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을 따라 가려다 좀 늦은 바람에 매화는 지고 발걸음 닿는 곳엔 어느덧 벚꽃과 목련이 한데 어우러져 봄을 오는 봄을 재촉한다.

영암군은 백제때 월나군(月奈郡)으로 쓰다가 신라 때 영암군이 되었다. 995년(고려성종 14) 낭주안남도호부(朗州安南都護府)로 승격되었다가 1018년(현종 9) 영암군으로 개편되었다. 이후 영암군이란 이름으로 줄곧 사용하고 있다.

영암읍지(1897년)에 기록하기를 객관은 읍의 동문 안에 있다고 한다. 객관의 현판으로는 문장공(文莊公) 몽암(夢菴) 이숙함(李淑瑊. 1429∼?), 죽재(竹齋) 안침(安琛.1448∼1519),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 문평공(文平公) 월천(月川) 김길통(金吉通.1408∼1473)의 시문이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객관명은 기록이 없다.

(재)전남문화재연구원의 영암읍성 발굴조사(2009) 보고서와 김영필의 영암읍성 소고(2011)를 검토해 보니 성내 건축물은 40종이 넘게 확인되었다고 한다. 객사, 작청, 군기고, 동헌, 군사, 내아, 장청, 적청, 대월루, 훈련청, 옥, 사창 등이 지도에서 확인되었다. 그러나 보고서와 논문에서는 객사명, 동헌명 등 현판이 존재하는 건축물의 명칭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암군지(1998)에서도 확인이 불가했다.

고지도에 그려진 영암 객사와 동헌

그런데 영암군향토지(1972)를 열어보니 약간의 해답이 있었다. 기록되기를 동헌은 현재 영암교육구청과 천주교예배당이 있는 터에 있었다. 병방청은 현재 대동공장(정미소)의 기지에 있었다. 아전의 집무소인 작청(作廳)은 현재 법원 등기소 부지에 있었다. 향장청은 현재 교육구청 자리에 있었다. 호장이 집무하던 군사(郡司)는 현재 농산물검사소가 있는 곳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객관에 대해서는 기록이 불확실했다. 일단의 기록을 통해 동리와 번지수로 표기해 보니 동헌은 서남리 75번지(현재 한전 영암지점)와 76번지(영암성당)에, 작청은 서남리 70번지(영암군법원), 병방청 즉 대동정미소(철거) 자리는 서남리 62-1번지(주차장)로 확인된다.

객사는 고지도와 현재의 지도를 비교 검토해 본 결과 현재의 영암군청(동무리 158번지)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영암의 객사명과 동헌명을 확인하기가 곤란한데 추정해보면 낭주관(朗州館)의 현판을 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다음을 기약해 본다.

1460년대 중반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한 월천 김길통은 피곤한 가운데 객사에서 회포를 푼다.

“재주가 박한 것이 매양 부끄러워 이마에 땀도 많았는데. 이마는 흰 옥 같고 허리는 무거워 분수에 지나치게 기우네. 늦은 경치 천리 길에 몸은 피로하여. 마음에는 항상 고원의 한칸 집이 머물러 있네. 버들에 바람 부니 가볍게 가지 줄기 흔들리고. 비에 젖은 꽃잎은 비단같이 곱게도 휘날리네. 어떠한 술이면 해를 줄로 묶어놓기 능할꼬. 사물은 감당하지 못하고 흰머리는 아니만 재촉하네.”

1465년경 전라도경차관으로 왔던 이숙함 또한 늦가을에 영암 객사에 머무르며 시를 남겼다.

“나그네는 애달픔과 고향생각 많은데, 역로(驛路)는 멀고 멀리 하늘가에 있구나. 아침 안개 개이니 신기루가 뚜렷하고, 저녁 연기 피어나는 곳에 어부의 집이 있구나. 밤은 깊고 인적은 고요한데 발 걷으니 달빛이 환하고, 늦가을 서리가 남았는데 국화꽃 피었구나. 구경하고 노는 것을 마음껏 하고자 한 끼 밥을 잊고, 매양 남두성(南斗星)에 의지하여 서울을 바라보누나.”

1557년 담양부사로 부임한 임억령은 영암 객사에서 태평성대를 꿈꾸며 시를 썼다. 아우 임구령(林九齡.1501∼1562)이 영암 구림에 입향하였으므로 그는 영암을 두루 찾아 쌍취정 등에 시문을 남겼다.

“타향에 머문 손님 수심도 많은데. 쓸쓸한 옛 군의 해안에서 잠자니. 마음은 겨우 조각 구름같이 되어서 나고. 몸은 고달픈 새 따라 집으로 돌아가네. 허물어진 계단에 비가 개이니 죽순이 나고. 괴석에 바람이 부니 송화가 떨어지네. 태평한 세상에 소신은 쓸 곳 없으니. 숲속 아래서 남화진경[장자] 읽는 것만 같지 못하리.” [계속]

최성은 기자  koindo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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