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 장동 로터리의 작은 분수대 너머로 아시아문화전당이 바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분수대를 관리 소홀로 문화도시의 이야기를 놓치고 있어 아쉽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바라보이는 광주시 동구 장동 로터리에 작은 분수대가 있다. 마치 무슨 트로피를 형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은 분수는 봄부터 가을가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한겨울 추위 때문에 가동을 멈춘 이 분수는 관리 소홀로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이 분수는 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있어 광주의 미술품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문화도시의 명성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분수에는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조차 기본 정보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관리 주체인 광주시와 동구청에서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문화광주의 미래 ‘묻고 싶다’

문화도시 광주의 방향성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결론은 광주의 방향성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아시아문화전당을 개관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7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화도시다운 광주를 찾아볼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얼마 전 광주시의 문화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 문화기획자가 “타지에 있는 사람들이 광주를 찾을 때 어떤 이미지를 갖고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를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다.

예를 들면 여수는 밤바다, 순천은 순천만정원, 보성은 녹차밭, 전주는 한옥마을, 부산은 야경, 대구는 근대골목 등이다. 그리고 ‘광주는’ 하고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면 평소에 이 같은 생각을 갖느냐고 물으면 “그러하다”고 대답을 했다. 어떻게 하면 문화도시다운 광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땅한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렇게 안타까운 모습을 현장에서 자주 겪는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2015년 2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현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광주에 볼거리가 없지요. 참으로 걱정되지요. 관광객이 왔을 때 광주를 담아갈만한 포토존이 필요하겠지요.”라고 말했다.

그 뒤로 어떤 정책적인 ‘포토존’이 논의되었는지, 아니면 방향성이라도 제시했는지 듣지 못했다. 예를 들어 금남로 명품길사업에 대해 필자 등 지역전문가 8명이 모여 한 달간 숙의하고 토론한 끝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후문을 들은 바로는 지하상가 상인회를 설득해 주말난장을 고려해 보겠다는 정도의 답을 들었다.

그러더니 지난 2월 14일 광주시는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토요일에 ‘프린지페스티벌 광주짱’을 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서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직은 한 달에 두 번이지만 이것이 빠르게 정착되려면 매주 토요일 치러져야 한다. 그래야 손가락 꼽지 않고 아무 때고 토요일이면 광주를 찾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광주는 빛의 도시이고 생명의 도시이다. 또한 예향, 특히 미술의 도시라는 점에서 이를 특화할만한 논의가 필요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러한 문화광주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화광주의 비전을 무엇으로 내세우고 있을까. 듣고 싶은 이야기이다.

광주광역시청 누리집에서 윤장현 시장의 ‘매니페스토 & 공약’에서 공약이행 추진계획을 들여다봤다. 광주의 현재와 미래에서 문화 부문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문화잠재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예향 광주의 명성에 비해 산업측면에서의 문화 비중은 미흡하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문화사업체 수 전국 대비 3.5%, 문화사업체 매출액 전국 대비 0.9%라는 것이다. 지역 내 다양한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지역방문 관광객 수도 미비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우리 시를 방문한 국내여행객은 전체의 0.6%로 16개 시도 중 16위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윤장현 시장의 문화 분야 시정목표는 ‘남도의 맛·멋·흥이 어우러지는 꿈꾸는 문화도시’이다. 공약과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견인과 연계 강화를 하고 ICT융합클러스터 조성 등 총 14개 과제를 제시했다.

윤장현 시장은 이러한 공약과제대로 문화도시 광주의 현실을 제대로 챙기고 있을까. 아마도 시정 운영에서 겪는 현실의 벽은 상당히 높았을 것이다. 당초 꿈을 갖고 생각한대로 시행이 어렵다는 암울함을 느꼈을 것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분야별 재정수요를 보면 문화 분야는 문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그냥 내팽개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광주시가 제시한 문화 및 관광 분야 중기재정계획은 2015년 2,582억원에서 2016년 2,489억원으로 1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가 2017년 2,471억원, 2018년2,491억원으로 연평균 신장률이 마이너스 상태였다.

그리고 민선6기 임기가 지난 이듬해인 2019년에 2,605억원으로 연평균 신장률이 0.25%로 겨우 플러스 상태로 해놓았다. 이마저 전체 중기재정계획 가운데 가장 꼴찌이며 연평균 신장률 5.7%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할 수 있다.

문화는 흔히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문화는 어느 경계 안의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며 형성되는 것이다.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가의 ‘지정’이라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예향藝鄕이라는 이름을 자랑해온 결과이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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