 다방면의 문화의 결정체들을 선보이고 이것을 창조해내는 공간이 그것입니다.

광주에도 아시아문화전당 외에 그런 공간들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번 주제를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우리 광주의 문화예술 문야에서 활약하시는 여러분들이 이 주제와 관련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문화전당 역동적 에너지 도시로 퍼져나가야

조수진- 모 루(문화 사랑방)

조수진: 일단 광주시가 아시아문화전당 설립 이전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답이 조금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경숙: 네, 맞습니다. 우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비전과 목표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 ‘문화로 아시아와 함께 세계로’ 가는 것입니다. 광주시의 정책 목표는 아시아 문화교류 도시, 아시아 평화예술 도시, 아시아 문화경제 도시입니다. 그에 따른 4대 역점 추진 과제가 있는데 첫 번째로 문화 발전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운영이고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과 예술진흥 및 문화 관광산업 육성 또는 문화교류 도시로서의 역량·위상 강화라는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광주는 7대 문화권 권역별 조성 방안인 문화 전당권, 아시아문화 교류권, 아시아 신과학권, 아시아 전승문화권, 문화경관과 생태환경 보존권, 교육 문화권, 시각미디어문화권 조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조수진: 여기 7대 문화권 권역별 조성 방안 중 이번 주제에 굳이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는 ‘아시아 문화 전당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 같군요.

한경숙: 네, 문화 전당권은 문화전당 주변 지역을 어떻게 개발해나가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추진 전략으로는 문화전당의 역동적 에너지가 도시 문화 거점 및 일상 문화 기반으로 퍼져 나가고, 다양한 문화적 역량을 문화전당으로 집약하는 길목으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문화전당의 각 시설과 문화전당권 내 시설 간 상호 유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권 문화 중심지로서 인권 역사 공간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입니다. 조성 내용으로 봐서 문화전당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도시 역량 강화와 민주, 인권, 평화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정체성을 관광 자원화시킨다는 말인데 지금 여기 문화 사랑방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는 이 내용과 관련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전당 주변 문화 사랑방 주체들 역할 중요해

한희원- 화가(양림동 거리)

한희원: 문화전당이 설립되기 이전에 주위의 모든 문화 사랑방 주체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각자 하고 계시는 일을 바탕으로 말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인: 우선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2014년 개관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시민들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추진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것을 홍보해야 하겠습니다. 아시아 문화마루를 가끔 찾아가곤 합니다만 안내 해주신 분외에는 문화전당을 알리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전당을 짓고 나서도 무슨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큽니다. 문화전당이 생기면 문화예술 거점 공간들과 소통하는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업들을 보면 소모성 예산뿐입니다.

아시아전당 주변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동선이 연결되고 군데군데 체험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시아전당 인근 ‘예술의 거리’에서 문화 사랑방이라면 건물 1층들의 공간들을 말할 수 있는데 이곳들은 문을 늦게 열고 빨리 닫아서 시민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공간으로밖에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이 몰리지 않고, 살지 않는 곳은 수익사업을 내는 일이 힘듭니다.

저는 예술의 거리 궁동에서 ‘아트타운 북카페’ 미술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서점들이 문을 닫는 불황기에 ‘문화의 중심 도시 광주에 미술 전문 서점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는 사명감에 오랫동안 이어왔습니다. 이곳에서 미술인들이 만나서 정보도 얻고 교류도 하고 사랑도 이어가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그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어려워져 심정으로는 지원이라도 받아 운영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만큼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듭니다.

한희원: 해마다 끊임없이 사람이 몰려들게 하려면 문화가 따뜻해야 합니다. 예술의 거리는 우리가 여기에서 결론을 낼 일은 아니고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임의진- 메이홀(문화전당로 거리)

임의진: ‘무등산 풍경소리’를 지인들과 만들어냈습니다. 10년 동안 계속 하고 있지요. 광주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고 사람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봐줍니다. 무엇을 이루고자 할 때는 혼자가 아닌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있는 ‘메이홀’은 문화전당에 가장 근접한 곳입니다. 문화 예술 공연과 전시는 이곳 메이홀에서 2012년 8월부터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업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결국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은 사람으로 위로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으로 위로받는 것이 아니지요. 메이홀은 문화예술인들이 자본을 마련해 연 문화 공간입니다. 저희 메이홀은 생산자가 스스로 공간을 만들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낸 사랑방 공간인 것입니다. 대안공간은 철저하게 시민 중심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문화적 희망이 생겨난다고 봅니다.

문화도시 품격을 생각하는 예술 사랑방 구축해야

조수진: 문화의 전당이 개관하면 광주의 문화 인프라가 하나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화 환경과 도시 품격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 문화 전당을 중심으로 주변의 문화 거점들의 주인공으로서 우리 광주 문화예술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오늘 주제일 것 같습니다.

임의진: 시민들이 문화예술인들을 지지하고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문화예술인과 시민 사이의 관계망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주인이고 대등한 문화 테이블을 만들어 서로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한희원: 새는 양쪽 날개로 납니다. 문화전당만 덩그러니 만들어놓고서 문화도시 광주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양쪽 날개가 모두 부실합니다. 문화전당과 주변 도심 문화예술 공간 형성이라는 두 가지 날개 말입니다.

단적으로 외지에서 손님을 모시면 데리고 갈 곳이 없습니다. 광주의 예술 명소, 문화 사랑방, 광주만의 살롱 문화 공간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고 여기에 따르는 정책 집행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준 트윈 폴리오 (사직골 통기타 거리)

김태준: 광주 남구 사직골은 80년대부터 조성된 곳입니다. 이곳이 활기를 띠어야 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술만 먹는 곳이 아니라 통기타의 거리, 음악의 거리, 낭만과 사랑의 거리, 공연문화의 거리, 전시가 매번 마련되고 시인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시에서 도시개발 목적으로 이곳을 새롭게 단장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놔두면 더 근사한 문화 사랑방이 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다시 새롭게 한다는 것에 그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집은 나름대로 제가 가진 공간이 작지만 연주할 공간이 없고 돈이 없어도 공연을 할 분들은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사회사업가도 아니지만 나름 문제의식을 갖고 싶었지요. 이제 곧 없어질 문화 사랑방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곳인데 사라져간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조수진: 저희 ‘모루’는 오래된 가옥에 약간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따뜻한 온기와 사랑을 첨가했습니다. 메인 콘셉이 금속공예 공방입니다. 아주 작고 천천히 그리고 친숙하게 대중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그야말로 사랑방처럼 사용되는 곳입니다. 느려도 아름다울 수 있는 곳, 느려서 더 좋은 곳, 이곳에서 공예가 생활 속에 젖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의진: 5년 전까지 광주에는 ‘청년글방’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움직였습니다. 지역의 문화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지역 사회에 큰 틀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었다고 봅니다. 책방을 근거지로 서로 소통하고 살았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죠. 문화전당로와 인근의 거리들은 상업적이긴 하지만 큰 메리트가 있는 문화적 명소의 자격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청년글방’ 같은 공간이 하나 들어와 있어도 좋을 것입니다. 서점은 책만 보는 곳만이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문화 사랑방, 문화 공방, 문화 해우소의 역할

정 인- 아트타운 북카페(예술의 거리)

정인: 중요한 것은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 수 있는가에 문제인데 그러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김태준: 공간은 이야기가 있어야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광주 이야기는 구도심인 대인동, 대의동, 양림동, 불로동 등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 공간의 몇 되지 않지만 살롱 문화 공간이 광주의 문화 형성에 큰 몫을 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문화전당이 세워지기 전 그리고 이후에도 그곳에서부터 본보기가 되고 주민 운동이 필요하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인: ‘예술의 거리’도 이제 다시 재조명되어야 합니다. 이곳 ‘아트 스페이스’에서 문화 행사가 없을 때 미술품 경매 행사를 합니다. 위탁 받아 팔다보니 저가에 미술품이 유통되고 그러니 이곳에 있는 사설 화랑에서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런저런 일로 공공적 연대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뜻있는 사람들끼리 같이 해나가야 합니다.

조수진: ‘사직골’에 광주시가 특성화 사업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골목들이 없어지고, 문화 공간들이 허물어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포크 뮤직이 없어지고 7080만 살아 남는 게 아닌가 싶어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아야 합니다.

한희원: 다른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왔을 때 ‘사직골’에 오면 좋아합니다. ‘남광주 역사’는 문화유산으로나, 예술 공간으로나 너무나 의미가 큰데 갑자기 없어졌던 기억이 아픕니다. 사직공원 ‘팔각정’과 ‘사직골’을 특성화하는 사업을 수립할 때와 같은 경우는 시민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쉽게 사라진 우리 고장 문화유산들에 대한 고민을 좀더 많이 해야 합니다.

임의진: 우리 광주에 젊은 사람들의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끌어갈 어른들이 부족합니다. 각자가 색깔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같이 공유하고 지지하고 같이 가야 합니다. 확보된 공간들이 있으니 시에 기대하기보다는 저희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담아내고 향유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인: 각자 문화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본다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대중성 있고 공공성 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에 기대지 말자고 했는데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의 정책 방향을 예술인들이 선도해나가고 지원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의진: 프랑스는 대혁명 도시지만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워집니다. 광주문화재단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큰 틀을 보면서 광주 문화예술을 진흥해야 합니다. 광주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죽여 버려서는 안 됩니다.

예술가들도 문화전당이 개관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희들 자생 예술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염려도 큽니다. 광주만의 사랑방 문화 공간, 예술 거점이 없어지고 있어서 나름대로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문화 사랑방 주체들과 예술인들 네트워크 구축 절실

한경숙: 아시아 문화전당이 점이라면 선을 따라 면을 보면서 좀더 촘촘한 예술 공간 형성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야 하겠습니다. 다들 공감하시는 부분이 이것인 것 같습니다.

상업 공간이든 시민공간이든 비영리 공간이든 관에서 나온 공간과는 다른 민간 주도의 공간과 거점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데에 대담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민간 자생적으로 주도해 문화전당이 개관되고 또 개관 이후에도 문화 거점과 예술 공간들이 큰 틀에서 계획되고 정책적으로도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문화 공간 운영자들끼리, 문화예술인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도 대담의 결론으로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전당 주변으로부터, 증심사 일원, 양림동 및 사직공원 일원, 동명동, 광산동 일원, 예술의 거리와 대인시장 일원 등 각 구청별로도 개발되어지는 다양한 문화 사랑방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활기를 띠어야 광주 문화전당이라는 거대한 저수지의 문화 마중물들이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화 사랑방에서 창작 향유되는 문화예술이 광주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그런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일 것입니다.

대담을 나눠주신 문화예술인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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