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잣집에/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언제 가려나.

영도 다리와 함께 6․25 때 피란민들의 상봉의 장소였던 40계단. 현재는 또따또가의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주요 장면이 촬영됐다.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으로 가수 박재홍이 부른 가요 <경상도 아가씨>에 나오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에 나오는 40계단이 바로 부산 중구 동광동에 있다. 40계단이 처음으로 ‘외지 사람’들에게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 피란민의 아픔을 노래한 가요 ‘경상도 아가씨’가 나오면서부터다.

이 노래는 ‘굳세어라 금순아’와 함께 부산 일대의 피란민들을 위로했던 대표적인 노래다. 이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40계단은 영도다리와 함께 피란민들의 상봉의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이후 이 계단은 1999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지금의 젊은층에게도 폭넓게 알려졌다.

부산 중구 동광동, 집단 정체성이 집약된 장소

40계단. 부산 동광동, 더 넓게는 부산시 중구 일대에서 계단은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특별한 공간인 것이다. 장소는 우리의 삶이 구체적으로 펼쳐지는 공간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 신념, 가치를 형성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일대는 부산시청, 경찰청, 검찰청,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등 장소 특성의 개성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시청 등 행정 기관, 금융 기관들이 이전하면서 지역이 슬럼화 되기 시작했다. 오래된 건물들, 불편한 교통 시설 등으로 소위 말하는 도심 낙후 지역이 된 것이다. 부산에서는 이곳을 ‘원도심’이라 한다.

또따또가 미술 창작 공간. 박주현 작가가 견학 온 학생들에게 작업실에 진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어디가? 따로 또같이 가?

그래서 낙후 지역이 되어버린 원도심에 문화예술을 통한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부산 원도심 창작 공간 ‘또따또가’이다. 또따또가란 ‘똘레랑스, 따로 또같이 가(街)’란 뜻으로 서로의 문화를 관용의 눈으로 바라보며 통섭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사업은 하나의 문화 예술적 창조의 거리, 혹은 지대를 지향하며 다양한 예술 장르를 수용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특히 문화예술가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시민예술교육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공간 확보를 위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누비고 다닌 단체 ‘부산 문화예술교육 협의회’의 열성적인 노력이 한몫을 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놓칠 수 없는 지역 주민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들을 쉼 없이 만들어내고 진행했다. 그래서 공간성 외에 시간성이라는 문화예술의 특성 하나를 문화 공간 활성화의 전략으로 담았다. 그곳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맨 먼저 사람 키 정도의 큰 목어가 머리 위에서 손님을 반긴다.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시공간 프로그램의 조화가 성공 전략

‘또따또가’는 부산 중구 40계단 일대 13개 장소에 미술 창작, 문학 집필실, 독립영화 갤러리, 디렉터존, 소극장, 전통예술 아티스트 센터, 청년 인디 창작 공간, 무대예술 트레이닝 센터, 또따또가 갤러리, 코랄 센터, 문화여행 정보 센터, 인디 밴드, 운영지원 센터 등 13개 건물에 21개의 명칭, 43개실의 창작 공간으로 구성된 종합 문화예술 창작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예술인이 사는 공간이자 창작촌이며, 문화예술이 소비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문화예술의 창작과 소비의 과정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삶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곳은 부산광역시로부터 3년 간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 지원비를 받았으며, 예산은 4억(2010~2011년), 3억 5천만 원(2012년)이 지원되었다. 지원금은 임대비와 프로그램 지원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됐다.

처음부터 발로 뛰어다닌 결과 건물주가 보증금을 받지 않고 공간을 임대해 주었고, 또 임대료도 시세의 15∼20% 정도로 저렴하게 깎아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임대비용만 해도 한해 약 2억 이상이다. 나머지는 프로그램 지원, 운영비로 사용되므로 작가에게 지원되는 것은 공간, 6~10평 크기의 공간이 전부이다.

반면 입주할 때 조건은 창작 목적 이외에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공간 통합조성 사업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주자는 3년 간의 지원 기간 이후 반드시 자생적 기반을 갖춰야 하며,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무용 등의 분야에서 망라되도록 선정했다.

부산광역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예술인(만 40세 이하이나 문학 한국화 국악 분야는 만 50세 이하) 혹은 단체라면 신청할 수 있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부산의 작가들은 작업 공간이 부족한 탓인지, 시민들과 향유하면서 작업을 하겠다는 열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0년 1월 처음 작가들을 공모했을 때, 의외로 많은 문화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현재 작가들이 모두 300여명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경민이의 사과나무’를 시작으로 40계단 앞에 거리 콘서트 공간이 있고, 카페 벽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회색빛 건물 시멘트벽에는 그림을 그려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연극, 예술 프리마켓 등을 수시로 열었다.

21개 공간의 원도심 창작 공간 또따또가 안내지도. 마치 듬성듬성 게릴라전을 치리는 비트 공간처럼 존재하고 있어 장소성이 부각되고 있는 문화 공간이다.

직장인을 위한 30분 문화 전략 ‘비타민 C30'

또 매년 문화 축전을 열어 지역 주민에게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만들었고, 점심시간에 특별히 직장인을 위한 문화 영양제, 이름하여 ‘비타민 C30’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타민 C30' 프로그램은 짧은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의 여가를 위해 매일 30분 동안 문화의 비타민을 충전하는 거리 소규모 음악, 공연, 프리마켓 프로그램을 연 것이었다. 이것 역시 많은 인기 몰이를 했다.

이제 이곳은 문화를 통한 도심 재생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거리 곳곳에 새로운 커피숍이 생겨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와 더불어 이곳의 건물 임대비도 상승하고 있다. 더한 것은 입주 시 계약과 달리 3년이 지난 지금 자립할 준비가 된 작가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희진 또따또가 대표는 “문화 예술적으로 활성화가 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분위기를 타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고 한다.

카페 벽을 이용한 거리의 작은 갤러리. 전시 기간은 한 달이며, 한 달 뒤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교체된다고 김희진 또따또가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부산다운, 정말 부산다운 문화 골목

‘홍대 앞’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낭만? 젊음? 흥청이라는 밤문화? 화려한 네온사인? 무엇이든 좋다. 그것이 그곳의 정체성이니까.

대다수의 대학가는 젊음의 거리로 보고 있다. 젊은이들이 그곳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화는 대부분 음주 문화가 아닐까. 부산의 지하철 경성대․부경대 앞에는 인근에 대학이 5개가 밀집되어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정작 젊은이들이 갈 곳은 술집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이곳에 정겨움의 골목을 부활시켰다.

이곳을 ‘문화 골목’이라 한다. 부산 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과 가깝다. 약 5분 거리다. 지하철역 1번 출구로 나와서 KT 대연 지점을 끼고 남쪽으로 두 블록을 걸어가면, 좌측 전방 50m 지점에 문화 골목 주 출입구가 보인다. 문화골목은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쳐 공연장과 공방, 갤러리, 카페, 민속주점 등으로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복합 공간이다.

2004년 주택 1채를 매입, 음악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꾸몄다.-아쉽게도 이 집은 최근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고 한다.- 이후 2007년 인접한 주택 4채를 통째로 사들여 용도에 맞게,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방면의 문화를 문화 골목에서 향유할 수 있게 바꿔놓았다.

2008년엔 기존 조경과 수목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폐건축 자재를 재활용해 앞으로 부산이 지향해야 할 도시 재생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던 곳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전시장 ‘석류원’, 차를 나눠 마시는 친구란 의미의 커피숍인 ‘다반(茶伴)’, 지하에는 현란한 조명이나 음향 시설 대신 풍금과 북, 기타 등이 놓여 있는 노래방 ‘풍금’, 오리엔탈 바 ‘색계’와 일본식 주점 ‘몽로’, 막걸리를 파는 아담한 주점 ‘고방’도 있다. 2층은 1만 8천 장의 LP판과 CD로 벽면을 가득 메운 라이브카페로 오래된 음악이 많다란 의미의 ‘노가다(老歌多)’라는 공간이 있다. 맞은편으로는 80석의 객석을 갖춘 ‘용천지랄’이라는 소극장도 있다.

이 문화 골목은 지난 2007년 선을 보인 후 경성대와 부경대 대학로를 찾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큰 길에서 갈라진 좁은 길. 그 사이로 조용히 다가와 만나는 마당 같은 공간, 문화 골목은 그렇게 도심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젊은이에겐 이색적이었고, 연륜이 있는 사람에겐 각기 성격이 다른 10개 공간이 골목을 중심으로 70년대로 시계를 돌려놓은 것 같았기에 호감을 얻었다.

이제 이곳은 문화를 통한 도심 재생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고 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거리 곳곳에 새로운 커피숍이 생겨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와 더불어 이곳의 건물 임대비도 상승하고 있다. 더한 것은 입주 시 계약과 달리 3년이 지난 지금 자립할 준비가 된 작가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희진 또따또가 대표는 “문화 예술적으로 활성화가 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분위기를 타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고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학로에 들어서자 통닭, 삼겹살, 술집 등 어지러운 간판 사이로 오래된 골목이 보인다.

부산다운, 정말 부산다운 문화 골목

‘홍대 앞’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낭만? 젊음? 흥청이라는 밤문화? 화려한 네온사인? 무엇이든 좋다. 그것이 그곳의 정체성이니까.

대다수의 대학가는 젊음의 거리로 보고 있다. 젊은이들이 그곳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화는 대부분 음주 문화가 아닐까. 부산의 지하철 경성대․부경대 앞에는 인근에 대학이 5개가 밀집되어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정작 젊은이들이 갈 곳은 술집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이곳에 정겨움의 골목을 부활시켰다.

이곳을 ‘문화 골목’이라 한다. 부산 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과 가깝다. 약 5분 거리다. 지하철역 1번 출구로 나와서 KT 대연 지점을 끼고 남쪽으로 두 블록을 걸어가면, 좌측 전방 50m 지점에 문화 골목 주 출입구가 보인다. 문화골목은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쳐 공연장과 공방, 갤러리, 카페, 민속주점 등으로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복합 공간이다.

2004년 주택 1채를 매입, 음악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꾸몄다.-아쉽게도 이 집은 최근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고 한다.- 이후 2007년 인접한 주택 4채를 통째로 사들여 용도에 맞게,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방면의 문화를 문화 골목에서 향유할 수 있게 바꿔놓았다.

2008년엔 기존 조경과 수목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폐건축 자재를 재활용해 앞으로 부산이 지향해야 할 도시 재생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던 곳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전시장 ‘석류원’, 차를 나눠 마시는 친구란 의미의 커피숍인 ‘다반(茶伴)’, 지하에는 현란한 조명이나 음향 시설 대신 풍금과 북, 기타 등이 놓여 있는 노래방 ‘풍금’, 오리엔탈 바 ‘색계’와 일본식 주점 ‘몽로’, 막걸리를 파는 아담한 주점 ‘고방’도 있다. 2층은 1만 8천 장의 LP판과 CD로 벽면을 가득 메운 라이브카페로 오래된 음악이 많다란 의미의 ‘노가다(老歌多)’라는 공간이 있다. 맞은편으로는 80석의 객석을 갖춘 ‘용천지랄’이라는 소극장도 있다.

이 문화 골목은 지난 2007년 선을 보인 후 경성대와 부경대 대학로를 찾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큰 길에서 갈라진 좁은 길. 그 사이로 조용히 다가와 만나는 마당 같은 공간, 문화 골목은 그렇게 도심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젊은이에겐 이색적이었고, 연륜이 있는 사람에겐 각기 성격이 다른 10개 공간이 골목을 중심으로 70년대로 시계를 돌려놓은 것 같았기에 호감을 얻었다.

예술인들을 위한 뒷골목 문화 아쉬워

한때 골목에 잠시 쉬어가면서 접하지 못했던 옛것을 느껴보는 좋은 공간이었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쉼터이자 문화예술인들의 소통을 위한 뒷자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예술인들은 이곳에서 추억을 즐기곤 하지만 옛날 같지는 않다. 대학로 상권과 지역 문화 단체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늘 보니 몇 년 전 같지가 않다.

‘또따또가’는 계약기간 만료로 2013년 1월에 작가 추가 모집을 한다. 부산광역시 역시 ‘또따또가’에 또다시 지원을 한다. 지원의 기준을 아직 정하지 못한 듯하다. 경성대 앞 문화 골목은 향유의 층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예술인들의 뒷자리가 되기도 했다. 부산에는 아직까지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향유를 위한 뒷자리가 몇 곳 있다. 정부의 지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곳은 사라진다는 느낌이다. 아시아의 최고 축제인 부산영화제, 부산비엔날레, 세계 합창 대회 등 굵직한 행사는 많으나 뒷자리 문화는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의 향유를 위한 토대가 지역 문화의 지속성을 만든다. 지원에는 작가와 예산,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등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문화예술을 통한 부산의 도심 재생에 따른 가장 안정적인 지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동문화 74호 [2013 1.2월호]

구본호 한국화 작가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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